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유행했던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요즘에 와선 수정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어느 분야이든 위대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만(一萬)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경험칙. 예를 들어, 하루에 세 시간씩 십 년이면 일만 시간이 되는데, 이 시간 동안 한 가지 일에 관하여 노력하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하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가 '과연 그럴까?'로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어떠한 성취를 거두는 것은 재능에 달린 일일까, 아니면 운 덕분일까? 이 주제는 나올 때마다 사람들 사이에 논란거리가 되는 주제다. 각각의 영역에서 성취를 거둔 사람들을 살펴보면 어떤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마주쳤던 인생의 행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대체 이 문제의 정답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이 문제는 재능의 영역이란 견해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특별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그 때문인지 이 특별한 재능의 근원을 특별한 혈통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다. 영웅은 타고 올라가면 그만큼 특별한 핏줄을 타고 난 것이고 그 재능이 바로 특별한 핏줄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이러했던 과거의 인식은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별하지 않아도 노력을 통해 재능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한 세대 전엔 바로 이러한 신념이 시대를 지배하고, 확고한 '통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이 큰 뒷받침이 되었다. 폭발적인 경제성장률 덕분에 베이비붐 세대는 말 그대로 그들이 기울이는 노력에 따라 결과를 얻어 나갔다.
이러한 인식에 대중적으로 균열을 낸 것이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이다. 아웃라이어의 핵심 메시지는 개인의 성취와 결과에는 환경과 운이 매우 큰 영향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 메시지를 위해 꺼내든 것이 그 유명한 '1만 시간의 법칙'이다.
1만 시간의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알려진 이 주장은 '노오력'을 외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웃라이어>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을 1만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다. 누구나 1만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을 제공받진 못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심지어 글래드웰이 인용했던 '1만 시간의 법칙'의 근거가 되는 연구를 발표했던 K. 앤더스 에릭슨은 아예 재능의 존재를 부정하는 입장이다. 그가 아웃라이어로 인한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쓴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그냥 1만 시간이 아니라 '의식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의 1만 시간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의식적 연습'이란 개인의 한계를 살짝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한 매우 밀도 높고 체계화된, 집중력과 정확한 피드백이 필수적인 연습이다. 에릭슨은 재능과 관계없이 1만 시간의 의식적 연습이 뒷받침된다면 우리가 재능이라 부르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에릭슨의 이 주장을 인용해 '당신들도 뭔가를 이루려면 노력해서 의식적 연습을 하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노력'도 환경과 운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노력은 분명 개인의 실력과 성취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노력은 이를 투입할 수 있는 개인의 환경, 그리고 재능을 배제하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환경과 재능 등은 개인이 노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임을 생각해봐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노력(grit)에 유전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True Grit and Genetics: Predicting Academic Achievement From Personality) 또한 존재한다. 노력에 미치는 영향을 가정환경과 유전의 요소로 나눠 분석해본 결과 유전과 노력의 상관관계가 86%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성과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노력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없으며 때로는 그 노력조차 유전적 요인으로 주어진 성향일 수 있다. 노력은 매우 주관적이며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노력' 그 자체보다는, 노력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적 도움과 재능을 포함한 '행운'이 현실에서 더욱 고려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오마이 뉴스, 김영준
특히 요즘 보면, 부모의 힘이 자신의 노력보다 훨씬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자주 봅니다.
예전에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던 태초의 얘기가 전해진 것 같습니다. 부모가 가진 권력의 힘이 클수록 자식이 얻을 수 있는 행운이 더 크다는 것을 요즘 뉴스가 잘 보여주고 있어 씁쓸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