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를 위한 수행지침
2.참선수행의 기본요건
기본요건 및 자세와 참선수행시 나타나는 장애에 대한 극복방법을 천태지관의 25방편을 근간으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1)다섯가지를 갖춤(具五緣
(持戒淸淨)
계를 지켜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다. 계율은 모든 수행의 바탕으로 참선수행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②의식구족(衣食具足)
옷과 음식을 갖추는 것이다. 수행자는 오직 굶주림과 추위만을 면할 뿐 사치를 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불편할 정도로 아예 갖추지 않는 것도 선수행을 방해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옷가지와 음식물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생활을 하는 재가자의 경우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무가 있으므로 부득이 여러 가지 소유물들이 생기겠지만 앞에서 소욕지족을 말했듯이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③한거정처(閑居靜處)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일을 하지 않는 것을 한적함이라 하고, 산란하고 시끄러움을 멀리 피하는 것을 조용함이라 한다. 또한 마음 속에 일이 없는 것을 한적함이라 하고, 마음 속에 시끄러움이 없는 것을 조용함이라 한다. 몸과 마음이 한적하고 조용해야 곧 선을 닦을 수 있다.
④식제연무(息諸緣務)
모든 인연있는 일을 쉬는 것이다. 작위적인 모든 사업을 하지 않고 세속적인 왕래를 좇거나 찾지 않는다. 방술과 재주를 익히지 않고 학문과 강론을 숭상하지 않는다. 마음을 오로지하여 오직 선을 닦을 뿐이다. 몸과 마음에 일이 많으면 수행을 할 수 없다. 수행인은 세속의 일을 줄여 주변을 정리하고 생활을 단조롭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일을 할 때는 일에만 집중하고, 쉴 때는 몸과 마음을 확실히 쉬며, 사교모임은 줄이이는 것이다. 또한 외도의 경전이나 외전을 멀리하는 것은 물론 불전이라도 지식을 쫓아 거기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⑤근선지식(近善知識)
선지식의 필요성은 총설편에서도 밝혔지만 특히 참선수행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선지식에는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밖에서 보호하는 선지식으로서, 살림을 꾸리고 공양하여 수행인을 잘 보호하며 어지럽지 않게 하는 분이다. 둘째는 함께 행하는 선지식으로서 함께 같은 길을 가면서 서로 채찍질해주고 북돋아주며 서로 어지럽게 하지 않는 분이다. 셋째는 가르쳐 주는 선지식이니 내외방편과 선정의 법문으로 가르쳐 이익되게 하는 분이다.
모든 수행에 선지식이 필수적이지만 특히 참선수행에서는 선지식이 더욱 중요하다. 만공스님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법은 언어가 끊어지고 심행처가 멸한 곳에서 발견되는 도리라. 다만 마음과 마음이 서로 응답으로 상속하는 법으로 선지식의 직접 가르침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도리니라
다섯가지를 꾸짖음(呵五欲
마음을 기쁘게 하고 몸을 안락하게 하는 세간의 (1)모양, (2)소리, (3)냄새, (4)맛, (5)촉감 등을 꾸짖는다. 이것들은 법부의 마음에 애착과 탐욕을 생기게하여 온갖 악업을 짓게 하므로 수행자는 항상 이를 경계해야 한다. 수행자는 이렇게 꾸짖어 책망한다.
"일체중생은 항상 다섯가지 욕망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오히려 그것을 구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이 다섯가지 욕망은 얻을수록 점점 심해지니 마치 불에 땔나무를 더해 주는 것과 같다. 오욕은 이익이 없으니 개가 말라빠진 뼈를 씹는 것과 같고, 오욕은 다툼을 늘이니 새들이 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것과 같으며, 오욕은 사람을 태우니 역풍에 횃불을 잡은 것과 같다. 또 오욕은 사람을 해치니 모진 뱀을 밟은 것과 같고, 오욕은 알맹이가 없으니 꿈에서 얻은 것과 같으며, 오욕은 오래가지 않으니 잠시 빌린 것과 같다. 어리석은 저 중생은 항상 오욕의 부림을 당하므로 '오욕의 노예'라 부른다. 이 욕망에 무릎 꿇어 삼악도에 떨어지게 되면 영영 벗어날 기약이 없으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요. 내가 지금 수도하는 데도 장애가 되니 이것은 큰 도적이다. 마땅히 서둘러 이것을 멀리하고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3)다섯가지를 버림(棄五蓋)
①탐욕
다섯가지 감각적 욕망을 비롯하여 모든 욕망의 근원은 나라는 환상과 내것이라는 집착, 그리고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필사적인 애착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정관을 닦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다섯감관을 잘 수호해야 한다. 다섯감관을 도둑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감각적 욕망이 우리의 정신을 빼앗기 때문에 도둑을 지키듯이 정신차리고 감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대상을 대하더라도 즐거워하지 않고, 환대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면 대상에 대한 즐거움이 사라진다. 즐거움이 사라지면 애착이 사라지고 애착이 없으면 속박도 없다.
