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삼한일통의 복식사글]고신라 복식의 변화는 흉노의 영향이었을까?

[삼한일통]

서론

한국복식사에 대해 입문하는 이들은 『한국복식사 개론』이라는 책을 구비해서 읽곤 하고 『한국복식 문화사』를 저술해서 복식 분야 관심있는 분들이 한번쯤 들어봤을 저자 김문자 선생은 수원대 의류학과 명예교수 겸 한복고증연구소 소장으로서 복식 분야에서는 이름 있는 분이시라 할 수 있다.

다만 고대 신라, 가야 복식이나 갑주류가 북흉노 일족이 신라 상층을 지배하여 갑주형태가 변화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그렇게 결론 짓는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나름 개인 견해를 섞어서 작성하려고 한다.

글 쓰기에 앞서서 먼저 김문자 선생께 관련 부분에 대해 질의하였고 김문자 선생님에게 답장이 왔기에 그 내용을 위주로 서술해보고자 한다.

고신라와 흉노의 관계?

김문자 선생님에게 질문한 내용은 이렇다.

삼한일통: 신라의 갑옷이 3~4세기 판갑⇒ 4세기 이후 찰갑으로 변화한 양상이 북흉노세력이 신라 상층부를 지배해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만 고구려와의 교류 및 전쟁이라는 요소로 변화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지요?

김문자 선생님의 답변: 질문 감사하다. 아래 내용으로 답변을 하고자 한다.

이사부에 의해 금관가야는 역사에서 사라지지만, 마지막 임금 구해왕(구형왕)의 자손들은 왕족의 대우를 받으며, 신라에 고위관리직을 맡아 신라의 영토확장과 삼국통일에 크게 기여함.


정복국가 신라가 금관국의 패망 왕조에 대해 특별 대우를 했다. 532년 금관국의 구해왕이 왕비와 맏아들 노종(奴宗), 둘째 아들 무덕(武德), 막내 아들 무력(武力)과 함께 항복했다. 법흥왕은 구해왕에게 최고관직인 상대등 자리를 주고, 금관국을 식읍(食邑)으로 삼게 했다.


주변 국가를 무참하게 정복하며 국세를 키워온 신라가 패전국의 왕과 그 일족을 살려주고, 후하게 대접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구해왕의 아들 김무력과 무력의 손자 김유신은 신라의 1등 공신이 되고, 진골 대접을 받는다. 경주 김씨와 김해 김씨의 선조들은 서로 다른 나라를 만들어 죽고 죽이는 전쟁을 벌였지만, 일단 가야김씨 쪽에서 항복을 선언하자, 신라 김씨 쪽에서 화해를 선택한 것이다. 한뿌리 에서 나왔다는 핏줄 의식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신라 김씨 왕족과 금관국 김씨 왕족은 모두 한(漢)나라 무제(武帝)때 벼슬을 한 흉노족 휴도왕(休屠王)의 태자 김일제(金日磾)의 후손이다.
한무제는 흉노족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곽거병 장군 지휘 아래 대군을 북방에 보내 흉노를 공격하고, 흉노 왕족인 김일제 일파를 잡는다. 한나라에 끌려온 김일제는 한무제의 말을 관리하며 신임을 얻다가 한 무제의 암살사건을 막은 공으로 산동성 지역의 제후인 투후(秺侯)로 책봉됐다. 아울러 한무제는 흉노가 금인(金人)을 만들어 천신에게 제사 지내는 풍습을 보고, 김일제에게 ‘김(金)이라는 성씨를 내렸다.
산동성 제후가 된 김일제는 흉노 3만명을 산동성으로 이주시켰고, 그의 후예들이 나중에 한나라 조정의 실권을 잡는다. 김일제의 증손인 김당은 서기 8년 이모부인 왕망(王莽)을 도와 한나라(전한)를 멸망시키고, 신(新)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한(漢) 왕조의 유(劉)씨 세력들이 전국에서 힘을 결집해 신(新)나라를 멸망시키고, 다시 유씨 왕조(후한)를 세우자, 김일제 후손들이 대거 한반도로 내려와 신라와 가야의 왕족이 됐다. 따라서 신라의 김알지, 미추왕, 내물왕, 금관국의 김수로왕이 모두 흉노 휴저왕의 태자 김일제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이 가설의 증거로 두 비문이 제시되고 있다.
1)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 문무왕의 비문에는 ‘□侯 祭天之胤傳七葉(□후 제천지윤 전칠엽’이라는 글귀가 있는데, 여기서 글자가 해독하기 어려운 □를 ‘秺’로 읽어 투후 김일제의 7대손이 신라 김씨왕조의 시조가 됐다.
2) 최근 시안(西安)에서 발견된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에서 “먼 조상 이름은 일제(日磾)시니 흉노 조정에 몸 담고 계시다가 한에 투항해 무제(武帝) 아래에서 벼슬을 하셨다. 명예와 절개를 중히 여기니 무제가 그를 발탁해 투정후(秺亭侯:투후)에 봉하니 이후 7대에 걸쳐 벼슬함이 눈부신 활약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김씨부인은 당나라 조정에서 벼슬을 한 신라의 김충의(金忠義)의 손녀이자, 김공량(金公亮)의 딸이다. 이 비문은 문무왕비의 내용을 확실하게 뒷받침했다.


