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대 1의 싸움도 가능하게 만드는 연속기 강건마의 '108계단' |
근성으로 번뇌의 108계단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사찰 기행 이야기가 아니다. ‘전설의 레전드’ 김성모 화백이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 [돌아온 럭키짱]에서 주인공 강건마가 사용하는 최강의 콤비네이션 연타 ‘108계단’ 이야기다.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럭키짱]에서 이름은 108계단이지만 실제로는 40단이었던 콤보로 만화책 반 권 분량을 채웠던 과거가 있는 만큼, 아예 108번의 콤비네이션으로 진화한 ‘108계단’이 실제로 등장한다면 대체 몇 주 동안 강건마의 콤보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재 강건마는 8단 안에서 싸움을 끝내겠다고 선언했고, 상대인 풍호는 108단을 모두 막고 109단까지 가주겠다고 장담했다. 과연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흥미로운 건, 때리는 쪽도 방어하는 쪽도 108단 콤보가 끝날 때까지 막거나 피하는 것만이 이 기술의 파훼법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즉 중간에 콤보를 끊거나 반격하는 것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헤비급을 제패했던 타이슨의 콤비네이션
흔히 핵주먹이라고 하지만 타이슨의 진정한 위력은 빠른 콤비네이션에 있다(사진=연합뉴스) |
그 어떤 위대한 파이터도 강건마처럼 108번까지 이어지는 콤비네이션을 장착하지는 못했지만, 자기만의 필살 콤비네이션은 A급 타격가의 필수 덕목이다. 가령 복싱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선수 중 하나였던 타이슨의 경우, ‘핵주먹’이라는 별명 때문에 그냥 주먹 한 방으로 끝내는 선수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 그의 강력함은 특유의 ‘7461 콤비네이션’에 있다. 불량 청소년이던 타이슨을 세계적 선수로 키운 트레이너 커스 다마토는 마치 대전 게임 기술표처럼 복싱 기술에 번호를 붙였는데, ‘7641 콤비네이션’은 말 그대로 7번(턱을 치는 상단 잽), 6번(바디를 치는 라이트훅), 4번(라이트어퍼컷), 1번(턱을 치는 레프트훅)으로 이어지는 연속기다. 이 콤비네이션에 걸린 상대는 안면에서 바디, 바디에서 안면으로 이어지는 공격 패턴에 걸려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물론 이 콤비네이션이 적중하기 위해서는 빠른 스텝과 상체 움직임이 이어져야 한다. 전성기 타이슨은 펀치의 파워도 파워지만 스피드가 정말 위력적인 복서였는데 앞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속도는 헤비급이라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빠르게 대시할 수 있어야 첫 번째 공격이 성공하고, 첫 번째 공격이 성공해야 연속적인 콤비네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돌아온 럭키짱]에서 강건마가 풍호에게 3단 콤보를 사용하기 전에 앞으로 빠르게 뛰어가는 모습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비록 그는 주먹이 아닌 발로 콤보를 시작하지만.
강건마의 3단 콤보.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
[돌아온 럭키짱]에서 배우는 콤비네이션의 조건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연속기에서 중요한 건, 각 기술이 상대방 시야의 사각에서 날아올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강건마의 3단 콤보 마지막 돌려차기의 경우 오른발 앞차기로 상대방 시야를 전방에 집중시킨 뒤, 바로 왼발을 축으로 옆으로 뻗어 나오기 때문에 풍호 같은 동물적 감각이 아니라면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인간이 어떻게 그런 기술을 쓸 수 있느냐는 것과는 별개로 강건마의 콤보에서 격투기의 콤비네이션을 떠올리게 되는 건 이런 요소들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7641 콤비네이션’ 역시 6, 4, 1번이 상대방의 사각에서 들어가기에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복싱 기술들을 잘 접목시킨 작품인 [더 파이팅]에서 주인공 일보의 필살기인 ‘뎀프시롤’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연속기라는 점에서 일종의 콤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에게 접근한 뒤 ∞모양으로 회전하며 시야의 사각에서 빠르게 터져 나오는 주먹이다. 여기에 한 번 걸린 상대는 기술이 끝날 때까지 거의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는다.
좌우 고속으로 회전하며 연타를 날리는 일보의 '뎀프시롤' |
무적의 콤비네이션은 없다
하지만 ‘뎀프시롤’이 사와무라의 카운터에 의해 깨졌던 것처럼, 세상에 절대 무적의 콤보라는 것은 없다. 심지어 콤보의 대명사인 게임 [철권]에서도 그런 일은 없다. 타이슨의 ‘7641’ 역시 타이슨이 전진하며 7번을 시작하려 할 때, 물러서지 않고 클린치를 하는 방식의 파훼법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여러 가지 콤비네이션이 있고, 그에 따른 수많은 방어 혹은 파훼법이 있지만 그것은 결국 한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콤비네이션의 시작이 되는 기술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정찬성의 다음 상대로 이제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된 UFC 챔피언 조제 알도의 경우 가볍게 유효타 하나만 성공해도 그 뒤에 폭풍 같은 콤비네이션을 몰아친다. 그렇기 때문에 경량급인 페더급 안에서도 무시무시한 KO율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불가사의하다고 평가받던 마치다(왼쪽)의 콤비네이션을 깬 건 결국 쇼군의 과감한 카운터다(사진=연합뉴스) |
그럼에도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국 정답의 다른 이름이다. 가령 료토 마치다가 라샤드 에반스를 이기고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이 될 때만 해도 왼발 킥에 이어 체중을 실어 날리는 왼손 스트레이트처럼 독특한 그의 콤비네이션은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쇼군은 그의 공격이 시작될 때 다른 선수들처럼 피하다가 맞기보다는 카운터 미들킥 혹은 니킥을 계속해서 날리며 마치다의 공격 흐름 자체를 끊었다. 그리고 독주가 예상됐던 마치다의 천하는 쇼군과의 2차전 만에 끝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풍호가 강건마의 ‘108계단’을 상대하기 위해 필요한 건, 결코 109단까지 가주겠다는 자신감이 아니다. 오히려 첫 계단을 오르기 전에 강건마의 공격 흐름을 깨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108계단’이 이미 풍호가 경험한 3단 콤보에 105단이 연결되는 형태라면, 그 경험을 떠올려 콤보의 첫 공격을 무력화하거나 카운터로 반격하는 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 결국 강건마의 빠른 대시와 점프에 이은 발차기를 막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다면 대시 혹은 점프를 저지하거나, 발차기에 카운터를 먹이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겠지만, 결국 이것은 풍호의 몫이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