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이
정희와 청문이가 사는 동네에 준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네 명 살고 있었다.
장준혁
이준혁
김준혁
정준혁
흔하지 않은 이름 같아도 의외로 준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준혁이라고 하는 사람이 이사를 와서 한 명이 늘었다고
준혁이라는 사람이 많으니 이름 부를 때 조심해야겠다는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날 누군가 "준혁 씨!" 하고 불렀다. 동네에서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여기저기서 "왜요?"라고 하며 다가왔다. 어떤 사람은 저기도 준혁이라는 사람이 있다며
알려주기도 했다. 부른 사람이 준혁이라고 다가온 사람들의 얼굴을 보더니 "장준혁 씨가
누구시지요?" 묻자 그중 한 사람이 "전데요, 왜 그러시죠?" 했다.
"문제가 있는데 같이 좀 가실까요?"라고 했다. 그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흩어지고 장준혁이라는 사람만 자신에게 같이 가자는 사람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장준혁이라는 사람은 성격이 수더분한 성격이 아니었다. 더구나 동네에서 별난 성격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옆에 사람만 있으면 물건을 빼앗고
장난을 하는 건 예사였다. 화를 내면서 하지 말라고 해도 오히려 얼굴을 험악하게 하며
심하게 장난을 했다. 그런 성격의 준혁 씨였기에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아예 동네 사람들이 가까이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괜한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방책이었다.
"세상에 장준혁이라는 사람 못쓰겠구먼." 민후라는 동네에서 이장에 해당하는 한자리 하는
사람이 말을 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글쎄 다른 동네 사람하고 술 마시다가 장난한답시고 때렸는데 맞은 사람이 심하게 다쳤다는군."
"그 버릇 어디 가나. 동네에서도 날마다 사고를 치더니 남의 동네에서까지 그랬대요?"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했다. 그 옆에서 듣고 있던 김준혁이라는 사람이 한 마디 했다.
"혹시 준혁이라는 이름을 부르면 성이 뭔지 꼭 물어봐야겠네. 나를 부르는 줄 알고 대답했다가
오해받으면 안되잖아요?"라고 하자 다들 껄껄거리면서 웃었다. "그말이 맞네." 맞장구까지
쳤다. 사람 사는 곳이면 문제도 많고 탈도 많다고 하지만 정희와 청문이가 사는 동네도
조용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