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추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 이 두 노래는 세트이다.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신나게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부르고 나서 차분하게 <모두 다 사랑하리>로 마무리를 하는, 일종의 치맥 같은 조합이다.
197,80년대는 캠퍼스 밴드의 전성시대로 건국대의 옥슨, 홍익대의 블랙테트라, 항공대의 홀주로 등등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우리나라의 모습만큼이나 그 시절의 가요계도 젊은 피로 꿈틀댔던 시기였다. 송골매는 항공대의 활주로와 홍익대의 블랙테트라가 합친 그룹으로 특히 여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인기가 있었다. 송골매는 청춘의 상징이었고 당시로서는 아이돌 밴드였고 캠퍼스 밴드였다. 1991년까지 활동을 했었다.
당시 송골매는 <산꼭대기 올라가>, <세상만사> 등으로 나름의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불과 1, 2년 만에 2집이 대박이 났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가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이후에도 <처음 본 순간>, <빗물>, <난 정말 모르겠네>, <하늘나라 우리 님>이 사랑을 많이 받았다. 배철수(보컬, 드럼), 이봉환(키보드), 구창모(보컬), 김정선(기타) 등의 멤버도 인기가 있었다. 여학생들에겐 잘생긴 이봉환과 노래 잘하는 구창모가 인기였고 남학생들은 터프해 보이는 배철수가 인기였다. 멤버는 이렇게 저렇게 교체가 있었겠지만, 배철수와 구창모가 있어야 송골매다웠는데 구창모가 탈퇴한 1985년 5집부터는 급격히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했고 1990년 <모여라>가 다시 인기를 얻었지만 결국 해체가 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 송골매를 안 듣게 된 것이 아니라 송골매도 성장통을 겪었던 거였다. 그렇게 자의반타의반 송골매를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7080붐이 일면서 송골매도 노래로 부활이 되었다. 다시 듣게 된 송골매의 노래는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을 다시 20대의 추억으로 설레게 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야 전주만 들어도 몸이 들썩이고 어딘가로 뛰쳐나가 마구 흔들어 대야할 것 같지만 <모두 다 사랑하리>(김정선 작사 김수철 작곡)는 그때와는 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뛰어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가수이기도 한 ‘작은거인’ 김수철이 5분여 만에 지은 곡으로 유명하다. 그런 경이로운 사실은 물론이거니와, 그룹의 전성 시대를 이끈 뛰어난 보컬 구창모의 세련되고 깊은 목소리는 ‘겸애’를 간절히 지향하는 노랫말을 아릿하게 뿜어낸다. 후일 MBC ‘나는 가수다’에서 역시 뛰어난 로커인 김경호가 이 곡을 시원하게 전해주기도 하였다.
시간이 멈춰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은 어쩌면 모든 중년들의 마음 아닐까?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이 20대 들었으 때보다 지금 훨씬 깊이깊이 와 닿는다. 아무런 미련 없이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돌아 서는게 가능하냐고 열 냈던 젊은 혈기가 꺾이고 모두 다 사랑할 수 있는 여유와 감사가 생겼으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실연의 좌절도 연애의 달달함도 찾아올 리 없는 나이지만, 살아 있는 오늘 하루의 모든 것들, 하늘, 구름, 태양, 달, 나를 둘러싼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모두 다 그야말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20대에도 이 노래를 목 놓아 불렀지만 그때는 뭘 모르고 불렀다면 지금은 가사 한 줄, 멜로디 한 소절이 절절이 좋아서 불러본다. 정말, 모두 다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되지 않는 일에는 어거지로 미련을 두지 말고 미움이 싹트는 일에는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 가면서 얼굴 가득 평화가 넘치는 좋은 노인으로 늙고 싶다.
송골매
춘수
하늘에 구름 떠가네 보라색 그 향기도
이 몸이 하늘이면 얼마나 좋을까
내 곁에 사랑도 가네 빨간 입맞춤도
시간이 멈춰지면 얼마나 좋을까
비 맞은 태양도 목마른 저 달도
내일의 문 앞에 서 있네
아무런 미련없이 그대
행복 위해 돌아설까나
타오르는 태양도 날아가는 저 새도
다 모두 다 사랑하리
타오르는 태양도 날아가는 저 새도
다 모두 다 사랑하리
내 곁에 사랑도 가네 빨간 입맞춤도
시간이 멈춰지면 얼마나 좋을까
비 맞은 태양도 목마른 저 달도
내일의 문 앞에 서 있네
아무런 미련없이 그대
행복 위해 돌아설까나
타오르는 태양도 날아가는 저 새도
다 모두 다 사랑하리
타오르는 태양도 날아가는 저 새도
다 모두 다 사랑하리
타오르는 태양도 날아가는 저 새도
다 모두 모두 다 사랑하리~~
타오르는 태양도 날아가는 저 새도
다 모두 다 사랑하리
첫댓글
감미로운 음악 잘 듣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