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
이보경 사모
며칠을 작정하여 하나님을‘주인님’이라 부르며 기도했다.
아버지라 부르던 분을 ‘주인님’이라 부르려니 낯선 기분이 들었다. 주종(主從)관계의 거리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주인님’을 부르며 헌신과 충성을 결심하는 기도는 그 어느때보다 더욱 진지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내 삶의 주인이 되신다면 마땅히 나는 종으로서의 모습과 마음가짐으로 바르게 서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할 때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요구하는 기도가 아니라 “주인님, 제가 어떻게 할까요? 주인님 말씀해주세요. 주인님이 말씀하시면 그대로 순종하겠습니다.”하는 낮아진 심령으로 주님의 뜻을 알기 원하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하나님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 모셔 들인 후 새로운 인생을 살아온 20년, 내가 계획하거나 힘쓰지 않고도 주인께서 인도하시는 방향대로 살아왔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내가 가려던 문학의 길을 막으시고 역사와 신학의 길로 인도하시더니, 개척교회를 전전하며 작은 일에 충성하는 주의 종으로 삼으시고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셨다. 그리고 목회비서의 자리에서 남편을 만나 사모의 길로 헌신하게 되고, 정확히 1년의 쉼을 주신 후 주님은 우연한 전화 한통화로 편집자로 사역하게 하셨다. 이 편집일로 남편이 석사 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리고 현재 사역지인 교회에서 전도와 훈련으로 지경을 넓혀주신지 만 4년의 오늘까지….
아무 소망 없이 허물어지던 내 영혼을 일으켜 종으로 불러주신 하나님께서 주인의 뜻대로 먼저 계획하시고, 그 계획대로 소원을 품게 하시고 이루어 오신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주인님의 계획하심이 지난 20년만이겠는가! 앞으로 주인님을 위해 살아야 할 더 많은 시간을 주인님의 뜻대로 이루시지 않겠는가? 기대해 본다.
주인님이 나를 부르실 때, 처음에는 그 뜻을 잘 알지 못해 머뭇거리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내게 늘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게 하셨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내 자아를 내려놓게 하시고 주인님의 강권적인 힘 앞에 굴복하게 하셨다.
주인님이 내게 물으신다. “이제까지 네 힘으로 해 온 것이 있느냐? 다 내가 너를 위해 한 것이 아니냐?” 이렇게 분명한 주인님의 살아계신 역사를 어떻게 부인할 수가 있을까? 욥처럼 그렇게 고백할 뿐이다. “저는 정말, 무가치한 사람(무익한 종)일 뿐입니다. 제가 무슨 대답을 하겠습니까? 단지 입을 가릴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주인님께 충성을 맹세한다. “이제까지 제가 주인님이 주시는 꼴만 받아먹고 누리는 애벌레와 번데기 같은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자아에 얽매인 무거운 고치를 벗어버리고 주인님을 위해 날아오르는 새생명이 되고 싶습니다. 이제는 주인님의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그 뜻을 알고 순종과 충성을 다하는 종이 되겠습니다. 제 마음을 비워 인생을 비워 주인님의 눈물과 웃음으로 채우고만 싶습니다. 주인님, 부족한 종의 열렬한 사랑의 헌신을 받아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