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기억될 이름 제61회
이헌 조미경
아침에 눈을 뜨면 맛있는 냄새가 집안을 감싸고,
투명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온기로 가득해, 하루하루가 행복이라는 단어에 함몰되어 새벽에 배달되는 신문기사에
누군가의 불행과 어느 집에서 일어나는 가정 폭력과는 거리가 멀어 언제나 동화 속에서, 달콤한 과자와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에 길들여진 입에 더 이상 거친 음식을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평화로운 일상에 작은 소용돌이가 시작되고 있음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사고는 언제나 순식간에 일어나게 되어 있다. 현장에서 아무리 조심조심을 강조해도 기계가 아닌 인간의 힘은 미약함 때문인지 아니면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로 시작한 어떤 맹목적인 힘에 의해서 일어난 일인지 모르지만 그날은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는데, 무엇인가 어색함이 흐르고 있었다. 미신을 믿지 않는 우진이었지만, 알 수 없는 무엇인가에 의해 그날 하루의 기분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즈음 우진은 회사의 덩치를 키워 여러 군데 건설 현장이 생겼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현장을 직접 찾아가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소장과 직원들을 만나서 안전 교육에 대해 강조하고 또 강조를 했다. 며칠 동안 우진은 현자에서 올라오는 갖가지 일을 소화 하르나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며칠째 이어지는 발파로 현장 주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소음 문제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건설을 위해 땅파기할 때부터 주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들에게 최대한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처리를 하라고 주문을 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따질 시간이 아니었다. 한 주의 시작 월요일 자동차를 몰아 현장이 있는 경기도 광주로 향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가로수길에 나무들은 뾰족한 새싹을 틔우면서, 봄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우진은 차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면, 겨우내 얼었던 시냇물이 녹아내리며 기분 좋은 노래를 부른다.
노랫소리에 맞춰 아이들의 발걸음도 가볍기만 하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매일 다니는 길에는 언 땅을 뚫고 연한 쑥이 얼굴을 쏙 내밀고 희끗한 흰 눈이 덮여 있던 보리밭에는 초록의 보리가 굶주림을 면하게 하겠다는 듯이 새초롬하게 웃고 있다.
아이들의 눈에는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광경보다는 냇가에 얼었던 얼음이 녹아 더 이상 놀거리가 없다는 것에 실망을 한 것인지
왠지 학교 가는 길이 즐겁지가 않다. "우진아? 니는 산수 숙제 했냐?" 그럼 숙제는 해야지 아니면 선생님께 회초리 맞을 텐데..."
" 그러면 나 니거 숙제 한 공책 보여주라." 아침마다 우진의 숙제 공책을 빌려 달라는 민영은 같은 반 친구다. 그 애는 집에 가면
아버지를 대신해 쇠죽을 쑤어야 하고, 어머니를 위해서는 나물을 해야 한다고 그래서 숙제를 못했다고 울상이다.
"그라문 니 나한테 뭐 해줄 것인데..." 우진이 민영에게 물었다. 니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 놀러 오문 맛나게 군고구마 구워 줄거구만..." 군고구마 말에 우진은 입안에 침이 고인다. 농촌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돕느라 쇠죽을 쑤고, 꼴을 베어서
소를 길러서 집안의 훌륭한 작은 일꾼이 되었다. 그날 학교를 마친 우진이 민영의 집에 갔다.
민영의 아버지는 며칠째 몸이 아파 방에 누워 계신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은 집안일하느라 숙제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만약 숙제를 해가지 못한 날에는 대나무 뿌리로 만든 회초리로 손바닥을 맞아야 한다. 숙제를 못한 벌을 피하기 위해
공부하기 싫은 민영은 우진의 공책을 베끼려 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우진은 피식 웃음이 번졌다. 어릴 시절 한동네에 살면서 겨울이면 군고구마를 함께 구워 먹고 지냈던 민영이 연락을 한 것은 며칠 전이었다. 그도 이제 학부모가 되어 있었다.
우진과 민영은 한동네 살면서 크고 작은 장난을 치면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다.
어느 해인가는 보리가 마약 익어 가려할 때, 민영의 제안으로 냇가에서 아버지의 성냥으로 보리를 구워 먹다 동네 어른들에게
야단을 맞은 적도 있다. 그런 우진을 걱정한 아버지는 민영과 더 이상 자주 어울리면 좋지 않다고 하셨지만, 언제나 민영은
유쾌한 장난에 우진을 끌어들였는데, 가끔 동네에서 닭을 많이 키우는 혼자 사는 할머니네 닭장에서 닭서리를 하다 들킨 적도 있었다.
이렇듯 두 사람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장난도 많이 쳤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가면서, 각자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민영은 고등학교를 공고에 입학을 하게 되고 우진은 인문계고로 입학하면서 자주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렇지만 항상 두 사람은 아직도 철없는 아이처럼 만나면 그 시절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번듯한 직장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직업은 아니지만, 처자식 밥은 굶기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던 민영이었다.
어느 해인가는 보리가 막 익어 가려할 때, 민영의 제안으로 냇가에서 아버지의 성냥으로 보리를 구워 먹다 동네 어른들에게
야단을 맞은 적도 있다. 그런 우진을 걱정한 아버지는 민영과 더 이상 자주 어울리면 좋지 않다고 하셨지만, 언제나 민영은
유쾌한 장난에 우진을 끌어들였는데, 가끔 동네에서 닭을 많이 키우는 혼자 사는 할머니네 닭장에서 닭서리를 하다 들킨 적도 있었다.
이렇듯 두 사람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장난도 많이 쳤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가면서, 각자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민영은 고등학교를 공고에 입학을 하게 되고 우진은 인문계고로 입학하면서 자주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렇지만 항상 두 사람은 아직도 철없는 아이처럼 만나면 그 시절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번듯한 직장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직업은 아니지만, 처자식 밥은 굶기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던 민영이었다.
상념에 빠져 있던 우진이 퍼뜩 현실로 돌아온 것은 시끄러운 소음 때문이었다. 현장은 작년부터 토목공사를 시작했다. 내년 말 완공을 앞둔 아파트 공사는 요즘 난항을 겪고 있다. 지하를 파내려 가다 뜻하지 않은 거대한 바위산을 만난 것이다.
거대한 바위산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바로 어제였다.
문제는 소음과 함께 폭파를 할 때 생기는 분진이었다. 오늘은 현장 관계자들과 만나 세부적인 작업 현황에 대해 논의를 하려는 것이었다. 우진이 현장 사무실에 도착을 하자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던 소장이 45도 각도로 인사를 한다.
"모두 앉아요." 우진의 말에 각자 자리에 앉는다.
회의는 길게 이어졌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민영이가 안전 사고를 당했나 봅니다.
소설속에 깊이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결국 민영이가 안전 사고를 일으켰군요
언제나 좋은 배경을 통하여 소설의 장르가
점점 재미 있어집니다
언제나 방장님의 작품은 너무 재미있게
이어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