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 통 그 14 (첫 사랑 -4)
서 미진, 그녀와 나는 그 일이 있고 난후 하루라도 못 보면 몸살이 났다. 그녀는 보건소와 자취방을 쳇바퀴 돌듯이 정확히 돌았기 때문에 두 곳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었다. 낮이면 문지방 다 닳겠다는 외사촌 형의 타박을 들어 가며 보건소를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밤이면 길쪽에 난 봉창을 '똑똑똑, 똑똑똑, 똑똑똑' 두드리면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을 따 주었다.
그 당시 어머니는 아버지가 없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자주 집을 비웠는데 어머니가 집을 비운 날은 친구들과 시내를 쏘다니다 허기져 그녀의 집을 두드리면 나를 위한 밥상이 항상 소담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러면 나는 조금도 낯 섬 없이 밥이랑 찬을 개 눈 감추듯 딸딸 긁어 먹고는 물-하고 소리쳤다.
그날도 물-하고 소리치니 그녀가 두 되 짜리 양은 주전자를 들고 왔다.
"그건 뭔데?"
"막걸리. 우리 한잔 할 래?"
"조오치!"
그녀는 막걸리에 말표 사이다를 섞었다. 우리 둘은 처음으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히히덕 거렸다. 그녀는 조금도 밀림없이 나와 같이 술잔을 받아 마셨다. 한잔 한잔, 잔 수가 느는 것과 비례하여 그녀의 얼굴은 노을처럼 불 타 올랐다. 그예 주전자 바닥을 보자 그녀는 덥다면서 부엌으로 나갔다. 나도 술에 숙달되지 않을 때라 취기가 올라 천정이 뱅글뱅글 돌았다.
그녀는 그새 목간을 한 모양이었다. 금방 감은 검게 윤나는 머리 카락을 내 앞에서 툭하고 털어 넘겼다. 긴 머리 카락이 공작 날개처럼 활짝 펼쳤다가 가녀린 어깨에 사르르 내려 앉고 풀석 하얀 수증기가 방안 전체로 날아 오르드니 스르르 스며 들었다. 까까머리였던 나에겐 머리에 쥐가 나도록 신비스럽고 애로틱했다. 검은 머리숲에서 쏟아지는 하얀 김은 최음제가 되어 내 눈과 코로 분사되어 나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있어 그녀는 처음에는 천사였고, 다음은 나이팅게일, 그러다 엄마처럼 기대고 싶다가, 여자 형제가 없는 나에게 오누이처럼 허물없어 지드니, 그 날은 모나리자의 묘한 미소 같이 나를 헷갈리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교태 나게 눈웃음치며 분홍빛 혀를 날름거렸다. 그런 그녀의 행동과 눈빛이 무언가 생경스웠고 <피카소의 여인들>모양 표피 안쪽에 또 다른 그녀가 있었다. 표피 속의 그녀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내게 다가왔다."
"오늘 자고 가지?"
".....!?"
"어제 밤에 누가 봉창을 두드리는 거야. 반가와 후다닥 일어 나니 신호가 달라. 밤 내 무서웠다고..."
나는 평소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잠을 청했지만 이미 전날까지의 내가 아니었다. 인생은 서서히 변하는 것이 아니고 한 순간의 고비가 있다. 그날 따라 짙은 어둠이 나의 수놈 본성에 불을 당기여 몸의 세포란 세포는 모두 함성을 지르며 내 의식을 팽개치고 그녀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나의 내면에는 요절 화가 <에곤 쉴레>의 뜨거운 <포옹>을 갈망하는 욕망의 덩어리가 똬리를 틀며 도사리고 있었다. 그의 또 하나의 작품 <추기경과 수녀>가 나의 육체적 욕망을 정당화 시키려고 충동질마저 했다.