(2)성냄
악의란 자신의 뜻에 거슬리는 일에 대한 성내는 마음을 갖는 것을 말한다. 탐욕 다음에 경계해야 할 것이 성냄이다. 이것을 이기기 위해서는 앞에서 본 자비관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화가 일어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남에게 화를 내는 것은 마치 이글거리는 숯덩어리, 달군 쇠몽둥이 혹은 똥을 집어 드는 꼴이구나."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자기에게 화를 낼 때에도 이렇게 생각하라. "마치 받지 않은 선물이나, 바람을 향해던진 한 줌 먼지와 같이 그 사람의 노여움도 되돌아가서 제 머리에 떨어지고 말 것을."
(3)해태와 혼침
정신적 해이와 육체적 졸음에 대한 극복방법은 사수념(死隨念)이라 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무상고를 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우리는 모두 언제 죽음이 닥칠 지 모른다. 지금 당장 죽음이 와도 후회하지 않겠는지를 물어보라. 그리고 모든 것은 무상함을 관하라. 정신이 번뜩 들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분발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여덟가지 각성제를 상기함으로써 분심을 일으켜야 한다. 여덟이란 생, 노, 병, 사, 삼악도의 고통, 윤회에 기인한 과거세의 괴로움, 윤회로 기인한 미래세의 괴로움 그리고 자양을 구하는 데 기인하는 현생의 괴로움이다. '지금은 젊지만 나는 곧 늙음이 찾아 올 것이다. 늙음에 짓눌린 자 정진하기 여럽다. 또, 지금은 병도 없고 아프지도 않다. 소화도 잘되고 몸은 균형잡혀 있다. 그러나 이 몸 병마에 사로잡힐 때가 오리라. 병든 자 수행하기 어렵다. 지금은 양식이 풍부하다. 그러나 곤란해 질 때가 올 것이다. 그 때는 수행에만 힘 쏟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수행할 수 있는 지금 있는 힘을 다 쏟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참선 중에 애를 먹는 부분 중의 하나가 졸음이다. 수마라고할 정도로 위력적으로 덤벼든다. 이 때에 졸음을 극복하는 방법을 부처님께서 목련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졸리운가? 목갈라나여, 졸고있는가? 목갈라나여" "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 그러면 목갈라나여, 어떤 생각을 하다가 혼침이 그대를 덮쳤든지간에, 그 생각에 더 이상 주의를 팔지 말아야 하며, 그 생각에 자주 머물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렇게 하면 혼침이 사라질 수 있느니라.
.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해도 혼침이 사라지지 않으면 그대가 이미 듣고 배운 바, 교의(法)를 마음 속에 떠올려 생각하고 되새기라. 그리하면 혼침이 사라질 수 있으리라.
. 그래도 혼침이 사라지지 않으면 그대가 이미 듣고 배운 교의를 모두 세세하게 암송하라. 그러면 혼침이 사라질 수 있으리라.
. 그래도 혼침이 사라지지 않으면 귓볼을 잡아당기고 손바닥으로 팔다리를 문지른다. 그리하면 혼침이 사라질 수 있으리라.
. 그래도 혼침이 사라지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물로 눈을 씻고는 사방을 둘러보고 하늘의 별을 쳐다본다. 그리하면 혼침이 사라질 수 있으리라.
. 그래도 혼침이 사라지지 않으면 한 낮의 밝은 빛을 떠올려라(光明想). 낮에 그러했듯이 밤에도, 밤에 그랬듯이 낮에도 또한 맑고 트인 마음으로 밝음에 가득찬 의식을 계발한다. 그리하면 혼침이 사라질 수 있으리라.
. 그래도 혼침이 사라지지 않으면 감각을 안으로 돌이켜 마음이 밖으로 향하지 않도록 한 채, 앞과 뒤를 똑바로 알아차리면서 왔다갔다 걷는다. 그리하면 혼침이 사라질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