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원산악회 오대산 선재길 탐방
2023년 12월 2일(토요일) 맑음
김홍주 서정복 윤태진 오한식 김광진 외 37명 참가
진정한 나를 찾아 새로운 행복의 길을 걷는다!
남한 8봉이며 불법의 산이자 거목의 산인 오대산 선재길은 천년고찰 월정사부터 상원사까지 오대산 골짜기를 따라 10km 거리로 구불구불 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선재길은 예로부터 수많은 고승 대덕 들이 걸었던 구도의 길이다. 아름다운 오대천과 벗 삼아 처음부터 끝까지 사색하고 성찰하며 차분하게 걸으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 새로운 행복의 길을 걷는다.
선재라는 이름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 동자에 비롯된다. 지혜와 깨달음의 상징인 문수보살처럼 깨달음이라는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분이 선재 동자이다. 또 선재에는 착한 사람이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이 길을 걸으면 누구나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선재 길을 걸으며 세상사의 시름을 날려버리고 착한 일 많이 하고 악한 짓 하지 말기를 다짐하는 치유의 길이 오대산 선재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정표 푯말
상원사 주차장부터 산행이 시작된다(11:40). 차도 있는 곳으로 내려서니 삼거리가 나오고 상원사 0.3km, 월정사 8.7km란 푯말이 반긴다. 고스락(정상)인 비로봉을 향해 산기슭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잰걸음으로 올라가 상원사에 이른다(11:48). 상원사는 신라 성덕왕 4년(705년)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대웅전이 없고 문수전이 있는 것이 특이하고 문수보살상은 국보 221호로 지정돼 있다. 또 상원사 동종은 국보 36호로 725년에 주조된 청동 종으로 현재 남아있는 종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상원사를 뒤로하고(11:54) 널찍한 길로 내려가 선재길 트레킹을 시작한다(12:02). 차도 옆의 데크 길로 나아가다가 오대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12:05) 오대천을 오른쪽에 끼고 진행한다.
이 길은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이곳에서 목욕하는 중에 문수 동자를 만나 피부병을 고치고 자주 행차하여 문수보살과 관련된 많은 전설을 남겼다고 하여 왕의 길로 불린다. 왕의 길은 상원사부터 월정사를 향해 나 있는 선재길 1.8km까지의 구간을 말한다. 금방 거대한 두 그루 고목이 나타나고 평지와 똑같은 유순한 길로 기분 좋게 나아간다.
왕의 길 관문을 통과하고(12:22) 이제 화전민 길을 걷는다. 일제 강점기 오대산의 울창한 산림을 벌채하기 위한 인력들이 모여들어 150여 가구 300여 명이 살았는데 겨울에는 벌목하고 여름에는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고 하여 화전민 길로 불린다. 화전민의 고단한 땀과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2.4km쯤 된다.
너와 집
1,231봉우리서 흘러내리는 자연미가 넘치는 계곡을 건너자(12:25) 금방 화전민 터인 주거지 너와 집이 나온다(12:28). 오대산에 거주하는 화전민은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지리적 특성상 뽕나무를 쌓아 올린 귀틀집에 나뭇조각으로 만든 너와 지붕을 얹고 두둥불, 화티, 고불 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난방시설을 조성한 집을 지어 살았다고 한다.
곧이어 출렁거리는 다리로 오대천을 건너(12:30) 차도 오른쪽 길로 진행하다가 다시 오대천 위 다리를 건넌다(12:35). 이어 오대천을 오른쪽에 두고 5분쯤 나아가니 월정사 6.1km, 오대산장 0.7km라고 쓰인 푯말이 서 있다(12:40). 오대천을 건너는 다리도 보인다. 다리를 건너 오대천을 왼쪽에 끼고 숲에서 힐링할 수 있는 거제수나무 길로 진행한다.
우리 조상들은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를 전후하여 곡우 물을 마시면 질병을 앓지 않고 건강하다고 믿었던 풍습이 있었는데 수액은 위장병에 좋은 거제수나무가 으뜸이었다고 한다. 거제수나무 길은 0.8km쯤 된다. 조금 후 깨달음, 치유의 천년 옛길 표지판이 달린 선재교를 건너(12:53) 오대천을 오른쪽에 두고 나아간다.
데크 길
선재길은 데크로 평평하게 나 있고 오대천은 얼어 있다. 또다시 오대천 위 다리를 건너(13:13) 오대천으로 내려가 점심을 먹는다. 식사한 곳을 뒤로하고(13:26) 금방 오대천 위 다리를 건너(13:28) 오대천을 오른쪽에 끼고 조선사고 길로 진행한다. 조선사고 길은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보관하던 조선 후기 5대 사고 중의 하나로 조선의 실록을 품은 명당길로 꼽히는 0.9km의 길이다.
이어 월정사 3.2km, 오대산 사고 이정표가 서 있는 섶다리가 나타난다(13:36). 섶다리는 나룻배를 띄울 수 없는 낮은 강에 임시로 만든 다리로 잘 썩지 않는 물푸레나무나 버드나무로 다리 기둥을 세우고 소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다리 상판 위에 섶을 엮어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다리이다.
이어 4분쯤 나아가니(13:40) 사방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 환희심을 심어준다. 오대산 능선이 보이고 험준한 바위 절벽과 어우러진 오대천 풍광이 볼만하다. 곧이어 조선 사고길 관문을 통과하여 산림 철길을 걷는다. 일제 강점기 때 오대산의 울창한 산림을 벌채하기 위해 일본 사람들이 상원사까지 산림 철길을 깔아 소나무, 박달나무, 참나무 등 27종의 나무를 1927년부터 해방 전까지 주문진항을 통해 일본에 실어 내간 아픔의 길로 거리는 2.7km쯤 된다.
또다시 경관 좋은 오대천 위 다리를 건너(13:53) 오대천을 왼쪽에 두고 진행한다. 옥같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미가 돋보인다. 바로 오대천 위 다리를 건너(13:56) 오대천을 오른쪽에 끼고 나아간다. 조금 거친 길이 나타나지만, 경사가 거의 없어 거침없이 진행한다.
또다시 오대천 위에 시설한 다리를 건너(14:05) 오대천을 왼쪽에 두고 조금 나아가다가 차도를 횡단하고(14:07) 오대산 선재길 조형물을 통과한다(14:08). 이어 침착한 마음을 심어주는 아름다운 오대천과 벗 삼아 행복한 마음으로 나아가니 눈이 덮인 데크 길이 나온다(14:13). 미끄러져 부상한 트라우마가 있어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천천히 진행한다.
데크 길이 끝나자, 보기 좋은 전나무 숲이 나타난다(14:16). 곧이어 오대천 위에 놓인 마지막 다리를 건너 월정사에 닿는다(14:20). 마음이 아름다운 절로 알려진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큰 법당인 적광전 앞 팔각 구층 석탑은 고려시대 제작됐고 1962년 국보 48호로 지정됐다.
고려시대 제작된 석조보살 좌상도 2017년 국보 48-2호로 지정되었다. 월정사를 둘러보고 조금 내려서니 전나무숲길 입구가 나타난다. 숲길 옆 주차장에 닿아 즐거운 선재길 탐방을 마친다(14:30).
선재길 탐방은 청아한 마음이 절로 생기면서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길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시종일관 맑고 깨끗하기 이를 데 없는 계류와 벗 삼아 원시의 고요가 가득한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 나는 물을 보고 물은 나를 보는 이 풍경 속에서라면 세상 속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한편의 풍경화로 들어가는 멋진 탐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