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내는 신호
청림 김정호
사람이 나이가 올라가면 동작이 둔해지고 멍해지기 쉽다. 어떤 사람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만용蠻勇을 부려보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얼굴에 검버섯이 피면 저승꽃이라 했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하늘이 보내는 신호다.
나이별로 생존 확률을 도표로 만든 것을 지상을 통해서 보았다. 80대는 약30%생존하고 100세는 몇 명이라고 했다. 곧 120세를 바라본다고 하는데 생존 확률이 올라갈 것 같다. 생존만 해서는 삶의 의미가 없다. 삶의 질 즉 인간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75세가 넘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걸어 다니고 생활 할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젊은 사람들도 건강이 중요하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나의 친구들은 대부분 이제 하늘의 신호를 수시로 받고 있다.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친구들을 만나보면 어딘가 아픈 사람이 대부분이다. 들어내 놓고 말은 잘 하지 않지만 기저 질환이 있다. 흔히 말하는 3고 질병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중에 한두 가지는 있는 것 같다. 간혹 전혀 없이 건강한 사람도 있다.
친구 중에는 어디 가서 며칠 쉬는 여행은 반가워하지 않는다. 제일 귀찮은 일이 약을 챙겨가는 것이고 타지에 가면 잠을 설치는 것이라 한다. 나 역시 딸아이가 자기 집에 와서 며칠 같이 있자고 해도 잘 가지 않는다. 남의 집에 선 듯 가는 것이 반갑지 않다. 노인이 되면 거처를 가급적 옮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이사를 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야 되며 잠시 어디를 가는 것도 망설여진다.
얼마 전에 동문 부부 6명이 무더위 속에 여행을 했다. 나는 여행을 간다면 괜히 마음이 들뜬다. 더위도 아랑곳없이 동해안을 2박3일 다녔다. 울진 성류굴을 찾았다. 몇 차례 다녀왔지만 근래는 가보지 않았다. 옛날에는 북쪽으로만 갈 수 있었지만 남쪽으로도 길이 잘 되어있었다. 차에 내리니 가게에서 호객呼客이 심하다. 여름철에 방문객이 많지 않으니 손님이 귀했다. 굴 입구에 도착하니 경로 우대로 입장할 수 있었다. 굴 안에 들어가니 전에 보다 시설이 월등하게 좋았다. 전기 시설과 통행로가 지나치게 잘 되어있다.
굴 안에 들어서니 안경을 끼고 다니면 불편했다. 금방 안경에 서리가 끼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울림소리에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내가 울진 성류굴에 처음 간 것은 1968년 가을이었다. 군 생활 중에 동해안으로 출장이 있어 지나는 길에 들렸다. 그때는 개방되고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서 겨우 전기 시설이 되어 길을 밝히고 별다른 시설은 거의 없었다. 그 후 점차 시설이 보강되어 지금은 오가는 길이 별도로 구분되어있고 오르내리는 곳에는 사닥다리 같은 길이 잘 되어있다. 굴을 나와서 우리를 호객하던 가게에 앉아서 주인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늘의 신호는 눈과 귀 여러 곳으로 오고 있다. 시력이 약해진다. 이제 대강 보라는 하늘의 명령 같다. 자세히 보고 간섭하지 말고 대충보고 그러려니 하면 좋다. 청력도 약해졌다. 보청기를 해도 시원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자세히 듣지 말고 흘러 들어라는 신호다. 말소리도 희미해져간다. 젊을 때 카랑카랑하던 발음이 이제 힘이 약해졌다. 말을 적게 하고 잘 듣는 것이 좋다. 치아도 헐렁거린다. 틀니를 하기도하고 임플란트를 하기도 하지만 영구치는 아니다.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탐식하지 말라는 신호다.
조금 오래 걸으면 허리가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 많이 걷지 말고 뽐내지 말라는 신호다. 내 친구 한 명은 발이 아파서 잘 걷지 못한다. 족저근막염이 심해서 30m를 걷지 못하니 여행은 거의 포기한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도 신중히 생각한다. 젊을 때 술 잘 마신다고 자랑하고 줄 담배를 피우던 친구들은 거의 환자 되었거나 고인故人이 되었다. 친구가 상당한 기간 소식이 없어 알아보면 병 치례를 하거나 투병중인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요양원에 입원했거나 치매 환자가 되어서 가족이외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늘이 보내는 신호를 신중히 들어야하는데 아직도 허욕虛慾을 부리고 날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게 되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그리고 하늘이 보내는 신호를 귀담아 들으려고 마음을 다진다.(2022.9.4.)(대구의 수필2022년도 년간지에 게제)
첫댓글 교수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올해도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는 더욱 왕성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