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5월에는 많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성모의 밤, 첫 영성체, 청소년 음악회, 구역미사, 성령강림 찬양의 밤, 사제 서품식, 중남부 남성 제 17차 꾸르실료, 견진성사, 주일학교 여름 캠프, 포트워스 성당 주일미사'가 있었습니다. 포트워스 성당 신부님이 비자 연장을 위해 1달 동안 한국으로 가셨고, 포트워스 성당 미사를 도와 드려야 했습니다. 행사가 겹친 날도 있었습니다. 첫 영성체와 청소년 음악회가 같은 날 있었고, 꾸르실료와 견진성사도 같은 날 있었습니다. 어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여러 행사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제서품식입니다. 한국의 사제서품식이 질서정연하다면 미국의 사제서품식은 자연스러웠습니다. 서품식 중에 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새 사제들과 친교의 포옹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선배 사제들은 축하는 인사를 건네며 포옹하였고, 새 사제들은 활짝 웃으며 인사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성령강림 찬양의 밤입니다. 짧은 시간에 음악 봉사자들이 연주와 노래를 준비하였고,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는 것과 같다고 하셨는데, 본당에는 재능을 가진 분들이 있었습니다. '라우다떼' 찬양 팀이 음악피정도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풍랑을 잠재우는 예수님'의 이야기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호수를 건널 때입니다. 심한 풍랑에 배가 몹시 흔들렸습니다. 제자들은 그러다가 배가 뒤집어 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누워서 편안하게 주무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풍랑을 잠 재우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왜 겁을 내느냐?" 저는 풍랑을 잠재우시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1998년 26년 전의 일입니다. 동생 수녀님이 백령도 성당에 있었고, 백령도 성당의 신부님이 동창이었습니다. 저는 동생 수녀님도 보고 동창 신부님도 보기 위해 연안부두에서 백령도 가는 배를 탔습니다. '임당스'라고 중간 쯤 갔을 때입니다. 선장의 안내 방송이 있었습니다. 풍랑이 심해졌는데 돌아가는 것보다는 그냥 백령도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풍랑이 거세지면서 사람들은 배 멀미를 시작했습니다. 건장한 해병들도 멀미하였고, 저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심한 멀미를 했습니다.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고생하고 있을 때입니다. 백령도 주민들은 대부분 별 이상 없이 멀쩔하였습니다. 풍랑이 거세지면서 백령도 주민들은 바닥에 누웠습니다. 저도 따라서 바닥에 누워보니 신기하게도 속이 편해졌습니다. '불난 곳에 부채질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도 욕심, 시기, 질투, 미움, 욕망의 풍랑이 불곤 합니다. 그럴 때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수님처럼 누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풍랑이 사라지고, 평온한 마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침묵 속에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 2024년 5월은 지나갔습니다. 일정표의 31칸이 거의 채워졌습니다. 31칸을 그리스도와 함께 했다면 하느님의 나라에 그 날들이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31칸을 나의 욕심과 나의 뜻으로 채웠다면 옛것으로 지나가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옛것은 시간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새것 또한 시간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욕망과 욕심을 채우는 시간은 언제나 옛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30칸이 비워있는 6월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신학교에서 사제에게 필요한 덕목이 3가지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표징을 읽고, 식별한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세상의 것이 아닌 하느님의 의로움과 하느님의 뜻을 찾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기도하는 사제, 공부하는 사제, 건강한 사제는 30칸의 날에 늘 새것을 채울 것입니다. 2024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나갑니다. 지난날들에 옛것을 채웠다면 남은 날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새것을 채우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한 분께서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고 그리하여 결국 모든 사람이 죽은 것이라고 우리가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