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송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분수 옆에서 오수를 즐기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깨웠다. 선배 장기홍 형이다.
동생! 이 시를 읽어 보게!
나의 감각을 화들짝 놀라게 한 시는, 형의 장인인 함석헌 선생이 쓰신 것이다.
그대는 그런 사람 가졌는가?
만 리 길 나설 때 처자식 맡겨놓고, 맘 놓고 떠날, 그대는 그런 사람 가졌는가.
세상이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사람 마음이야!’ 하고 믿어줄, 그대는 그런 사람 가졌는가.
배가 침몰할 위기에도 구명대를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대는 그런 사람 가졌는가.
사형장에 끌려가도 세상 빛을 위해, 저이만은 살려두라고 외칠, 그대는 그런 사람 가졌는가.
세상 떠날 때 ‘저이만 남아 있으면 됐어! 하면서 웃으며 눈감을, 그대는 그런 사람 가졌는가.
찬성보다는 ‘아니야!’하고 머리를 흔들며, 어떤 유혹도 물리칠, 그대는 그런 사람 가졌는가.
함석헌
도반(道伴)이여!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저 삶이
정말로 아름다움인 줄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나의 동행자이며 도반이라는 것을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이정선
국민 애송시
서시(序詩)
죽은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첫댓글 윤동주님 서시와
세상을 살아 가면서 진실한 벗이 현세는 있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님의 서시 가장 마음에 듭니다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애송시 일수도 있는 것이지요
글 잘 보고 갑니다
고운 시 향 젖고 잘 감사하였습니다. 추어진 계절에 따뜻하게 잘 내시기를 바랍니다.
수고하였어요. 멋진 주말 이어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