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인 주인공 한서진이 처한 상황은 우리 역사 속 비극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친 삶과 시대의 아픔 속에 써 내려간 한 사람의 일대기이자 스러져 간 모든 이름들의 연대기 입니다.
서진은 1971년 봄 삼선개헌 이후 첫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 감시를 항의하다가 보안대에 끌려가 곤욕을 당하기도 했다.
80년에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에서 무자비한 학살을 했을 때 서진은 친구들하고 '문학청년동맹'을 결성해서 성명서를 작성해 가지고 외국 기자들한테 몰래 전달하려다가 체포되어 모진 고문으로 육신이 다 망가졌지만 문학청년동맹 동지들을 불지 않았다.
서진이 죽기 전에 '적인종'이라는 소설을 남겼다. 그 책은 서진의 자서전격 소설이다.
서진이 전방 소위로 근무할 당시 북한군이 고성능 폭탄으로 무장한 채 철책선을 절단하고 아군 진지로 침입했다. 적의 목적은 우리 땅에 침투하여 후방을 교란하고 위대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취임식장을 공격하려고 한 것이다. 서진의 소대는 적군을 사살했다. 서진은 죽은자를 위해 기도하며 십자가를 꽂아 준 사실로 보안대에 끌려 빨갱이로 몰려 심한 고문을 받게 된다. 그 후 1심인 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는다.
수형 중에 처 지향이는 아이 데리고 재가한다. 재혼 상대는 서진을 감방으로 처넣은 이진구 보안반장이다. 서진은 복수를 다짐하고 건강에 대한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한반 관련 서적, 침구 서적 등을 구했고 무술 관련 서적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
6개월 감형되어 4년 6개월 만에 육군형무소를 빠져나왔지만 갈 곳도, 반겨줄 사람도 없었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수녀들이 운영하는 양로원에서 병든 몸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서진은 이진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류탄을 이진구 집을 찾아가지만 백혈병을 앓고 있는 딸 자인에게 골수를 제공했다는 지향이의 호소를 듣고 복수를 멈춘다.
서진이 죽자 서진의 자서전 격의 소설은 딸 자인에 의해 출판된다.
김홍신 작가를 가까이에서 뵌 적이 있으며 김홍신 작가의 작품은 거의 읽은 바 있다.
이 소설은 좀 슬픈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