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에 올라가서
이 구 조
높다란 지봉 위에
나 혼자 올라왔다.
마루턱에 올라앉아
여기저기 바라본다.
바로 앞엔 꽃 꽃 꽃밭
집 옆 뜰안 훌륭하구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상한 곳도 많구나.
졸졸 흐르는 냇물은
푸른 하늘의 거울 같다.
풀신풀신 먼지를 피우며
장에 가는 사람들.
좀 더 높은 데로 올라가
좀 더 멀리 보이겠지.
냇물이 모이고 모여
배 다니는 바다가 되겠지.
저 길을 저 길을 자꾸 가면·
꿈나라에 가 닿겠지.
아침 다섯 시에 밥을 먹고
딸레 딸레가 살아서 오는.
---스티븐슨 동요
첫째는 처음으로 지붕 위에를 올라온 것입니다.
언니가 지붕 위에 올라간 것을 본 둘째는 곧 언니가 타고 올라간 사다리에 와서 한 칸 두 칸------ 올라옵니다.
겨우 세 칸 밖에 못 올라와서 겁장이 둘째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더 올라지를 못했읍니다. 겁을 집어먹은 때문이지요.
“언니! 나 좀 붙들어줘.”
“한 칸만 더 올라가면 붙게 될 게다. 어서 올라와.”
“아유, 한 칸을 더------”
고양이를 쫓아가던 개 모양으로 둘째는 지붕만 쳐다볼 따름입니다.
첫째는 마루턱에 올라앉아서 옆집 뜰안을 내려다보았읍니다.
빨간 꽃, 분홍 꽃, 하얀 꽃------ 여러가지 이름 모를 꽃들이 수두룩이 피었읍니다.
“꽃은 참 예쁘기도 하다!”
첫째는 빨간 꽃을 보고, 노란 꽃을 보고, 분홍 꽃을 보고, 하얀 꽃을 보고, 긴 잎새를 보고, 동글동글한 잎새를 보고, 장독대 뒤에서 고양이가 낮잠을 자는 것을 보고, 또 그밖에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만져보고 싶고------.
이런 이상한 것을 보느라고 둘째가 심심해 할 것을 아주 잊어버리고 있었읍
니다.
둘째는 제가 겁장이가 돼서 지붕에를 못 올라가고서도 다른 누가 훼방이나 놓아서 못 올라가게 된 것처럼 제풀에 투덜투덜하게 됐읍니다.
그래서 세 칸씩이나 올라갔던 사다리에서 쑥 내려와버리고 말았읍니다.
첫째는 눈을 들어 저편 쪽을 바라보았옵니다. 가늘고 긴 허리띠를 던져놓은 듯한 냇물!
사물사물------흘러내려가는 냇물에 가끔 언덕에 가리어서 보이지 않는 곳도 있읍니다. 냇물이 햇빛에 비치어 번쩍이는 곳은 푸른 하늘이 들여다보는 거울인가!
“냇물도 참 곱기도 하다!”
둘째는 암만 지붕 위를 쳐다봐야 언니는 저편 쪽만 바라보면서 둘째가 있는 이편 쪽은 통 보아주질 않습니다.
“사다리를 치워버릴 테야!”
“……”
사다리를 치워버린다고 해도 보아주기는커녕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습니다.
약이 오를 수밖에.
약이 올라서 슬슬 자랑을 해가면서 수수팥떡을 먹으려는 것입니다.
“지붕에만 올라가면 장산가. 난 수수팥떡을 먹을 테야.”
수수팥떡을 가지러 둘째는 부엌으로 쏜살같이 들어갔읍니다.
첫째는 머리를 돌려 저편 쪽을 바라보았읍니다. 오늘은 장날입니다. 풀신풀신
먼지를 피우며 장으로 장으로 가는 사람들! 이고 지고 짤랑짤랑 당나귀에 싣고 물건을 팔러 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첫째는 이것저것을 볼수록 재미가 났읍니다. 좀 더 높은 지붕으로 올라가면 좀 더 넓고 그리고 먼데가 보일 것입니다.
첫째는 생각에 날개가 돋히게 됐읍니다. 저 냇물이 차차 넓어져서 끝없이 넓 은 바다가 될 것입니다.
큰 배와 작은 배와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배들이 떠다니는 바다가 보일 것입니다.
첫째는 그림에서 본 바다와 같은 바다를 정말 보고 있었읍니다.
“바다란 참 넓기도 하다!”
둘째는 부엌에 들어가서 수수팥떡을 들고 나왔읍니다.
“언니! 수수팥떡을 들고 나왔읍니다.
“언니! 수수떡 안 줄 테야.”
“언니가 지붕에 올라가더니 미쳤는가봐. 아아, 팔떡 맛있다!”
“참, 광에 강엿이 있겠다. 강엿을 갖다 먹어야지. 언니 강엿 안 줘.”
둘째는 수수팥떡을 질근질근 먹으면서, 강엿을 가지러 광으로 뛰어들어갔읍니다.
바다를 한참 보던 첫째는 길을 자꾸 걷게 됐읍니다. 맨 처음에는 폴신폴신 먼
지를 피우며 가는 장군들과 같이 장거리로 갔읍니다.
그다음부터는 한참이나 좁은 길을 걷고 높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고 해서 좌우간 어느 꿈나라로 갔읍니다.
꿈나라에 들어서자마자, 꿈나라의 아이들이 첫째를 아주 기쁘게 맞아줍니다.
빨간 옷을 입은 아이가 있고, 파란 옷을 입은 아이가 있고, 분홍 옷을 입은 아이가 있고, 노란 옷을 입은 아이가 있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아이가 있고, 하얀 옷을 입은 아이가 있읍니다.
빨간 꽃, 파란 꽃, 분홍 꽃, 노란 꽃, 하얀 꽃------ 색색의 꽃이 핀 꽃밭에서 나비같이 춤을 추고 꾀꼬리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놀고 있읍니다.
첫째도 아이들과 같이 손에 손을 맞잡고 한몫 끼어 놀았읍니다.
광 문을 삐걱 닫고 강엿을 들고 나온 둘째는 지붕 위를 향해서 소리를 질렀읍니다.
“언니! 강엿 안 줄 테야.”
그래도 언니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읍니다.
“에이, 지붕에서 살게 사다리를 치워야지.”
동생은 지붕과 땅 사이에 걸쳐놓은 사다리를 치워버렸읍니다.
첫째가 지붕과 땅 새에 사다리를 놓올 수가 없는 것과 같이 첫째와 둘째와의 마음 사이에 사다리를 놓을 수가 없게 서로서로 떨어져나가고 말았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