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가 고전하는 이유로 여러가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투톱이 안맞는다는 둥, 미드필드가 실종되었다는 둥, 팀전술이 없다는 둥.. 하지만 축구란 경기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전략과 전술 그리고 월등한 선수라도 상대팀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입니다. 독일은 화려하지 않지만 과감한 태클, 몸싸움 등으로 탄탄한 수비력, 0.01초라도 낭비하지않고 달리는 스피드 윙어(차두리 스타일), 그리고 확실한 공중우세로 이어지는 공격. 그리고 척봐도 뭔가 짜임새 있어 보이는 패싱과 위치선정. 이것이 독일의 압박감이죠. 이 독일한테 이기는 방법은 보다 확실한 기동성과 민첩성입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죠. 대부분 그렇게까지 못하니까 밀리게 되고, 특히 아시아권 팀은 독일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독일이 허구헌날 지는 팀이 북구권팀입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팀입니다. 왜냐? 독일이 가진 장점을 발휘하기엔 그만그만하거덩요. 2002년의 히딩크 월드컵팀은 분명히 우리보다 강팀과 싸우기 위해 조직된 팀입니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미드필드가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전술적인 스피드랄지,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의 특성이던 스피드가 줄어든건 사실입니다. 94년 월드컵때 독일에게 3-0으로 뒤지다가 2골 만회 한적이 있습니다.
특히 후반전은 거의 한국이 밀어붙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2002년에 미드필드를 강화한 한국팀은 겨우 2번의 골찬스가 있었을 뿐입니다. 다른 팀에겐 효과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고만고만한 미드필드로는 독일을 제압하기는 어려웠다는거죠. 만약 오직 한국이 독일을 잡기 위해 스피드와 민첩성 위주로 팀을 꾸렸다면 어땠을까요?
축구란 이래서 상대적입니다. 지금 우리 국가대표가 처해있는 상황이 이것보다 더 악조건입니다. 지금의 축구대표팀은 2002년의 멤버, 그리고 그 분위기입니다. "경기를 지배하라"라는 원칙 때문에 미드필드가 강화되었는데, 월드컵예선전에서는 게임이 시작해서 휘슬이 울리면 상대는 이미 경기 주도권을 내주고 시작하죠. 베트남, 레바논, 몰디브 다 그랬습니다.
현재의 대표팀은 애매합니다. 이게 강팀과 싸우고자하는 2002년이 월드컵팀도 아니고, 약팀과 싸우고자 하는 팀도 아닙니다. 차라리 다 잊고, 2002월드컵 이전의 스타일로 아예 되돌아갔으면 예선전에서 결코 고전하지 않았을껍니다. 뻥축구도 무관합니다. 전방에 최용수, 이동국, 조재진... 이런 원톱 스트라이커를 좌락좌락 배치한다면 말이죠.
그렇다고 이 선수들이 월드컵에 나가서 빛을 발휘할 스타일이냐? 그건 또 다른 문제거덩요. 그러니까, 월드컵예선이라고 해서 그리고 그 월드컵예선에서 승리를 하면 할수록 본선에 가면 더 위험한 팀이 되는게 한국의 입장입니다. 분명 이런 점을 한국축구관계자들은 알고 있을겁니다. 문제는 팬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는거죠.
유럽,남미의 강호들과 싸워서 멋진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들이 나와서 싸워주고 그렇게 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상대가 달라지면 상대하는 법도 달라야하는 것을 우리 팬들이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