그러나 나는 한껏 당겨진 고무줄처럼 팽팽하고, 한껏 부풀어 터질 것 같은 내 몸뚱이를 채찍으로 다스리다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답답하고 갈증이 나 눈을 떴을 때 나는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내 막내 버릇이 도져 그녀의 가슴에 코를 박고 있지 않는가.
어릴적 우리 가족은 한 방에 온 식구가 거처하였는데 어머니 옆자리는 언제나 내 차지였다. 초등 5학년 때까지 나는 엄마 가슴을 만지고 심하면 입에 물고 잠을 청하거나 자면서도 그 행위를 반복하여잠버릇이 되어 버렸다. 나는 미숙아인가 아직도 구강이 발달 되어있다.
이미 나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 쥐고 있었다. 어머니의 가슴과는 달리 조그만하고 앙증맞은 것이 꽃 봉오리처럼 봉긋 솟아 한 껏 부풀어 터질 듯 뜨겁고 유두는 빳빳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 어떤 행위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자는척 내숭을 떨었다. 그때 그녀가 팔에 힘을 주며 나를 지그시 껴 않았다. 그러자 여태까지 잠든 채 숨죽이고 있던 또 하나의 내가 나를 밀어내고 서서히 고개를 쳐들었다. 어둠은 언제나 그 나름대로 속성이있다.
또 하나의 나는 넉살좋은 늑대가 되어 그녀의 유두를 중지로 가만히 노크했다. ‘똑똑똑, 똑똑똑, 똑똑똑’ 유두를 피아노 건반 치듯 중지로 리드미컬하게 두드렸다. 나를 받아 줄거야? 그녀의 몸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며 나를 더욱 세차게 켜 안았다. 그러자 그녀의 꽃망울이 벌어지듯 도드라 진 유두가 내 입술을 간지렸다. 나는 설 익은 꽃망울을 입술과 혀로 이리저리 어르다가 뜨거운 입 안으로 받아 들였다. 그리고 짓궂게 꽃망울을 이빨로 잘근잘근 물었다.
“아-!”
그녀의 신음 소리가 얄팍하고 뜨거운 입술을 헤집고 나와 달아 오른 나의 귓밥에 풀무질을 했다. 나의 몸에 불이 당겨지는 순간 어둠이 나의 이성보다 욕망을 부채질 했다. 나는 욕망이라는 브레이크가 없는 전차가 되어 비탈길을 내달렸다. 내 손은 그녀의 가슴에서 허리로, 그리고 달디 단 심연 속으로 가는 둔덕에 멈추었다. 손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덜덜 떨였다. 한참을 그곳에서 어영부영하다 그녀를원초의 이브로 발가 벗겼다. 계곡에는 무성한 솔가리가 내 콧구멍을 간지렸다. 그러다 나는 한 껏 달아 오른 나를 그녀의 심연을 향해 서서이 밀어 넣었다.
“주여-!”
그녀는 체념 비슷한 탄식을 쏟으며 자신을 옭아 맺던 밧줄을 끊었다. 그리고 그녀는 무장 해제 하듯 사지의 맥을 놓으며 나에게 엉겨왔다.
그러나 나는 도리어 꽁꽁 얼어 붙었다. 주여-! 하는 외마디가 싸늘한 은빛 총알이 되어 내 가슴을 관통 하였다. 나는그녀의 배 위에 널부러져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성장통 그 14 ( 첫 사랑 -맺으며 )
안동은 역시 고풍스런 곳이다. 추석 날 오후에 만난 우리는 눈치가 보여 시내에 같이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날씨는 한껏 찌프렸지만 야외로 나가기로했다. 행선지는 풍산. 특별히 갈 곳이나 볼 곳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저 단 둘이 야외에 있고 싶어서였다. 통일여객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시내에서도 서로 스스럼없이 허리를 감고 다니 드라만 그 당시 우리는 누가 볼가 봐 버스도 남남인 것처럼 떨어져 앉았다.
