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공연 후기 - 정명훈 지휘 도쿄필 & KBS향
반목과 대립도 화해와 용서로 변모시키는 정명훈 지휘자의 카리스마
역시 피아노는 한국남자가 잘함 !!!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의 대표 교향악단과 일본의 대표 교향악단의 합동공연이라는 취지가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만나 200 % 살아난 대화합의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프로그램도
모짜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제10번을 한국 남자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일본 여자 피아니스트 이라가시 카오루코의 협연으로 양국 피아니스트의 대결같기도 조화같기도 그리고 화해같기도 한 연주를 1부에 했고
인터미션 후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도쿄필과 KBS 향이 연합한 대편성 오케스트라로 정마에의 지휘 하에 대 호연의 연주를 했습니다
무대 위에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마주보고 놓여있고 불이 들어오고 정명훈 지휘자, 선우예권, 이라가시 카오루코가 등장합니다
포디엄에 선 정명훈 지휘자의 가벼운 싸인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박진감 넘치고 아름다운 현악부의 합주로 1악장이 시작됩니다
곧이어 선우예권의 선타로 영롱하고 명료한 피아노 음이 공중으로 됴약합니다
역시 예상대로 선우예권은 짜릿하면서도 감미로운 타건으로 일시에 관객의 귀를 집중시킵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일본피아니스트의 받아 치는 타건도 예사롭지 않아서 기대감이 커집니다
1악장에서는 둘의 밸런스가 대체로 잘 맞아떨어지면서도 뭔가 대결하는 듯 느껴지는 형세입니다
2악장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듯 높은 음역대 예권이 사랑해~하면
낮은 음역대 그녀가 나두~ 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피아노의 대화에 귀가 즐겁습니다 그런데 점점 주도권이 선우예권쪽으로 넘어가는 형국입니다
이라가시 카오루코가 부족하다기 보다 선우예권님이 너무 잘합니다
강한 타건, 여린 타건, 스케일 할 것 없이 그의 손 끝에 닿으면 음이 농축되어 밖으로 터져나오는 듯 해서
상대적으로 저음역 파트를 많이 담당한 이라가시의 소리가 둔탁하게 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3악장에 와서 결정적으로 그녀가 살짝 음이탈 비슷한 타건을 보여주어서 살짝 걱정스러웠지만
3악장은 역동미, 리드미컬함, 긴박감 최고조로 강력한 드라마를 본 듯 했습니다
예권님의 선타로 나온 음률이 너무 영리하게 귀에 꽂히는데 뒤이은 그녀가 살짝 음이탈같이 빠지는 소리를 냈지만
워낙 빠른 패시지로 넘어가서 크게 미스터치로 들리지는 않았고 뒤이어 풀 사운드 오케와 두대의 피아노의 완벽한 호흡으로 대단원 종결~ 더없이 기분좋은 협연이었습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이제 말러 교향곡 1번이 시작됩니다
협주곡때는 피아노에 가려져서 잘 안보였던 정명훈 지휘자가 포디엄에 다시 섰는데
협연 때와는 달리 충분히 뜸을 들이고 모두를 집중시키고 시작합니다
1악장에서 고음현의 높고 가느다란 하모닉스로 시작되어 관악기가 하나씩 등장하며 마치 자연이 깨어나는 듯한 광경을 묘사하는 것이 처음에 조금 산만하게 들린 것은 곡 자체의 구성도 유기적인 부분으로 가기 전까지 현과 관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튀어나오는 구조ㅇ고 공연 시작 직전에(정마에 등장 직전) 띠리링 벨소리도 한번 울렸고 트럼펫 소리가 무대 위가 아닌 오른쪽에서 들려서 보니 무대 밖 오른쪽 옆 문을 살짝 열어놓고 세 명의 트럼펫 주자고 밖에서 연주하다가 무대 위로 올라와 합류하는 상황이어서 다소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일순간에 정명훈 지휘자는 그 모든 어수선함을 정리해 냅니다
포식자가 먹이를 일격에 때려잡듯이 말끔히 정리해내니 이제 곡에 완전히 몰입이 됩니다
중간중간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두 번째 곡인 '오늘 아침 들판을 거닐 때'의 멜로디가 간간히 들려서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2악장은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합주로 시작하는 첫부분부터 온 신경을 완전히 끌어가는 소리를 냅니다
3박자 춤곡인 렌틀러 풍의 악장인데 들리기는 재즈같기도 왍츠같기도 해서 모던한 느낌도 고풍스러운 느낌도 동시에 나는 악장이라 제일 좋아하는 파트인데 오늘 도쿄필 & KBS 향의 저음현이 대단히 잘합니다
소리의 합도 너무 좋고 울림의 파동이 맞아떨어져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 음량으로 압도적은 저음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고음현은 2악장까지는 좀 소리가 합쳐지지 않고 뜨는 느낌이 들었지만
3악장에 와서 고음현 바이올린 파트가 완전히 감을 잡은 듯 합일된 풀 볼륨에 꽉찬 음량으로 아름답게 3악장 주제선율,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제4곡 ‘두 개의 푸른 눈’의 선율이 너무너무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3악장 시작은 더블베이스 독주로 시작되는데 음정이 아주 약간 빠지긴 했지만 안정된 소리로 프레레 자크 프레레 자크 도르메이부 ~~ 라는 가사의 보헤미아의 민요 '프레르 자크(Frère Jacques 를 단조로 바꾼 곡조를 연주합니다
이곡은 어렸을 때 저도 불렀던 노래인데 단조로 바꾸니 또 그 정서가 완전히 달라서 같은 곡인 줄도 몰랐죠
들으시면 다들 아시는 곡이죠
https://youtu.be/Pa2_oWshsRM?si=9UvGNDhx_sDzUy1Q
말러의 젊은 시절의 방황과 실연이 너무나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3악장에는 젊은 시절의 향수가 솟아오를 만큼 낭만적인 멜로디와 규칙적이지 않아 더 매력적인 화성과 박자로 말러의 대 작곡가로서의 면모가 보입니다
이제 4악장은 그야말로 모든 방황과 고뇌를 끝내고 정신차리라는 부모의 무서운 호통처럼 전악기의 풀스윙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한없이 나약하고 아직은 허약한 자식이 측은하고 안쓰럽다는 듯 너무나 자애롭고 따뜻한 현악부의 합주가 흘러나오니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다시 이럴까 저럴까 잠시 방황하는 젊은이의 마지막 갈등이 그려지다가 이제 두발로 우뚝 서서 미래로 희망차게 나가보겠다는 굳은 결기를 보여주는 듯 임팩트 100배 농축된 클로징!!!!
와 ~ 이런 대하드라마같은 교향곡 실연을 보게 되는군요
마에스트로 정 명 훈 ~ 대체불가입니다
그는 무대 위의 연주자들에게도 무대 아래 관객에게도, 그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지휘자였습니다
P.S. : 말러 교향곡은 역시 실연으로 보아야합니다
오늘 클라리넷, 오보에 수석 너무 잘합니다
선우예권님은 사랑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