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 구시대 유물인가, 시대를 초월한 정답인가?
현모양처라고 하면 지난 시대의 망령(亡靈)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슨 현모양처 타령이냐며 비웃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래서인가. 이제는 현모양처 소리 듣는 주부가 많지 않다. 그래서 현모양처가 그리운 시대가 됐다. 그 많던 현모양처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Part1. Research
여성조선 주부독자 330명 대상 설문조사
‘21세기형 현모양처는 어떤 모습?’
“풍부한 지식과 정보력으로 남편과 자녀의 성공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당신이 바로 21세기 현모양처입니다”
21세기 현모양처는 어떤 모습일까? 이것이 제일 먼저 생긴 궁금증이었다. 지난 2월 8일 여성조선은 30대 주부독자 3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21세기 현모양처의 조건은?’, ‘주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정의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현모양처 분위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연예인은?’ 등 네 가지였다. 특별히 30대 주부를 대상으로 한 것은 21세기에 주부가 된 여성의 사고를 많이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현모양처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위_ 풍부한 지식과 정보력 : 59.7%, 197명
2위_ 경제적인 능력 : 26%, 86명
3위_ 헌신적인 자녀교육과 남편 내조 : 8.2%, 27명
4위_ 사교적인 성격 : 2.1%, 7명
기타 : 4%, 13명
시대정신이 많이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예전 같으면 헌신적인 자녀교육이나 남편 내조가 1위를 차지했을 텐데, 30대 젊은 주부들은 21세기 현모양처의 조건으로 ‘풍부한 지식과 정보력’ 또는 ‘경제적인 능력’을 첫 번째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두 가지 답변만 85.7%에 이른다. 실제로 ‘풍부한 지식과 정보력’은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는 자녀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보가 빈약하면 돈과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주부들 사이에서도 정보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타 의견으로는 빼어난 요리솜씨(4명), 전통적인 예의범절 숙지(3명), 독실한 종교관(2명) 등이 있었다.
주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1위_ 자녀의 성공 : 37.3%, 123명
2위_ 남편의 성공 : 34.8%, 115명
3위_ 자아실현 혹은 자신의 성공 : 23.9%, 79명
4위_ 가정의 화목 : 3%, 10명
기타 : 1%, 3명
일상에서는 ‘자신의 인생’이나 ‘자아실현’ 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속내는 다른 모양이다. 남편이나 자녀의 성공을 먼저 이야기한 주부들이 전체의 72.1%에 이르렀으니까. 물론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한 23.9%도 예전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일 것이다. 이 질문에는 기타 답변이 적었던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결국 주부로서 바라는 것이 명확하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명쾌한 주부들이 사는 나라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1위_ 가족의 건강 : 71.8%, 237명
2위_ 경제적 여유 : 13.3%, 44명
3위_ 자녀의 성공 : 6.4%, 21명
4위_ 가족구성원간의 공동 목표 : 2.7%, 9명
기타 : 5.8%, 19명
이 질문은 우문(愚問) 가까웠는지, 답변이 한 가지로 몰리고 말았다. 응답자의 71.8%, 330명 중 237명이 ‘가족의 건강’을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건 우문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주부들이 현명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가족구성원이 병석에 있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고, 가족구성원이 건강하다면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 사실 건강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모양처 이미지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연예인은?
1위_ 김희애 : 26.7%, 87명
2위_ 하희라 : 14.7%, 49명
3위_ 신애라 : 11.2%, 37명
4위_ 고두심 : 9.4%, 31명
5위_ 이영애 : 8.2%, 27명
6위_ 전인화 : 6.1%, 20명
7위_ 김혜자 : 4.7%, 16명
8위_ 박미선 : 4.2%, 14명
9위_ 오여수 : 3.3%, 11명
10위_ 조혜련 : 2.4%, 8명
기타 : 9.1%, 30명
그렇다면 연예인 중에 현모양처 분위기가 강한 사람은 누구일까? 330명 응답자 중 87명이 김희애를 들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희애가 현모양처를 연기한 적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주로 남편운 없는 비련의 여주인공(드라마 ‘아내’ ‘눈꽃’ 등)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현모양처 역할이라고 해봐야 2년 전에 끝난 ‘부모님전상서’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김희애가 본래 가지고 있는 정돈된 분위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희애는 남편에게 내조도 잘할뿐더러 두 아들의 헌신적인 엄마로 알려져 있다.
2위를 차지한 하희라는 주변에서 ‘현모양처’ 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연예인이고, 신애라는 ‘똑 소리 나는’ 이미지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혼녀 고두심이 상위에 랭크된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워낙 헌신적인 어머니 역할을 많이 한 덕분이고, 미혼인 이영애가 상위에 랭크된 것은 ‘대장금’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그우먼 조혜련이 10위 안에 든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조혜련은 억척스런 이미지와 달리 살림은 꼼꼼하게 잘하는 편이다. 기타 의견에는 김미화(4명), 유호정(4명), 이다도시(3명), 김혜숙(3명), 전인화(2명), 선우은숙(2명) 등이 있었다. ‘현모양처감’ 소리를 제일 많이 듣던 이민영은 이혼사건 여파로, ‘나쁜 여자 착한 여자’에서 세상에 둘도 없는 현모양처로 나오는 최진실도 같은 이유로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남자 탤런트 현빈(1명)을 말한 응답자도 있었다.
현모양처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설문을 종합해보면, 젊은 주부들이 생각하는 현모양처의 모습은 ‘풍부한 지식과 정보력으로 무장하고, 남편과 자녀의 성공을 지상과제로 삼으며, 가족의 건강까지 챙길 줄 아는 건강한 여성’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처럼 들리지만 결코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굳이 이렇게 설문조사까지 하지 않더라도 주부라면 누구나 가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생각처럼 안 되는 게 인생이고, 어쩔 수 없이 실패하는 부분도 생기곤 한다. 자식들이 공부를 잘하면 뒷바라지할 돈이 부족하거나, 돈은 넉넉한데 건강이 안 좋고, 조건들은 다 만족스러운데 자식농사를 못 짓거나 하는 게 우리 인생살이다. 그러니 현모양처 소리를 들으려면 팔자도 타고나야 하는 모양이다.
물론 어려움이 많다고 현모양처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모양처라는 수식어는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에게 더 관대하게 주어진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소리를 들으려면 힘들다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모양처’라는 말 안에는 예나 지금이나 인내를 강요하는 뉘앙스도 분명히 존재한다. 현모양처 소리 듣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첫댓글 뭐 기사는 새삼스러운 글이지만 분석이 나름 개념글이네요; ^^ ㅋ
저는 그냥 뭐 여성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는 당연히 희애언니 이름 있겠거니 하고 생각해요. ㅎㅎ
기자가 실수도 하내요. 오연수를 오여수로 오타 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