풍산에 내려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50M정도의 간격을 두고 걸었다. 풍산이 눈에 익은 곳도 아니고 딱히 정해진 곳도 없는 터라 나는 면내를 벗어나 둘만이 있을 수 있는 도린곁을 찾아 길찬 산골짜기 쪽으로 열고 나게 걸었다. 한참 가니 인가도 눈에서 벗어 나고 들판이 펼쳐졌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깔렸지만 대수냐. 우리는 하늘 아래 둘만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좋아 손을 마주 잡고 촐랑촐랑 춤추듯 걸었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들판은 누렇게 익은 곡식을 배 불리 안고 포만감에 젖어 있었다. 간혹 서있는 허수아비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그런데 날씨가 문제였다. 하늘은 검고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있고 세찬 바람에 익은 벼들이 파도처럼 물결쳤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 서기에는 꾀나 들떠 있어 그런 현상들이 둘의 길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믿는 구석도 없으면서 우리는 도리어 여낙낙히 한껏 웅크린 하늘과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을 즐기면서 인적이 없을 법한 골짜기를 향해 아귀세게 나아갔다.
한식경이나 걸었을까 ‘후드득’하고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주위의 현상에 눈을 돌렸다. 사위는 갑자기 비안개에 자욱이 싸여 어둠에 빠져들고 세찬 바람과 함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상황을 정확히 인지했을 때는 이미 미아가 되어 사달이 났다. 대로를 걸어 온 것도 아니고 논밭두렁 같은 길을, 더구나 뒤는 생각하지도 않고 앞만 보고 걸어 온 탓으로 풍산 쪽을 가늠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을 보아도 시커먼 구름과 자욱한 비안개가 시야를 가로 막고 있었다. 산속의 날씨는 변화무쌍하였다. 간혹 뇌성벽력이 머리 위에서 불 채찍을 후려치며 금방 집어 삼킬 듯이 지축을 흔들며 쿠광쾅 거렸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서로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풍산 쪽을 대충 어림잡아 잦은걸음을 내딛었다.
나는 그때 하복을 입은 탓으로 이미 물에 빠진 생쥐나 진배없었다. 거기다가 세찬 바람이 뼈 속까지 스며들었다. 언제나 당당하던 나에게 공포가 날선 칼날이 되어 내 등줄기를 갈랐다.
“조금만 가면 돼!”
나는 누구에게 랄 거 없이 소리쳤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세찬 바람에 허공으로 날아갔다. 우리는 미끄러지고 개울에 처박히고 넉장거리처가며 무턱대고 걸었다. 이미 사방은 어둠이 짙게 웅크리고 물 먹는 하마처럼 비를 빨아 먹고 있어 시야가 10M를 넘지 않았다. 나는 번개가 칠적마다 그 빛을 이용하여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마을의 불빛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시커멓고 큰 물체가 번갯불에 비쳤다가 사라졌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안고 비바람을 헤치며 눈에 익혀둔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시커먼 물체는 사람이 사는 집은 아니었다. 그냥 헛간이었다. 허허벌판에 외로이 서 있었다. 우리는 그것도 감지덕지하며 문을 밀고 들어갔다. 어둠에 어느 정도 눈이 익자 내부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두꺼운 나무판자와 서까래 그리고 새끼줄 타래들, 종이로 만든 꽃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상여가 두서없이 엉켜 있고 바닥에는 짚단이 깔려 있었다. 마을의 곳집, 상엿집이었다. 약간 오싹했으나비를 피했다는 안도감에 눌려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오한이 엄습해왔다. 내 의지로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발이 덜덜 떨렸다.
“옷을 벗어 빗물을 짜고 다시 입자! 저체온에 빠지면 큰일 나!”
그녀가 먼저 주적거리며 옷을 벗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나신이 희뿌옇게 떠올랐다.
“내 말대로 빨리 해! 팬티 까지도.”