외국인들에게서 “한국사람들은 김씨만 있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김씨가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성씨이기 때문이다. 2000년 주택인구조사에서 전체 인구의 21.6%를 차지했고, 인구 1천만을 넘어 서울 인구를 상회한다. 거의 대부분 김씨 본관이 경주 김씨와 김해 김씨에서 갈라졌다. 따라서 김씨의 뿌리를 찾는 연구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자아냈고, 김씨가 흉노족의 후예라는 주장이 단군의 자손으로 알고 있던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줄 만했다.
논리 전개의 일부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일제는 바로 그 흉노의 왕자였으며 고신라 김씨 왕조의 김일제 후손설이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스키타이-흉노 세력은 몽골의 노인울라 지역까지 파급되었으며 이들의 문화 역시 親서방적이다. 그런데 北아시아에서 강성했던 흉노세력은 기원 후 1세기에 남북으로 분열되었고, 그 중에 북흉노는 서진(西進)하여 4세기 중엽에 이르러 서방세계에 (훈족으로) 출현한다.
권영필 교수는 신라가 한국의 동해안 루트를 항상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었고 이 해안길을 따라 북상하여 북방 초원과 연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권 교수는 신라에 갑자기 나타나 고분을 만들고 되는 기마민족이 스키타이 문화를 받아들인 흉노계일 뿐 아니라 유럽 쪽으로 가서 훈족이 되는 북흉노의 일파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방송 Leaning TV는 1997년에 훈족의 원류가 신라 가야라고 확정 지으면서 한반도로부터 유럽에 이르는 훈족의 가상 이동경로인 “Ko-Hun Road”라는 지도를 만들어 제시까지 하였다.
내물마립간(356-402)부터 사용된 마립간의 '간(干)' 자는 우두머리를 뜻하는 북아시아 유목민족의 호칭 칸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유목민족을 조상으로 둔 헝가리에 마립간과 비슷한 발음의 '마리크'라는 단어가 있는데 뜻은 영웅이라고 한다. 간 중의 간' 마립간이 다스리는 영역국가 신라는, 과거의 도시국가 사로국처럼 여러 씨족이 돌아가며 우두머리를 하는 사례가 사라졌고, 한 씨족이 지배하는 '왕조국가'로 존속하게 된다.
유학자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쓰면서 김씨 왕조의 풍습에서 흉노의 유습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내물이사금은 성은 김씨로, 어머니가 김씨 휴례부인(休禮夫人)이며, 왕비도 김씨로 미추왕(味鄒王)의 딸이다. 경주 김씨 출신에다 유학자인 김부식은 내물이사금의 가족관계를 설명하며, 흉노보다 심하지 않지만, 자신의 조상인 김씨 왕족들이 같은 성씨를 아내로 맞이하고, 친족내 결혼이 성행함을 못마땅해 하며 한마디 한 것이다.
임금이 죽을 때 노비를 함께 매장하는 순장의 풍습도 흉노의 유습이다. 신라는 지증왕때 순장을 폐지했지만, 가야는 마지막왕때까지 순장 풍습을 남겼다.
(생략)
유럽 학자들이 제시한 흉노, 훈족과 신라, 가야의 친연성 외에도 수많은 유사점이 너무나도 많이 있다.
솟대 풍속도 똑같고 한국의 서낭당과 몽골의 “어와”역시 색색깔의 천을 걸어 놓는 것이 아주 동일하다.
가야 김해 대성동 29호 무덤에선 유목민들이 사용하던 구리솥(원래 제사 의식에 사용하던 것)이 나왔는데, 신라 토우에서 말의 뒤편에 싣고 다니는 솥의 모양도 그 기원은 스키타이계 유목민 문화에서 찾아지는데, 고대 중국에서도 유목민이 거주하는 북부에서 출토되었다.
신라와 가야의 김씨 왕족이 흉노족 후예라는 점은 유적과 유물에서도 나타난다.
경주와 김해 등지에서 적석목곽분(바닥에 돌을 깔고, 그 위에 목관을 안치하고, 주위에 통나무로 상자 모양의 목곽을 만든다. 그 위에 돌을 쌓아 올리고, 흙을 부어 거대한 봉분을 조성하는 방식)이 다수 발견되는데, 흉노의 무덤과 같은 방식이다.
세렝가 유역의 북몽골의 노인울라(BC 1C-AD 1C)의 적석목곽분은 고신라와의 관계에서 주목되는 사례들은 이들 쿠르간 고분들이 대부분 다량의 금제품-심지어 차릭타 5호분에서 나온 금제품의 총중량은 100.5Kg 달한다- 을 부장한 사실이다.
경주 황남동 대릉원에 가면 거대한 봉분을 볼수 있는데, 미추왕을 비롯, 천마총, 황남대총등 동산만한 고분 20여개가 모두 3세기 중반 이후 김씨 왕릉이다.


