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인예방접종과 비용
사실 가장 큰 걱정은 연습이든 실전이든 녹슨 못이나 유리조각, 사금파리에 발이 찔리는 경우였다. 그렇다고 달리기의 원천을 찾아가는 나의 노력은 중단될 수 없다. 한번은 꼭 맨발로 능력이 닿는 만큼 달리고 싶었다. 아테네를 방문하여 ‘마라톤’이라는 이름을 품을 수 있었던 것도 아마 나의 성격 탓일지 모른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마눌은 마라톤과 작년 통영에서 트라이애슬론 완주 이후 나에게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다음에 뭘 할낀데요?” 같은 물음 말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자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며, 남자들의 오기를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가 보다. 해서 이후 서로 마라톤에 관한 묻고 답하는 또는 관련 이야기는 없다. 마라톤에서만큼 대화의 단절은 무언전심인지, 수신인과 발신인이 다른 코드로 인한 소통단절인지. 그러나 지향점이 같으므로 전혀 다른 꼭지점 형태로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게 중년과 중년 이후 삶의 양상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성인 예방접종도 아내의 권유가 결정적이다. 달리기를 하지 말라고 해서 안할 사람이 아니니 어쩌겠는가. 지난 시월 금정구청 보건소를 찾으니 소아과로 가라고 한다. 소아과에 들리니 무엇 때문에 성인으로서 예방접종을 하려하는가 묻는다. 이렇고 저렇고 해서 그렇다고 하니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반색한다. 어린이처럼 DPT가 아니라 TD(Tetanus and Diphtheria)로 말입니다. 여의사이다. 친절한 소아과 의사이다. 처음이라 나중에 전화로 다시 접종에 대한 조사를 전하겠다고 한다. “1958년이 되어서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DPT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으므로, 선생님의 경우 다른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자력으로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2달에 걸쳐 3번을 맞아야 합니다. 12월 초에 다시 오십시오.”
집에 와서 의학관련 서적을 참조한다. 파상풍(Tetanus)은 토양이나 동물분변에 병원체가 존재하여 피부나 점막의 상처를 통해 녹슨 못에 의한 관통상에서 흔히 발생함. 증상은 2-14일 잠복기를 거친 후 파상풍균에서 분비된 독소에 의해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목과 턱의 근육이 경직되며 점점 전신에는 근육경직이 심해짐. 사망률이 5-35%로 매우 높은 전염병임. 그리고 디프테리아(Diphtheria)는 디프테리아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습성, 독소매개성 호흡기 전염병으로 환자나 보균자와 직접 접촉에 의해 감염되고, 드물게 분비물을 통한 간접감염이나 생우유가 원인이 되기도 함. 증상으로 디프테리아는 편도와 인후 등을 침범하여 위막을 형성하고 독소에 의해 심근염이나 신경염을 일으키는 사망률이 높은 전염병임.(질병관리본부에서 펴낸 소개 책자에서 참조)
허나 예방접종이 만능이 아님을 의사들은 경고한다. 같은 균을 반쯤 죽여 비실비실하게 하여 투여하거나 유사한 병균을 사용하거나 해서 저항력이나 면역을 키우거나 또는 억제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므로(쉽게 말해 안면을 익히는 행위) 안심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예방접종이 만능이 아니며, 평소 건강한 육체를 길러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태까지 예방접종에 대한 믿음은 달라진다. 아는 것이 병인가, 모르는 것이 약인가. 더구나 황당한 것은 일단 위의 병에 걸려 치유한다고 해도 후유증이 남는다는 말이다. 결국은 철저한 예방이 해결책이자 대비책인 것 같다. 생로병사의 길에서 어느 누가 자유롭겠느냐 만은 운동도 따지고 보면 육체적인 현상을 조금 지체시키고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 아닐까. 이번 맨발로 달리면서, 나의 무지를 일깨울 수 있는 계기를 스스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위로를 얻었다. 따라서 안전한 길을 위한 노력이 실제 달리기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평소처럼 겸허하게 받아들이자고 다짐해 본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마라톤은 중독의 증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동 만능주의자는 분명 아니지만, 중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우스개 소리로 늪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운동의 중독보다는 비교적 낫다는 착각도 금물이다. 이제 운동 때문에 들어가야만 하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해가 거듭할수록 누적되는 수치가 크다. 건강이 전부라고 하지만 육체와 정신의 조화가 전제되는 것이다.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노력은 무엇으로 대체해야 한단 말인가? 이게 남은 숙제다. 할 일이 많다. 아니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더구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으니 막막하다. 결론은 소신껏 형편대로 사는 것이다.
이번 맨발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여태까지 든 비용을 간추려 보자.
1) TD 예방접종 1회(3회) = 2만5천원(7만5천원)
2) 시립병원검진료 및 엑스레이 = 2만원 정도
3) 발목 및 무릎보호대 = 2만 4천원
4) 테이핑 = 8천원
5) 머큐럼, 요오드, 붕대, 가위 등 = 1만 3천원
6) 이번 대회 참가하면서 든 차량유류비 및 식사비용 = 6만원
합계 대략 15만 정도인데 대회참가 신청을 했을 경우 3만원 가량 추가된다. 누가 마라톤은 돈이 들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러나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견주면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운동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에 필요한 만큼 돈이 드는 것이 아닐까. ㅅㄱ.
첫댓글 교수님께서 처음 '맨발로"를 창단 하실적에 이름이 별로 라고 한적이(저가) 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아주 좋은 이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