멈칫거리는 나에게 그녀는 다그쳤다. 나도 어둠 속이라 후들후들 떨면서 팬티까지 벗어 매 짜서 다시 입었다. 그래도 몸은 사시나무 떨듯이 흔들리고 턱이 덜덜 떨려 이빨이 나도 몰래 마주쳤다. 그런 나를 그녀가 다가와 곰살맞게 두 손으로 감싸않으며 말했다.
“나한테 꼭 안겨!”
나는 시키는대로 했다. 그녀의 심장 소리와 따뜻한 체온이 서서히 내게로 전해왔다. 나는 조그맣고 따끈한 그녀를 내 품속으로 넣을 듯이 끌어 당겼다. 그녀도 모든 부위가 한 몸이 되게 두 손을 내 허리에 감고 한껏 밀착해 왔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염치없이 내 남자가 죽순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아랫배를 파고들었다. 나는 열없어 엉덩이를 오리 궁둥이처럼 뒤로 뺏다.
“그냥 도!”
도리어 그녀는 그런 나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감싸 자기 쪽으로 잡아 당기며 담담하게 말했다.
“수놈의 본성이야 어쩔 수 없는기라. 수놈은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위기를 느끼면 본능적으로 꼴린다더라. 암놈은 <멘델의 법칙>에 의해 우성을 추구하지만 수놈은 자기의 씨를 많이 퍼트리는데만 광분하거든. 전에 니가 가들한테 두들겨 맞고 정신을 잃었을 때도 밤새도록 독야청청하더라. 뜨거운 피가 돌고 있다는 증거니까 부끄러워하지 마라! 내가 간호사 아이가.”
나는 애면글면하는 그녀에게 모두를 맡겼다. 그러나 오한은 여전했다. 나 자신이 나를 제어 할 수 없었다.
“안되겠다. 이럴 경우 남자는 여자보다 약해. 괜히 허풍이나 떨지 남자란 속이 허벅허벅 한 수수깡이거든.”
그녀는 나에게서 떨어 지드니 바닥에 흩어진 볏 집을 더듬거리며 주섬주섬 모아 몇 겹을 바닥에 깔고 나를 거기 눕히며 단호하게 말했다.
“잠들면 큰일 나! 지금은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 이바구나 하자.”
그녀는 옆에 누워 내 등에 손을 넣어 강하고 빠르게 마사지를 해주었다. 나는 창자 속까지 스며드는 오한에 떨며 그녀의 조그만 가슴 속으로 한 없이 파고들었다.
우린 그런 자세로 많은 이야기를 주절거렸다. 우리 첫 만남의 에피소드, 나의 상처 때문에 숨어 지냈던 보름간의 그 지긋지긋 했던 무더위, 서로의 어린 시절 이야기, 내년 여름에는 바다로 꼭 가자고 약속도 하고, 서 미진 보다 선 미진이 더 좋은데 하고 농담도하고, 영화나 읽은 책 이야기 등 시시콜콜하게 순서도 없이 시공을 넘나들며 얘기를 나누다 내가 설핏 잠이 들려하면 그녀는 내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살포시 포개었다.
그녀의 약간 벌어진 얄팍한 입술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그때 마주 닿은 코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콧김은 내 코 속으로 스며들어 정신을 깨우치고 붉게 열린 입술에 흐르는 수액은 생명수가 되었다. 그래도 내가 혼수 일보 앞에서면
“언젠가 나를 가져야지!”
그녀는 나의 원초적인 수놈의 본성까지 건드리며 닦달하였다.
그날 그렇게 덜덜거리던 나는 다시 활기를 찾은 대신 그녀는 자리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감기 몸살이라고 했다. 나는 도리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받은 고마움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가만히 누워 있어! 내가 다 할게.”
나는 부엌에서 설레발을 떨었지만 언제나 쫑코만 먹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우리들에게는 웃음이 있었고 내일이 있었다.
