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것은 미친 짓이 아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듯 가물거린다.
볏가리를 밤새 몰래 나르던 형제간의 우애를 얘기하던 초등시절의 교과서를 떠올려본다.
라면 하나를 두고 형님먼저 아우먼저를 자랑삼던 라면광고를 다시 떠올려보니,
벌써 까마득한 옛날 얘기가 된지도 오래고, 그들은 지구를 떠나 어디서 귀 기울이고 있을까?
그런 얘기가 요즘은 먹혀들지 않아 속이 터진다.
그만큼 세월이 바뀌어 가는데도 우리는 그 얘기를 되풀이하면서
요즘의 아이들이 은근히 따라 오기를 바라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깜짝 놀란다.
참 한심한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왠지 싫어진다.
출산율이 이렇게 떨어지고 자살률은 또 저렇게 막 올라가도,
프랑스의 옛날 얘기가 되고, 일본마저도 웃기지마라는 세상의 흐름을 그때는 상상이라도 했는가?
그냥 멀리서 물끄러미 지켜볼 수밖에 뾰족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방탄소년단이 지구를 들쑤시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는데도
어느 귀퉁이에서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방탄국회를 열어 지 식구 챙기기에는 여념이 없다.
백성이 화나면 무서운 줄을 아직도 모른 채 꼴값을 떨고 있는 한심한 오늘이 너무 우습다.
8Km 남짓한 길을 기분 좋게 걷자고 나선길인데,
인도는 벌써 없어지고 언제부터 자동차가 중심이 되었는지 매연을 뿜어대는 찻길을 따라
송정검문소 삼거리를 지나 확장공사가 한창인 북원로에서 괜히 흘리는 땀방울에 투정을 부려본다.
그나마 근홍대교를 건너기전 쉼터에서 한탄강을 바라보며,
제8사단 제10연대장이 되어 31살에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젊음을 불사른
高根弘 대령 전송비(戰頌碑)를 물끄러미 읽어 내려가다,
세조의 외척으로 흙수저 아닌 금수저로 태어나 약관 17세에 무과에 장원급제하여 승승장구하다가
끝내 역모에 몰려 억울하게 처형된 또 한 젊은이의 몸부림을 생각하며,
남이장군이 나라를 걱정하다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며 읊은 漢詩를 다시 떠올려본다.
<뗏마루길을 가다 돌아본 근홍대교 원경>
白頭山石磨刀盡이요, 頭滿江水飮馬無라, 男兒二十未平國이면 後世誰稱大丈夫리오.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닳게 하고, 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없애도다.
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를 평정치 못하면 후세에 그 누가 대장부라 일컫겠는가.
<뗏마루길을 따라>
뗏마루길을 따라가는 화적연 캠핑장은
화장실마저 꽁꽁 걸어 잠군 채 한철을 기대하며 한심하게 잠만을 자고 있다.
정말 어쩌란 말인가? 모든 것이 자동차 중심이다.
휑하니 둘러보고 성급하게 달아나는 저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화적연(禾積淵)을 비켜가며 겸재 정선은 그림으로, 삼연 김창흡은 詩로서 대신하고 있는데.
언제 다시 발길을 여기까지 돌릴 수가 있을까? 애라 모르겠다. 잠이나 청해보자.
높은 바위 거기 솟구친, 매가 깃드는 절벽이
휘도는 물굽이 그리 검으니, 용이 엎드린 못이로다.
위대하구나 조화여, 감돌고 솟구치는데 힘을 다했구나
가뭄에 기도하면 응하고, 구름은 문득 바위를 감싼다.
동주 벌판에 가을곡식 산처럼 쌓였네.(삼연 김창흡 시문집)
<화적연 - 볏가리소>
화적연
그저 작은 돌이려니 싱겁게 생각했지
맞쳐 봐라 소리쳐서 하마인가 둘러대니
모른 척
돌아누우며
아니라니, 글쎄요?
자꾸만 쳐다보고 아무리 올려 봐도
엿장수 맘 그 누가 알아나 주겠소.
기우제
차려왔다고?
비 내리는 그때뿐
바위덩이 보려고 먼 길을 돌고 돌아
근홍대교 지나고 캠핑장도 건너뛰며
예까지
뭣 하러 왔나
하품하는 길손들
어린 나이 관기 되어 영감 따라 흘러온 길
영감 잃은 서러움에 왜장 안고 뛰어드니
의암은
홀짝 뛰는데
볏가리소 화적연은?
가마우지 날아서 어디로 가는 걸까
용암이 흐르던 길 한숨이 대신하니
개울물
촐싹거리며
지도 함께 가잔대요
언제 적 일인데 아직도 시샘인가
이슬 먹고 견디며 참아온 원한인데
천년을
참아왔잖수
성깔마저 딱하네.
까마귀 하늘 높아 먹이사슬 힘들고
찾는 이도 드물어 쇠백로도 어이없어
무작정
기다려보네
무슨 수가 있겠지
분명히 여긴데 놈들이 눈치챘나?
그래도 우짜노 鶴首苦待 그 수뿐
가슴을
쓸어안으며
한탄하니 한여울
니 숨은 줄 내 다 안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까마귀 니 말 듣다 혼쭐 한번 나기로니
그래도
너무 하잖아
눈치인생 얼마던가
그때나 지금이나 나를 보며 별별 생각
니만은 아니란다 미친놈도 많았었지
혼자서
하던 생각을
털어놓고 쭝얼쭝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