★배낭길잡이★ 유럽 배낭여행(http://cafe.daum.net/bpguide)
유럽! 가슴 설레는 곳으로 함께 떠나보아요~^^
삽질 NO.12 체코 프라하-늦잠꾸러기의 최후 (삽질의 강도 : ★★★☆☆)
야간열차를 타고 아침 8시 15분에 프라하에 도착했습니다.
왠지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이며, 로맨틱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는
나의 하트 눈동자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가깝고 시설좋은 민박」이라는
한국말 팻말을 든 아저씨. 이분은 현지인 이신데 잘 못하는 영어와 더욱 안되는 몇마디 한국말을
가지고 우리 일행에게 다가왔습니다. (당시에 나는 뮌헨에서 만난 몇몇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뭐 그냥 대충 싼듯하고 아저씨 인상도 좋고 very good house 라고 하도 강조 하시길래
믿고 따라나섰죠. 아저씨는 “아주 가까워~역에서 22분 걸려“라며 안내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랬습니다..... 메트로만 22분을 타고.... 정말.....멀다.
그래도 쥔장 할머니가 참~ 곱고 참하게 생기셨더군요.
집안도 말끔하고 가구며, 장식,소품들이 아기자기한 것이
이런게 프라하 서민들의 집이구나 싶었습니다.
빵과 차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섭니다.
정거장에 다다르자 그 친구들과 나는 갈라지기로 했습니다.
서로의 일정이 잘 안맞았고 사실 나는 슬렁슬렁 돌아다니는걸 좋아하니....
누가 나랑 같이 다니려고 하겠습니까?
이 날도 사실 환전한답시고 토마스쿡을 찾아 2시간이나 헤맷으니 말입니다.
쩝... 이런건 이제 삽질도 아니지 머..
동유럽으로 넘어오니 분위기가 정말 다르네요.
오밀조밀 미로 같은 골목과 빼곡히 들어찬 상점들은 내 감각을 자극하고
어느새 전 토마스쿡 찾는것도 잊은체 골몰을 쫒아 갑니다.
한참을 돌고 돌다보니 몇몇 유명한 장소들도 나오더군요.
사람이 많은 곳들은 으레 책속에 있더이다.
시계탑 앞에서 전 간발의 차이로 인형을 못봤거든요.
그래서 그 앞 벤치에 앉아 커피한잔 마시며, 아픈 다리도 쉴 겸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후광이 비추는,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나올법한 요정같은 피부를 지닌 왠 미소년이
제 옆에 앉는게 아닙니까! ‘헉~뭐야~피부 너무 좋자나~’ 라고 생각하며 몰래 피부 감상 좀 했지요.
(아쉽게도 그 미소년의 이름이 일기에 적혀져 있지 않아 기억이 안나네요 ㅜ_ㅜ)
그 미소년은 핀란드에서 왔답니다. 아~어쩐지 피부가 범상치 않더라니요.
그런데 자기네 나라에서 사온 지도가 순 엉터리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하네요.
이 시계탑을 보려고 엉뚱한데서 1시간이나 헤메고 다녔다며 볼멘 소리도 합니다.
그러면서 제 지도를 빌려달라고 하네요. “아~물론~ 또 어디가고 싶은데? 내가 찾아줄 수 있어!”
하지만 미소년은 보기완 달리 까칠남 이었습니다.
괜찮다고 자기가 찾아갈 수 있다고 웃으며 거절합니다.
뭐...나도 별로 다른 생각으로 말한건 아니지만...ㅎㅎㅎㅎ....;;
어째든 북유럽 사람들의 피부는 참 투명하구나...라는걸 봤습니다. 흑..부러워요.
이래저래 제 다리만 고생한 하루가 또 저물어 갑니다....아..피곤해......................................... .................................................................“......언니, 언니~ 일어나요~ 아침먹어요~” 라는 소리에 잠을 깹니다.
오늘저녁엔 프라하를 떠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체크아웃을 해야 하거든요.........헉~~~ 지금 몇시지???
아~정말 난감합니다. 이곳 참~하고 곱디고운 쥔할머니는 새벽잠이 없으신가봐요
체크아웃시간이 어떻게 7시 반일수가 있죠?
7시 반에 욕실사용을 끝내지 않으면 체크아웃이 지난거랍니다.
고로 하루 더 묵겠다는 말이 되겠죠. 뭐~이런 말도 안되는 시츄에이션이 다 있습니까?
지금은 8시입니다. 너무 놀라서 할머니께 “죄송해요~~어제 너무 피곤해서 늦게 일어났어요.
오늘 체크아웃할건데 괜찮죠?” 라며 애교를 부려봅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반응이 너무 의외였습니다.
얼굴색을 확~바꾸시더니 그런게 어디있냐며 차갑게 쏘아봅니다.
그녀의 말이 그때는 정말 신기하게도 한국말처럼 생생하게 들리더군요.
“내가 어제 말했지, 7시30분까지 일어나야 체크아웃 할 수 있으니까 일찍 자라고!
그런데 너 안자고 밤에 계속 떠들었자나! 내가 너땜에 잠을 못잤어!
그리고 늦게 일어난건 니가 게을러서 그런거지 그걸 왜 나한테 봐달라고 하는거니?