경주와 김해의 고분에서 발굴되는 유물도 흉노의 것과 비슷하다. 금관과 장신구, 금 허리띠, 띠 고리, 뿔잔, 보검 등은 스키타이족 또는 흉노족이 쓰던 것과 유사하다. 말을 순장했고, 안장과 등자등 마구류가 다수 발굴되는 것도 비슷하다.

음... 요약을 하자면...

○신라가 금관국의 왕과 일족을 살려주고 후하게 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 but! 한뿌리 의식(흉노인)이 있던것 같음

○이것의 근거는 문무왕비문,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을 들 수 있음.

○권영필 교수는 신라가 동해안 루트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기에 그걸 통해 북방 초원과 연결할 수 있을거라고 추정

○미국 교육방송Leaning TV는 1997년에 훈족의 원류가 신라 가야라고 확정 지음

○내물마립간부터 사용한 마립간은 아시아 유목민족의 호칭 칸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함

○신라의 근친혼, 순장풍습 모두 흉노 풍습임

○경주와 김해의 고분형태와 유물도 흉노의 것과 유사함

이라는건데 일단 이것부터 말하자면 한국 고대의 복장은 중국 복장과 다르게 북방 유목계열의 복장에 영향받은게 존재하는건 분명한 사실이며 토착인들의 문화와 기마인들의 문화가 섞인 복합적인 형태인 것이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김문자 선생의 전제는 근거로 제시되는 근친혼, 순장풍습, 유물과 무덤양식 등에 대해서 느껴지는 허점이 있으니.....

신라, 가야가 흉노와 유사하다고 언급한 여러 사례들이나 증거물이라고 제시하는 여러가지가 거기에 '흉노' 대신 '고구려'를 집어넣어도 전혀 어색할게 없다는 부분이었다.

감히 반론하는 부분

나보다 복식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이시기도 하고 감히 태클 걸기도 죄송스럽긴 하지만 김문자 선생의 추론과 결론은 여러가지 반론이 가능한데 나름 생각나는 반론은 이러하다.

① 신라, 가야의 풍습(무덤, 복식, 장신구 사용 등)은 부여-고구려- 삼한과의 유사성을 생각할 때 고구려, 백제와 교류 및 전쟁 과정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

② 항복한 군주나 왕족을 우대하는 경우는 중국사에서도 여럿 찾아볼 수 있음.(대표적으로 전진의 부견) 그렇다고 항복한 왕가의 조상이 같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생각됨

고려의 왕건도 신라 경순왕과 신라왕가를 우대했지만 이것 자체도 같은 핏줄이라서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함.