감기 몸살이 오래 가 길래 뜨악하다 했는데 어느 날 심한 기침 끝에 각혈을 했다. 나는 손사래를 치는 그녀를 들쳐 업고 보건소로 냅다 달렸다. 부끄럽고 숨길 겨를이 없었다. X레이 검사 결과 급성 페결핵, 그것도 이미 말기에 접어들어 있었다. 곳집에서의 하룻밤이 그녀를 덧나게 했던가보다. 나는 죄스럽고 막막했다. 종요로운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일이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뼈 속 깊이 느끼는 순간 나는 절망했다.
그 후로 그녀는 전염 된다는 이유로 나의 자취방 출입을 한사코 말렸다. 그러나 나는 막무가내로 시도 때도 없이 들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자취방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그길로 보건소로 달려갔다. 사촌형도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남후면 주소를 들고 찾아갔으나 딴 사람들이 거쳐하고 있었다. 그렇지, 봉화라 그랬지. 나는 더 이상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어 불 꺼진 그녀의 자취방을 하릴없이 맴돌기만 했다.
‘그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빌자!
그 해도 저물어 가는 섣달 중순 외사촌 형이 팔일오 제과점에서 나를 보자고 했다. 형은 달랑 음료수 한잔을 시켜놓고 내 눈치를 살폈다.
“이게 다야?”
“서 간호사 잊어라!”
“....... 왜!?”
“죽었어.”
“뭐라꼬.......!?”
“일주일 전에”
“....... !”
“화장을 했고 서 간호사 뜻대로 포항 앞바다에 뿌렸단다.”
나는 형의 애처로운 눈총을 등으로 받으며 제과점을 나섰다.
‘진아는 죽지 않았어! 언제나 내 가슴 속에 살아 있을 거야!’
나는 꺼이꺼이 울며 그녀의 자치 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눈물이 얼마나 쏟아 지는지 안동 시내가 잠겨 들었다.
나의 희망지는 포항이었고 첫 발령은 포항 대송(지금 포스코 자리)이었다. 첫 부임하기 전날 밤, 나는 송림이 우거진 대송 바닷가에 섰다. 그리고
“진아, 내가 왔다!”
하고, 바다 멀리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바다가 산더미처럼 밀려와 해변의 바위 덩어리를 덮석 품었다가 아쉬운 듯 물러가고는 했다. 나는 미친 듯이 옷을 몽땅 벗어 던졌다. 그리고 손톱도 들어가지 않을 먹물 같은 바다에 몸을 던졌다. 차가운 바닷물에 피부가 바싹 오그라들었다. 조금 지나자 바다는 서서히 내 알몸을 받아들이고 낮에 데워진 온기로 피부를 매만져 펴주며 부드럽게 다독거려 주었다. 나는 그런 바다에 몸을 맡기고 평영과 배영을 번갈아 하며 피부를 핥으며 미끄러지는 진아의 손길을 마음 껏 즐겼다.
- 나는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진아와 손톱만큼이라도 닮은 점이 있는 여인을 만나면 사죽을 못썼다. 아니면 저 여인은 진아와 무엇이 닮았을까 꼬투리를 잡기도 했다.
헌데 어느날 진아를 판박이 한 여인이 나타나 내 입술에 큐피드의 화살을 쏜 후 나는 뒤죽박죽이 되었다. 애써 그녀라는 불씨를 잿무덤으로 덮었는데 주머니에 넣은 송곳마냥 시도때도 없이 삐져 나와 새빨갛게 불타 오른다.
윤회를 인정 한다면, 그녀가 내 가슴으로 들어 온 후 모습을 감추었다 다시 태어나 지금은 나를 몹시도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첫댓글 봄꽃과 함께 아련히 떠오르는 첫 여인의 향기가 물씬 풍겨오는 작품, 아쉬움 그리움이 묻어나는 옛추억이 담긴 글 잘 감상했네.
애틋한 사랑의 메세지이군요. 비록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너무나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고이고이 간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