너 오늘 나가는건 뭐라 안하겠지만 오늘 숙박비는 내야 한다!”라며
조곤조곤 차갑고 냉철하게 이야기 합니다.
사실 한국인의 정서로 볼 때 고작 30분 늦은거 가지고 저러나 싶었습니다.
여기가 무슨 최고급 호텔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서 “정말 죄송해요~그래도 30분 늦은거 봐주세요~ 대신 아침 안먹고 나갈께요
욕실도 깨끗하게 쓰고 침실 정리도 다 하고 갈께요~”라며 다시한번 더 사정해 봤지요.
사람이 정이 있지 설마 애걸복걸하면 안봐주겠냐고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그녀는 진정한 프로(?)였습니다. 어느새 제 핑크색 가방을 감춰뒀더라구요.
내가 몰래 도망갈까봐..ㅡ_ㅡ
내가 가방 내놓으라고 하니 돈 주면 가방을 주겠다니..저로서는 도저히 방도가 없습니다.
가방 달라, 돈 달라. 이렇게 30분 가량 실랑이를 벌이다가 저는 포기하고 숙박비를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돈을 가지러 방에 들어가서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가방을 가져와 살며시
내려놓으며 미안하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니가 이해하라며 돈을 받아가네요.칫! 할머니 미워!
정말 어이없고 화나는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쓸데없이 생돈을 날렸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여행객들이 돈을 안내고 도망가는 경우를
많이 격었나 봅니다. 나름 노하우(가방숨기는...)도 있는걸 보면.
다만 그 도망간 사람들이 전부다 한국인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왠지 한국인의 명예에 내가 먹칠을 했구나 라고 생각하니 부끄럽고 함께 지낸 친구들에게도
창피하고, 돈 날려서 배 아픈 늦잠꾸러기의 최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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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흠.. 할머니의 고단수 전략이군요.. 넘 일찍 첵크아웉 타임을 잡고 추가 비를 받는... 여행객들이 늦잠 잘수도 있는거지... 학교가는것도 아닌데..
글도 재미있고~ 그림도 잘 그리시네요^^ 님의 여행기를 보니 제 여행도 새록 떠오르네요 ㅋㅋ
배울 것이 없는데 재밋네요.
아하하~그렇죠..배울게 없죠?
한인민박과 호스텔만 다녔는데요. 한인민박은 인터넷때문에 무지 신경쓰시더라구요. 좋지 않는 말이 바로 퍼질까봐 말이죠. 장사하시는 분이 참 야박하긴하네요. 뭐 그래도 글읽는 전 왠지 재밌습니다^^
처음엔 그 유명한 파벨아저씨네인줄 알았는데 아닌가보죠?
그림이... 완전히 리얼인데여 저도 프랑스 한가람민박에 있었는데 거기 조선족 아줌마 엄청 까칠하다가 가는날 제가 옷을 몇가지 드렸어여 어차피 전 안입으니까 근데 그날 잠깐 2시간 완전 잘 해주시데여..ㅠㅠ ㅋㅋ
아~사람의 심리란..참 얄굳져? ㅎㅎㅎ
헉 너무하다 ㅠㅠ 아무리 그래도 30분동안 샤워를 하거나 인터넷한것도 아닌데 하루치 숙박비를 받다니요 ㅠ 저도 여행갔다가 민박했었는데 좀 마찰이 있었는데 그때 오히려 타지에서의 한국인이 더 무섭더라구여;; 그래서 앞으로는 무조건 호스텔을 이용하겠다며..
슬프당...저도 기대 만땅이었던 체코에 실망많이 하고 왔는뎅...아쉽네여...^^
저도 개인적으로 원칙주의자라 칼같은 면이 있는데요..사실 저도 유럽가서 놀랐습니다..저는 암것도 아니더군요..근데..그건 우리가 이해해야할 문제인듯해요..프라하에 가면 프라하법을 따라야하는거 아니겠어요..ㅋㅋ인정많고 인심후한 우리나라가 좋은면도 있지만 그런 작은거 하나까지 칼같이 지키는 것도 나름 좋은면이 있습니다..무조건 너무하다고만 생각해선 안될일이에요..^^
맞습니다~ 그래서 전 우리나라가 살기는 참~편한거 같아요 ㅎㅎㅎㅎ 이미 익숙한탓?
와 글만읽는게 이렇게 재밌을줄이야^^ 체코인 친구가 있어서 놀러간적이 있는데 주변사람들 얘기를 들어도 그렇고 체코 주부들은 집청소만 하고 사나봐요;;; 진짜 집안이 반짝반짝 정말 먼지한톨 없었습니다 ㅋㅋㅋㅋ여튼 유럽여자들이 청소잘한다는말이 사실인가봐요... 글구 프라하 그 인심없는?할머니 뿐만이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은 공짜나 인심은 거의 없는것같습니다 ㅠㅠ
뭐 이런 곳이 있는지... 기가 막히네요. 아예 방마다 크게 써붙여 놓던지... 할머니의 가방 숨기기도 참 고단수네요. 여튼 날아간 하루치 숙박비를 뒤로 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다음은... 헝가리의 부타페스트네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