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여행을 마치고 답한다/만촌안성환
녀석들이 부모를 떠나 할아버지와 여행은 처음이다. 큰 녀석은 초등학교 5학년이고, 작은 녀석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워낙 어릴때부터 마마보이라 한 번도 엄마 곁을 떠나본 적이 없는 녀석들이다. 그런데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하겠다 하니 대견스러웠다. 첫 여행지가 경주이며 ‘월성 A 지구 발굴현장’이다. 수준에 맞지 않은 여행지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 같아 그냥 데리고 가기로 했다. 문제는 이날이 월요일 학교에 가는날이다. 며느리에게 여쭈니 ‘체험학습’이란 제도가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두 녀석은 ‘체험학습’의 혜택으로 월성 발굴현장으로 할아버지와 동행하였다.
월성이란?
신라시대 궁성(임금이 거쳐 하는 궁궐을 둘러싼 성벽, 신라 파사왕 22년(서기101년)쌓음)을 말하는데 이번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월성 A 지구 발굴현장 설명회’를 한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대상 인원은 50명으로 제한이며 선착순 접수였다. 다행히 순위에 포함되어 참관의 영광을 얻었다. 특히 경주는 천년고도라 발길에 차이는 것은 모두 보물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래서 유달리 발굴조사가 많다. 하지만 학예연구사들이 직접 시민을 상대로 발굴현장을 설명하는 예는 흔치 않다.
할아버지의 생각을 말한다.
교육의 방법이 옛날과 지금이 같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가정의 가풍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단다. 어릴 때는 어른들의 습관을 따라 배우게 되고 나이가 들면 따라 배운 것이 습관이 되어 습관대로 할 뿐이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더물단다. 그래서 좋은 가문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는 속담도 있지 않느냐. 그래서 학자 집안에 학자 나기 쉽고, 판사 집안에 판사 나기 쉽단다. 옛말이 틀리지 않더란다. 대화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면 아는 것만 반복하게 되지만 듣는다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게 되듯이 오늘도 많이 들었으니 후일 너희들의 양식이 되리라 할아버지는 믿는단다.
오늘 할아버지는 너희들의 모습에 새로운 것을 배웠단다.
우리는 발굴현장 설명회를 마치고 월정교와 남천 징검다리를 건너며 함께 놀았지.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하는 너희들 모습에 할아버지는 많은 것을 배웠단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구나. 머리로 공부 하기 전에 가슴으로, 마음으로, 감으로 그 느낌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단다. 놀이가 삶을 가볍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놀이는 재미있으니까 집중하게 되고 집중하니 신바람이 나더구나, 할아버지도 오늘 너희들과 함께 하며 신바람이 났단다. 노래하고 춤추고 싶더군. 공부도 놀이학습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단다. 딛고 일어서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좋은 경험이드시 오늘 할아버지와의 경험이 너희들에게 훗날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단다. 이번 첫 여행은 너희들 덕택에 할아버가 얻은 것이 많았단다.
2024년 10월 7일
손자진형와 손녀지아와 함께 여행을 마치고 할아버지 만촌성환 쓴다.
첫댓글 멋진 할아버지 ..
문득 밥상머리 교육이 생각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절실히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 되지만 급속한 핵가족화로 어려움이 산재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의 밥상머리 교육을 강 추천합니다.
만촌 안성환 선배님의 무한한 필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항상 건행 하십시오.
후배님 고맙습니다
선배님 모습에서
참다움을 느낍니다
부럽습니다.
매번 여행기가 올라와있나
들어와보고
읽으며서 남다름을 느낍니다.
좋은 취미와 답사기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사가 가까이 다가 왔네요. 성황을 이루길 바랍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