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생각] 어둠보다 밝음이 길어지는 시절, 솔숲닷컴이 공사에 들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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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지나고, 밝음이 어두움보다 길어지는 시절이 시작됩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밝은 쪽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게 되는 아침입니다. 깊은 어둠을 헤치고 바다 저 멀리 둥두렷이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평화를 기원하게 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화마가 뒤덮었던 참사의 기억이 또렷이 남아있는 양양 낙산사를 다녀왔습니다. 불에 타버린 예전의 전각이 있던 자리에는 옛 모습을 꼭 닮은 새 전각이 떡 허니 자리잡았지만, 옛 고승대덕들을 키우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왔던 숲의 나무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한 그루 두 그루 정성껏 새로 심은 나무들이 세월에 기대어 다시 옛 숲의 울울창창을 꿈꾸며 도담도담 자라는 중입니다. 아직은 어린 나무들이지만, 천년고찰의 기품을 따르려 안간힘을 다하는 사뭇 싱그러운 풍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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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 앞 바다를 내다보고 서 있는 관음송은 온몸을 휘감았던 붕대를 풀고, 제 속살을 드러냈지만, 아직은 온전하던 시절의 기력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절의 고통을 먼저 떠올린 탓에 관음송은 애처롭게만 느껴집니다. 여전히 줄기 위에 영양제를 떼지 못한 관음송을 스쳐가는 겨울 바람이 유난스레 차갑습니다. 그래도 의상대 지붕 위로 솟구쳐 올린 나뭇가지 위의 솔잎은 여느 나뭇잎 못지 않게 푸릅니다. 나무 앞으로 펼쳐진 동해의 새파란 기상 역시 언제나처럼 상큼합니다.
절집 안쪽을 천천히 거닐면서 불에 타기 전 이 아름다운 절집을 지키던 큰 나무들을 생각합니다. 사천왕문 바로 안쪽에 서 있는 벚나무는 그나마 목숨은 건졌습니다만, 상당 부분은 부러지고 잘려나간 탓에 바라볼수록 옛 모습이 그려지며 안타까움이 더 깊어집니다. 세상의 모든 살림살이가 그렇겠지요. 생명 있는 곳에 어찌 큰 바람, 작은 바람 없겠습니까. 하지만 결국 세상의 사악한 것들을 모두 물리치고, 살아있는 것들이 더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날은 오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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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홈페이지 솔숲닷컴이 큰 공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별 탈 없이 사용하던 이 홈페이지의 모든 프로그램이 올 연말까지 새로운 솔루션으로 바뀝니다. 홈페이지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그 동안 제가 사용하던 ‘이홈피’라는 프로그램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기존에 솔숲닷컴 홈페이지에 업로드했던 모든 데이터를 새 솔루션으로 옮겨야 합니다. 15년 전에 제작한 프로그램이니 바꾸기도 해야 하겠지만, 문제는 기존의 홈페이지 운영에 이어지지 않는 솔루션이어서 적잖이 번거로울 겁니다.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나무 편지’를 전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다음 ‘나무 편지’는 그래서 해가 바뀐 2014년 정초나 되어야 전해드리게 될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큰 변화는 별로 없겠지만, 새 솔루션을 사용하는 초기에는 어쩔 수 없는 오류가 적지 않을 듯합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변함없이 솔숲닷컴과 나무편지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리며, 새로운 솔루션으로 찾아뵈올 것을 약속드립니다. 새해 인사도 조금 서둘러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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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2013. 12. 23. 동지 다음 날 아침, 먹구름 잔뜩 밀려온 동녘 하늘을 바라보며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
홈페이지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 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와 자연과 詩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