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누가 가을은 떠남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무작정이라는 낱말이 그런 것일까
나도 무작정이라는 말을 슬쩍 빌러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새벽기차 6:20
강릉발 무궁화 열차를 막무가내 올라서고 말았다.
하양도 지나고 의성도 지나고 봉화도 지나고 승부도 지나고 도계도 지나고
그 긴 시간은 붉은 단풍도 좀 구경하라며 나를 자꾸만 찻장 바깥으로 인도했다.
정오가 좀 넘긴 시간에 정동진역에 도착을 했다.
아줌마 부대도 있었고 연인도 있었고 가족도 있었고 나처럼 혼자인 사람도 있다.
혼자서 몇번 와본 탓일까 조금은 익숙하다.
더러 외국인도 보인다.
바다로 향한 벤취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는 사람들
참 한가하고 편안한 시간이다.
근처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에 앉아 김밥과 라면을 시켜놓고 바다를 본다.
홀로 정동진에 해보러 오는 거 어렵지 않다는 솔로의 선희
사실 기차를 타면 정동진에 오게 된다는 사실이 결코 쉽지많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솔로의 선희는 해보러 오는 거 어렵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여자 혼자서 온다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정동진역에서 나는 묵호 방향으로 걷겠다고 다짐하며 걸어본다.
가끔씩 지도를 보며 재를 넘어간다.
솔로 선희의 말처럼
결코 혼자 걸어도 심심하지는 않다.
도로 옆으로 야생화가 종류별로 피어 걷는 동안에 힘든 걱정은 없다.
한참을 걸어 재를 넘고 내려온 심곡마을
미선이네 집이라는 상호가 참 정겹게 느껴진다.
저런 집을 보게되면 왠지 들어가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왠지 나에겐 부담이 될거 같다.
여기서 부터 바닷가 경치가 아름다운 헌화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한다.
심곡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가 난다.
헌화로를 빠져나오는 동안에 파도는 정말로 거셌다.
묵호로 들어가야 하는데 버스도 없다.
버스가 있는 옥계까지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옥계에서 버스를 타고 묵호까지 와서 숙박할 곳을 정하고
근처에 있는 국밥집에서 소주 한 방울을
자려니 잠도 오지 않을 거 같고
편의점에서 술 한 병을 들고 언덕에 오른다.
묵호 언덕에서
이승엽
언덕을 올라 멈춘 폐가의 계단
이쯤에서 나는 술을 마셔도 좋다고
별빛과 짖는 개를 데려다 놓고
언덕에서 나를 부르네
팝콘처럼 펑 터지는 몸처럼
부으면 부을수록 뜨거운 노래가
마른 기침에 바다로 날아가네
폐가에 멈춘 밤도
던져 버리고 내려오자고
주워담지 못하는 나를 버리자고
바다로 나갈 정박한 배를 생각하네
그래 나는 이 언덕에서 바다로 나갈 배를 생각하기로 했다.
머나 먼 곳 섬으로의 닻을 올리는 거다.
어제 저녁에 국밥을 먹었던
그 집 국밥집에서 대충 한 그릇을 말고
묵호 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8시20분 울릉도발 여객선 썬플라워다.
나는 육지를 떠나는 것이다.
잠시 나를 버리기로 했다.
첫댓글 묵호 언덕에서 찍은 사진인지
밤풍경이 정겹고도 쓸쓸합니다.
현실적이 되어라고, 세상을 사는 법을 후배에게나 자식에게 조언하지만
방황을 멈추고 육지에 정박하시라.는 말을 그냥 삼킬랍니다.
세상에는 언제나 가보지 않은 길이 존재하고
늘 미련과 호기심이 남으니까요.
묵호언덕에서.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시산행 때
묵호 등대에서 헤어질 때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혼자서 좀 구경 더 하고 갈까 울릉도로 떠나갈까 하다가
그냥 내려오고 말았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무작정 다시 위로 올라가고 말았어요.
살아가는 동안에
다시 기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들어 갔어요.
ㅎ 사는 동안에 한번은 가 봐야죠.
글이라는 게 이상하지요?
글에서 얻은 몇개의 단서로 글쓴이의 이미지를 그리게 되거든요.
뇌의 착각일수도 잇겠습니다.
승엽님의 글에서는 비릿한 바람냄새가 나거든요.
아주 평범한 아줌마캐릭터를 가진 저로서는 무척 부럽습니다.
묵호 등대 카페에서 본 배가 선플라워 2 인가 봐요
큼지막한 배가 은빛 물살을 가르고 들어올 때
누구라도 떠나고 싶은 ......혼자가 부럽네요 ㅎㅎ
등대에서 전 못 봤어요.
아마 봤으면 내려가지 않고 떠났을 터 ㅎㅎ
혼자가 부럽기도 하지만...쪼매 외로운 것은 사실이에요.
ㅎㅎ 그게 뭐 자유죠.
인간대학교에 입학하셨구려...!
자연학습 잘 습득하고 오시어
리포트 작성해서 과제물 재출하시길... ^ ㅎ ^
그노무역마병우짜쓸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