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15일..크리스마스를 열흘 앞두고 나는 훈련소에 입소를 하였다.
진주 공군 교육사령부 연병장에서 내또래의 젊은이들이 가족,친지,애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왠지 서글프다...오늘따라 왜이리도 엄마가 보고싶은건지..
"연병장내 계신 후보생 여러분께선 앞으로 나와 주시고 가족,친지분들께선 옆으로 물러서
주시길 바랍니다" 안내 방송에따라 나와서 줄을서고 "가족 친지분들께 경례" "필승!!"
그때 우리 아버지께선 "승우야 잘해라.."하시며 쓸쓸히 가시는 뒷모습이 너무도 슬퍼 보였다..
다음날 1.5.KM달리기를 하고 합격자 발표후, 난 정식으로 제 189기 공군 부사관후보생이 되었다.
그날밤엔 잠을 설쳤다..아버지는 집에 잘 들어가셨을까...나에게 진리를 알려준 면태형은 잘 있을까??
입대전엔 아빠에게 내가 유일한 돌봐줄 사람이었는데 어쩔지...여러가지 번뇌와 상념에 사로잡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입대 3일째되는날에 머리를 깎았다..한가닥,두가닥씩 잘리는 내머리를 볼때마다 왜이리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지...진짜 남자인생에있어서 군입대할때 제일 많은 상념과 생각을 하는 시간이 군입대
전 머리를 깎는 시간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나서 전투복과 군용배낭,각종 군수품을 지급받고 그날 부터힘든 훈련은 시작되었다..매일아침
부터 저녁까지 각개전투,화생방훈련,화기학훈련,기지구보등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나갔다..하루에
10키로 이상 뛰고 흙먼지를 계속 들이마시다보니 훈련소 3달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식사를 하고나면 2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그시간에 동기들은
대부분 편지를 쓰거나 잡담을 나누곤한다..TV,잡지,신문,라디오,핸드폰,그외 기타등등...훈련소의 생활은
거의 인간문명의 이기를 거의 누리지 못한다..유일하게 허락된 서적이라면 군종실에서 주는 "좋은생각,마음의
양식,성경책"...뭐 이런것들이었다..그땐 그게 어찌나 재밌던지...
그렇게 점호를 마치고 취침을 하게되면 또 상념에 젖게되고,그 상념속으로 스르르 잠든다..
그러다가 불침번 근무를 나갈때면 어찌나 나가기싫던지..겨우 졸음을 참고 1시간의 불침번
근무를 마치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빠빠빠빠바 빠빠라빰 기상!기상!" 기상나팔이 분다...정말이지 오늘따라 저 기상나팔을 부셔버리고싶다..
그렇게 똑같은 하루를 보낸다..대다수가 남자지만 간혹 여자동기들도 보인다...조교의 얘기를 잠시 하자면
김민영이라는 여군 조교가 있었다..일명 우리들 사이에선 '싸이코,악마' 로 통하는 자이다...
그조교한테 기합을 얼마나 심하게 받았는지 얘기하자면,팔굽혀펴기를 하는데 한번도 쉬지않고 2-300개를 시키고
완전군장 오리걸음으로 연병장 5바퀴를 돌게하며 전투훈련장으로 갈때 거의 10키로 되는거리를 계속해서 오리걸음
으로 가게하는...말그대로 악마였다...지금은 뭐하고 있을지..
그렇게 8주를 힘들게 정신없이 보내고 드디어 2박3일의 꿀맛같은 외출을 나오게됐다..우리 공군 부사관후보생은
훈련소8주차에 외출을 보내준다..전날밤은 정말 잠이 오지 않았다..."드디어,드디어 내일이면 아버지를 볼수있고
친지들을 볼수있구나..."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 오니 정말 공기가 달랐다..가게에들러 담배한갑을 사고 한대피워문다..세상에..
이건 담배가아니다...올림포스산에서 신들이 먹는다는 암브로시아와 넥타르가 이보다 맛이 있을까...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아버지께서 마중나와 계신다...1시간전부터 기다리셨단다...
너무 반가운나머지 아버지를 끌어안았다...그때 아버지와 엄마산소에가서 인사드리고 이틀간의 여행을 했다..
산,바다,강...조물주가 빚어놓으신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느꼈다..여관에 들러서 잠을잤다..꿈에 엄마가 곱게차려
입고 갖은 진수성찬을 차려놓으셨다..흐느껴우시며 "내새끼..남들은 아들 군대가면 엄마가 이런것도 해준다는데..
많이 먹으렴 내새끼..."하셨다...그렇게 내가 눈에 밟히셨을까....
3일간의 짧은 외출을 하고나서 복귀할때 또다시 아버지가 눈에 밟힌다...정말 복귀하기 싫다...또다시 7주동안
행군,각개전투,화생방,화기학훈련을 받고 임관하는날 아버지께선 군복을 입은 내모습을 자랑스러워하신다...
훈련소시절,담당조교가 했던말이 떠오른다.."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군생활이 힘들다고 느낄때마다 고개를들고
밤하늘의 달과 별을 감상할수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그리고 힘들때마다 이 힘들고 지랄같았던 훈련소를 떠올려라..
이런것도 견뎌냈는데 이까짓것은 얼마든지 이길수있다..이렇게 마음으로 외쳐라.그러면 두려운것은 없어진다.."
벌써 4년전의 얘기다..이제는 전투복에 예비군 마크를 부착하고,진짜 전쟁터인 사회로 나가고자 한다..이글을 쓰면서
20대의 절반을 보냈던 시절들이 아로히 떠오른다...육군병으로 갔으면 2번을 제대하고도 3개월을 더했을 4년3개월의시간들..
로션대신 위장크림을 바르고 땀과먼지에 절은 전투복을입고 무거운 철모를 눌러쓰고,총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훈련을
받고 나라를 지키는 하나의 일원이었던 그시간들이 훗날 나에게 큰 양식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않는다...이제다시 시작이다..
화이팅!!!
수고하셨어요. ^^ 저는 님보다 일년먼저 해군부사관으로 가서 제대한지 이제 2년차가 돼갑니다. 제대하고 보니 정말 군대란곳이 큰 울타리였구나 하고 제대하지 말라고 말리던 사람들을 뿌리치고 나온 제가 어리석었구나 느껴요. 사회가 그만큼 어렵단뜻이지요. 하지만, 님은 잘하실꺼 같네요. 힘내세요. 화이팅! ^-^
첫댓글 제대축하드려요..^^좋은일만 가득하시길..^^;;
수고하셨어요. ^^ 저는 님보다 일년먼저 해군부사관으로 가서 제대한지 이제 2년차가 돼갑니다. 제대하고 보니 정말 군대란곳이 큰 울타리였구나 하고 제대하지 말라고 말리던 사람들을 뿌리치고 나온 제가 어리석었구나 느껴요. 사회가 그만큼 어렵단뜻이지요. 하지만, 님은 잘하실꺼 같네요. 힘내세요.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