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2
* 삼보일배
두 발짝 걷고 한번 절, 나는 절하기 시작했다, 그냥 갈뿐. 아니,
부처도 수레도 이젠 다 잊었다.
오직 저 번뇌의 강을 건너려면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일념뿐이다.
석가모니불 소리는 통곡이 되어가고 여기저기서 흐느낌 소리뿐인데
나는 한마디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적광전 앞에 도착.
회향하고 心德 (심덕) 이라는 수계첩과 발우를 하사받는 과정이 있었는데
기억은 다리에 힘이 빠져 쓰러지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한 생각 밖에 없다.
이제부터 나는 심덕 행자다.
* 보궁 참배
오후 들어 비는 억수로 내리고 있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지경인데 오직 한걸음을 위한 사람처럼
적멸보궁을 향하여 오르고 있다.
生滅 (생멸)이 멸하면, 寂滅 (적멸) 이고 적멸은 위락이라.
제일 참기 힘이 든 것은 젊은 도반들이 먼저 가버린 점이다.
조금 천천히 라면 나도 할 수 있으련만
시간에 맞춰진 동반 수행이 이래서 어렵구나.
너무 엄격한 스님들.
분명 탈락 시키실 줄 알았는데 의외에 일이 생겼다.
물먹을 시간도 허락하지 않던 담당스님 한분이,
뒤로 쳐지셔서 나와 보폭을 함께 하심으로
늦게나마 보궁에 도착토록 기다려 주셨다.
내가 감사할 대상은 누굴까?
불 법 승 중에 누구일까...
석가모니도 중생으로 시작해서 불가를 이루셨다.
三寶 (삼보) 는 이름일 뿐이고
부처의 세계는 一 (일) 寶 (보), 곧 하나의 寶物 (보물),
하나의 꽃일 뿐, 나누어진 것이 애초에 없었음이다.
오늘 내게는 스님이 佛이셨다.
* 깨어있자
생 노 병 사 중에 내게 남은 과제가 老死다.
어떻게 늙고 어떻게 죽을까가 나의 화두다.
답이 있는 것은 화두가 아니니 답은 없는가?
처절한 아픔은 마음으로 극복이 안 되나.
고통의 실체가 무아라는 것을 터득하고,
그 고통을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할고.
사람이 죽을 때는 몸이 먼저 무너진다지?
사대가 흩어지고도 정말 영식이 뚜렷할까?
오늘 얻은 것은 고통이 극에 달하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습(공부되었던)도 당황해서
옆에 사람이 조금만 참견해도 갈팡질팡
바보처럼 따라하게 된다.
그래서 참선은 이래서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정신 차려라, 심덕아, 정신을 놓으면...
특히 임종 시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어느 귀신이 끌어갈지도 모르고
지옥이고 축생이고 마구 휩쓸려가겠구나.
탈진한 몸에 멍하니 앉았다가도 <정신 차려>참선, 독경, 예불 때도
어느덧 멍청한 것이 오면 <정신 차려>하면 돌아온다.
계속 채찍을 휘둘러야겠다.
특별히 내 임종 시에 <정신 차렷>이다.
육체가 정신에 끌려가다 보면?
정신이 육체를 끌고 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 거울속의 나
새벽 세시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가 숙제다.
이 하루의 과제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까.
삭발 한지 4일만에야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웬 낯선 늙은이가 있네, 저 사람이 누구더냐,
반백이던 머리카락 어데 가고 빡빡머리 안경 쓴 저 사람...
처음 보는 생소한 얼굴이다.
저게 나였나? 내가 저거였나.....
내 아버지 모습 같기도 하고 내 어머니 모습 같기도 하네,
먼 먼 조상님네 모습도 섞여 있겠지.
나무아미타불.
나는 저 머리 깎은 사람에게 예불 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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