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실의 청개구리
작가
염상섭(1897-1963) 본명은 한자가 다른 상섭, 호는 횡보, 서울 출생. 동아일보 창간과 함께 정치부 기자로 활약. 「폐허」동인으로 신문학 운동을 전개. 우울증의 자연주의 작가로 출발하여, 냉혹한 경지의 사실주의 작품을 발표. 「사랑과 죄」「삼대」「모란꽃 필 때」「만세전」등의 작품이 있다.
줄거리
내가 중학교 이년 시대에 박물 실험실에서 수염 턱석부리 선생이 청개구리를 해부하여 가지고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장을 차례차례로 끌어내서 자는 아기 누이듯이 주정병에 채운 후에 옹위하고 서서 있는 생도들을 돌아다 보며 대발견이나 한 듯이, "자 여러분, 이래도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시오"
하고 뾰죽한 바늘 끝으로 여기저기를 찌르는 대로 오장을 빼앗긴 개구리는 진저리를 치며 사지에 못 박힌 채 벌떡벌떡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팔 년이나 된 그 인상이 요사이 생각이 나서 생각날 때마다 머리끝이 쭈뼛쭈뼛하고 전신에 냉수를 끼얹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 H의 권유로 평양 방문에 동행을 했고 남포에 도착해 A와 Y를 만났다. Y의 집에서 나온 일행은 삼층집을 지나다가 김창억이라는 미친 사람을 만난다. 나는 그에게서 중학교 실험실의 박물 선생 같은 인상에 맹렬한 호기심을 받는다.
평양에 도착한 일행은 뿔뿔이 흩어지고 이개월 뒤에 나는 Y로부터 김창억이 삼층 양옥을 불태우고 자취를 감추었다는 편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