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5월30일
장미는 시들부들해지고
5월의 꽃 장미가 시들부들해지고 있다. 시간도 봄의 끝자락에서 서서히 대지를 달구고 있다. 저녁 무렵에 창문을 통해서 드나드는 바람이 상쾌하다. 이런 바람과 마주하는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음을 안다. 귀하고 소중한 늦은 봄밤의 정취다.
머리가 덥수룩해서 미용실을 다녀왔다. 염색을 집에서 하니까 미용실 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긴 머리도 자주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냥 길게 내버려두니까 집에서 손질하는 게 어렵다.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주는 에센스가 짜고 짜도 나오지 않아서 어제는 외출하려니까 머리 손질이 안 돼서 난감했다. 억지로 손질하고 외출을 했다.
미용실에서 세 시간 정도 수다를 떨면서 보냈다. 손님이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도 있었지만, 커피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세상 돌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즐겁게 지냈다. 10년 넘게 다니는 단골 미용실이라서 마실 가는 기분이다. 동네 손님도 다 아는 사람이고 모르는 손님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미용실에 다녀오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귀한 ‘불로유’ 라는 우유도 마시고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면서 귀한 우유를 내놓았다, 어려서 먹었던 염소젖 같았다. 아직도 콜라병에 담아서 배달해 주던 염소젖을 잊을 수가 없다. 연년생 동생을 봐서 젖배를 곯았다고 했다. 몸이 약한 나는 염소젖을 먹고 자랐다. 비타민과 영양제를 얼마나 챙겨서 먹였는지 골골하던 내가 이제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나는 어떤 엄마로 살아갈까?
미용실에 다녀오면 몸과 마음이 다 예뻐진다. 머리 손질한 날에는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 싫어진다. 남편과 저녁이라도 먹고 싶은데, 친구를 불러서 커피도 마시고 싶은데, 그렇지만 오늘도 그냥 집으로 들어와서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에는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