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녀가 한여름 폭풍우를 피해 달리고 있다. 한 손은 연인을 보듬거나 의지하고, 다른 손으로는 황금색 천을 우산처럼 머리 위로 높이 맞들었다. 여자는 두려움에 찬 표정이지만 남자는 그런 여자를 다정히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누구고 무엇을 표현한 걸까?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Pierre Auguste Cot, 1837~1883), ‘폭풍우(The Stom)’,
1880년, 캔버스에 유화, 234.3x156.8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는 1863년 파리 살롱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한 후 1870년대부터 로맨틱한 분위기와 감각적인 표현의 그림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폭풍우’(1880년·사진) 역시 1880년 살롱전에 출품돼 큰 찬사를 받았다. 그림 속 남녀에 대한 추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댕 드생피에르가 1788년 발표한 ‘폴과 버지니아’에서 따왔다는 주장이다. 모리셔스섬에 살던 소년 폴은 여동생 버지니아와 사랑에 빠지는데, 폭풍우가 몰아치자 버지니아의 겉치마를 우산처럼 쓰고 함께 뛰어가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소설가 롱고스가 쓴 ‘다프니스와 클로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2∼3세기 레스보스섬을 배경으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염소치기 소년과 양치기 소녀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시대와 배경이 다르지만 두 문학작품 다 이제 막 사랑에 눈뜬 청춘 남녀가 주인공이다.
코트는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의 감정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겠다는 확신에 찬 남자의 눈빛이 두려워하는 여자의 표정과 대비를 이룬다. 앞으로 기울인 몸의 각도와 빛과 어둠의 대조는 그들이 처한 위기의 순간을 긴장감 있게 전달한다.
사랑을 갈망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화가는 위기의 순간을 함께 극복하는 앳된 커플의 모습을 통해 사랑에 빠져 봤던 이들에겐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아직 해보지 않은 이들에겐 사랑의 감정을 전하고 싶었던 듯하다. 인생의 거센 폭풍도 이겨낼 수 있는 게 사랑의 힘이니까.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Pierre Auguste Cot, 1837~1883), ‘봄(Springtime)’,
1873년, 213.4x127cm, 뉴욕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눈에 띄게 능숙한 기교의 고전적 복장을 입은 이 달콤한 연인들 그림은, 코트가 자신의 스승이었던 부게로와 카바넬의 아카데믹한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1873년 살롱에 전시된 이 그림은 코트의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판화, 부채, 도자기 및 태피스트리로 널리 찬사를 받고 다양한 분야로 복제되었다.
이 그림의 첫 번째 소유자인 하드웨어 재벌 존 울프가 맨해튼 맨션에서 이 작품을 최고의 그림으로 수여했을 때 초대받은 방문객들은 "첫사랑에 취한 이 사랑스런 한 쌍의 청춘들... 프랑스식 향취가 듬뿍 밴 이 이상향의 목가적인 짧은 서사시"에 열광했다. 울프의 사촌인 캐서린 롤릴러드 울프는 코트의 이후 작인 <폭풍>에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의뢰했으며, 현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나란히 전시되어있다.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Pierre Auguste Cot, 1837~1883)의 자화상’, 1870년.
✺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Pierre Auguste Cot, 1837~1883)는 프랑스의 지방에서에서 태어나, 파리로 가기 전에 툴루즈의 에콜 드 뷰아르에서 공부했으며 레옹 꼬지네, 알렉산드로 카바넬 및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 밑에서 공부를 했다.
1863년 살롱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고, 1870년대부터 그의 인기는 급속히 높아졌다. 코트는 자신의 딸과 결혼한 학문적 조각가 프란시스코 뒤러과 함께 작업했던 부게로를 후원했으며, 부게로는 코트의 딸 가브리엘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코트틑 다양한 상과 메달을 수상했으며 1874년에는 레종도뇌르의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46세의 젊은 나이로 파리에서 사망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폭풍>, <봄>, <오필리아>,<가브리엘 코트>, <오렌지와 레몬 바구니를 든 소녀>, <디오니시아> 등이 있다.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Pierre Auguste Cot, 1837~1883), ‘젊은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young woman)’,
1869년, 캔버스에 오일, 65.4×54.9cm.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Pierre Auguste Cot, 1837~1883), ‘생각을 위해 멈추다(Pause for Thought)',
오일에 캔버스, 125.7×78.1cm.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Pierre Auguste Cot, 1837~1883), ‘오렌지와 레몬 바구니를 든 피사 소녀
(Pisan Girl with Basket of and lemons)', 1871년, 오일에 캔버스, 122.5×79.5cm.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4년 08월 22일(목) 「이은화의 미술시간(이은화 미술평론가)」/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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