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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수 연세대 원주캠퍼스 객원교수 행복한 강원도위 지역경제분과 위원장 |
강원도는 물맑고 공기좋은 고장으로 유명하지만 오늘날 삶의 비교지표로 볼 수 있는 경제지수상으로는 참으로 암울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강원도 인구는 전국의 3.3%정도이다. 한편 GRDP라 불리는 생산비중은 2.6%정도 되고, 여수신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인구도 워낙 적지만, 생산량은 그보다 더 적고, 금융규모는 아예 인구비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에, 강원도의 과거 14년간 평균실질성장율은 4.2%로 전국평균에 크게 미달되면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수도권과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최소한 두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남들에게 없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에 있는 좋은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보다 손쉽다고 할 수 있는 후자의 대표적인 것으로 시장이 있다.
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본주의의 묘약이다. 일찍이 1850년경부터 시작된 세계화에서 강대국으로 진입해 오늘도 국위를 떨치고 있는 선진국들은 하나같이 장벽을 없애고 시장을 열은 나라들이었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한 것도 개도국 중에서는 남보다 먼저 시장을 열고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사는 이와 파는 이가 만나서 서로 이득을 보고, 성공을 위해서는 피땀흘려 만든 신제품이 결국은 시장의 심판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니 시장이야말로 우리사회의 근간이자 진보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효율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성공요인이라고 볼 때 우리 강원도는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공히 심각한 우려에 직면한다. 우선, 금융시장을 보면 강원도의 예대율은 63%로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의 평균 88%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중소기업 1업체당 평균 대출금액이 5000만원으로 전국평균 8000만원에 많이 모자라다. 이것은 한마디로 금융기관의 자금공급기능이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주된 이유는 금융기관 중 은행점포수가 적어진데 기인한다. 금융시장은 적절한 금융수요에 대해 기능을 갖춘 금융기관의 자금공급으로 균형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데 강원도의 경우는 공급기관 부족으로 시장의 균형이 깨어져 있는 것이다. 몸으로 비유하면 심장에서 펌프질을 해서 혈액을 공급해야 하는데 심장의 펌프기능이 약하고 혈관에 불순물이 많아 피가 잘 흐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실물시장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에 지자체가 지원하는 33개소의 공영도매시장이 있고 여기서 농어민 등의 지역생산자와 전통시장 등의 지역 소매상을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강원도 소재 춘천, 원주, 강릉 3개 도매시장의 전국도매시장 대비 유통 비중이 약 1%정도에 불과하고 종사자 수 등 전반적 시스템과 기능이 미약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 도내 농수산물이 지역을 거치지 않고 서울로 올라가게 되며, 한편 도내 전통시장은 공급경로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물, 특히 농수산물에 있어서는 도내 공영도매시장의 부실이 생산자의 고충과 전통시장 등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도내 현안중의 하나인 전통시장의 해법을 공영도매시장의 기능 활성화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내 금융기관의 공급기능 확충을 통한 금융시장 기능 회복과 공영도매시장 운영 활성화에 의한 지역 실물시장의 기능강화가 시급하다. 강원도, 우선 지역의 시장이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