③ 4세기 이후에 흉노가 신라왕가를 차지했다는 근거로 '마립간 칭호', 문무왕비문,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을 들고 있지만 영향을 받았다는 것과 왕가를 교체했다는 것을 역사학 및 고고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게 있음

④신라, 가야의 찰갑양식 변화가 어디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무기 또는 전쟁사 관련해서 더 연구해야할 지점이며 고구려의 영향으로 보는게 타당함

⑤동해안을 통해 북흉노와 연결했을 것이라는 추론은 3,4세기 동아시아 지도를 펼쳐서 본다면 동해안으로 배를 타고 북쪽에 가면 흉노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음.(동부여, 거란을 만났을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북흉노는 89년에 멸망함)

⑥북흉노 대신 남흉노가 신라에 왔다고 해도 오호십육국 시대에 남흉노가 세운 국가

유연이 세운 한(전조)
석륵(흉노 일파인 갈)이 세운 후조
흉노 철불부 혁련발발이 세운 하(夏)

한, 후조, 하의 일부 동해안을 타고 신라까지 가서 왕가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임.

⑦ 근친혼, 순장 풍습은 부여, 고구려에도 존재함.

『삼국지』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부여조(夫餘條)에 보면, 부여에서는 귀인(貴人)이 죽으면 ‘사람을 죽여서 순장을 하니, 그 수가 많을 때는 100명에 이르렀다(殺人殉葬 多至百數)’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순장(殉葬))]

『삼국지』 「동이전」 부여조 “형이 죽으면 형수를 아내로 삼는다.”

라고 되어있고 고구려에도 동천왕 죽음 이후 같이 죽으려 했던 기록이 존재하고 고구려의 취수혼은 가장 유명한게 우씨왕후의 사례임.

또 근친혼의 존재는 서양에서도 자주 일어났는데 혈통 유지를 위해서라는 이유였고 이걸 서양의 근친혼까지도 흉노의 영향으로 보긴 어렵다고 생각됨

흉노 대신 부여나 고구려를 넣는다면?

처음 김문자 선생에게 문의한 이유가 신라, 가야의 찰갑이 흉노 이외의 요소(4세기에 백제 근초고왕, 4세기 말~5세기초 고구려 광개토왕이 활약한 시기)로서 고구려의 영향으로 갑주가 변화했다는게 보편적 견해이고 신라가 그 시기에 갑주가 바뀌는게 갑작스럽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그 시기에는 변화하는게 더 자연스럽다고 '흉노' 대신 고구려를 넣었을 때 모든 추론은 더욱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 신라는 백제·가야·왜의 공격으로 고구려에 구원을 요청 고구려는 보병과 기병 5만을 이끌고 내려옴(400년)

- 중원고구려비에서는 고구려가 신라왕에게 의복을 하사한 내용까지 나옴

- 신라에 고구려의 영향이 끼쳤다는것은 호우총에서 출토된 호우명그릇에서 알 수 있음

그렇기에 고구려가 신라구원 이후 신라에 영향을 끼쳤고(실성, 눌지 마립간 즉위) 그 과정에서 갑주형태도 변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글 마무리를 하면서...

복식사 분야에서 학술강연, 복식전문큐레이터 교육활동, 논문저술, 대중서적작성까지 하면서 이 분야에서 후학 양성을 하시고 계신 부분은 높게 평가하고 있고 내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견해에 반론한다는건 여러가지로 민망할 뿐이고

이 부분에 대해 나 이외의 다른 분들의 견해가 더 해지면 좋겠는데 그런 경우가 없는 이유라면...

복식사 분야에서 김문자 선생님이 이런 주장 했다는걸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며 알고 있다고 해도 "과연 그럴까?" 하고 일부러 반론하려드는건 무례하기에 아무 견해를 안 밝히는게 아닐까 싶다.

다만 나는 이런 글을 작성하고 관련 분야에 대해서 넓은 부분의 학문교류와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순간 '북흉노 세력이 4세기에 신라에 와서 왕가를 교체하고 북방 형태의 찰갑이 등장했다'라는 견해가 대중적으로 퍼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곰아님돼지]

님의 견해가 틀렸다고 글로 적어 보이겠습니다.

[삼한일통]

제 견해는 김문자 선생 견해의 반박인데
무슨 소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