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운동 아니 인생살이가 자신과의 싸움임에는 틀림이없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이란 시간을 향하여 그 흔적을 남기고 달려가는 긴 여정의 마라톤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생명은 탄생이 있으면 그 끝에 죽음이라는 단어로 장식된 종점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보았다. 그 종점을 향해 고통과 즐거움과 좌절과 분노를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쉼없이 달려가는 건각들을 ...
때로 그들은 미친듯이 달렸고 때로 그들은 인생의 패잔병같이 축 처진 몸으로 걸었고 때로는 모르는 누군가와 동반되어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한 미소를 입가에 가득 머금고 빠른 속보를 하기도 했다.
65KM반환점에서 의무자원봉사를 하는 나로서는 그들이 중간 지점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다시 100KM 도전자에게는 다시 67.5KM 통과점이 되는 지점에서 그들이 처음 32.5KM를 통과할 때의 모습과 다시 같은 자리에 67.5KM를 통과할 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수 있었다.
더러 중간에 차량을 요구하면서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
더러 불편한 다리를 질질 끌면서도 완주를 고집하는 사람.
더러는 삼삼오오 축제의 분위기로 도전을 하는 사람 ...
모든것이 인생의 축소판이었다.
난 그날 분명 의원님을 비롯하여 우리 홍사연 회원들과 1500명의 건각들의 인생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행운을 보았다.
처음 도전이라는 한 분은 죽어도 다시는 안하겠다면서 이 앞을 지나간 사람이 몇명인지를 묻기에 바빴다.
무슨 의미일까?
그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혼미한 상황에서도 경쟁의식을 놓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속성인지도 모를일이다.
잘하는 사람일수록 불평이없었다.
조직위의 준비에 감사했고 푸짐한 음식에 경탄했고 더러는 자신의 식사를 손수 준비한 사람들도 눈에 보였다.
아마도 손수 음식을 준비한 사람들은 지극히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에 대하여 소심한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반대로 규정을 어기고 음주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나 기록이 걱정스러울정도로 처지는 사람일수록 짜증과 진행에 시비를 걸어왔다.
모두에게 같은 길이 왜 유독 그에게만 이정표가 보이지 않았고 진행요원이 보이지 않았으며 왜 그가 먹는 닭죽만 소금덩어리고 불평은 끝이없었다.
그들은 누가 제지하지 않아도 32.5KM에서 경기를 중단했고 차량을 요구했다.
이미 음주를 즐긴 사람은 심장의 부담으로 뛴다는 사실이 끔직했을 것이다.
운동중 음주는 금기이며 이는 규정일 것이다.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정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시작한다.
더러는 그 규정을 잘지키면서 이용하기도 하고 누구는 그 규정이 형평성의 원칙을 잃었다고 푸념만 늘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날 분명히 보았다.
발목이 골절된 후유증을 가지고 평소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설정한 구간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오는 환갑의 한 남자를 분명히 보았다.
그는 이정표가 잘보이 않는다고 불평하지도 않았고 너무 어두워 힘들다고 불평하지도 않았고 자신이 가장 꼴지라는 사실에도 불평하지 않았다.
대회를 준비하고 반환점에서 고생하는 자원봉사자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는 그를 보았다.
뿐만아니라 시집가기전에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만들고 싶어 참가했다는 29살의 화곡동에 살고 있는 한 여성분은 우스면서"시집살이가 마라톤보다는 덜하지 않겠어요?"하면서 애교를 보였다.
아버지의 마라톤을 온가족이 후원하고 즐기는 가족들도 있었다.
아니 부부가 나란히 달리고 아이들이 응원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인생의 한 장면 한장면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처럼 그들은 쉬는 시간에서조차 나머지 거리를 염려했고 준비했다.
어쩌면 이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정확한 모습일지 모른다.
항상 준비하고 생각하고 계획하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했다.
난 그날 수많은 모기와 싸우면서 너무도 많은 공자 예수 석가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한 밤이었다.
대회운영상의 아쉬운 몇가지는 조직위원회에 건의 하기로 하고그날 나에게 무한의 가르침을 보여준 그 많은 생의 스승들에게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같이하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첫댓글 다음엔 함께 뜁시다.
^^*...고생하셨습니다.....
뭘 그런 심한 말씀을 하십니까?
자원봉사도 완주 이상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입니다.고생 많으셨습니다.
행사 진행의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참가하지 못한것이 아쉽지만 글을통해 다소 해소되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
수고 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