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이태균 칼럼 국민의 눈높이가 상식
- 경남매일
- 승인 2024.03.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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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 칼럼니스트
우리는 4·10 총선을 앞두고 지금 상식과 도덕의 총체적 파괴를 목도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 후보자 공천을 두고 도덕성 붕괴를 논하면 어떤 사람은 과장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탄탄하게 지탱하는 '국민 눈높이'라는 상식의 믿음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의 도덕이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요즈음 우리는 여·야의 총선 캠페인을 보면서 막장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정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보통 사람의 윤리와 도덕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막장 드라마가 보여준다면, 막장 정치는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던 상식적 도덕 기준을 붕괴시키고 말 것이다.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당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의 상식적인 기준으로는 조국이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를 가리킨다면 사용할 수 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이 있지만, 이 당명을 보고 조국이라는 사람이 아닌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1심과 2심에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신당 창당과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은 국민의 상식에 반한다. 공정과 정의를 말할 자격이 의심되는 조국 씨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정치를 하는 것이야말로 공정과 정의에 대한 비웃음이요, 상식을 가진 일반 국민들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가 부르짖는 공정과 상식은 자신만의 공정이요 상식이지 보편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에서 벗어난 두 거대 정당이 다당제의 구색을 갖추면서 당리당략을 위해 급조한 것이 '위성정당'이다. 위성정당은 국민의 표를 얻어 권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게 유일한 목표로, 민주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상식을 파괴하고, 궁극적으로는 제도에 대한 불신을 부추긴다. 심지어 특정 정치인의 방탄용으로 국회의 다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있다.
대화와 토론과 협상을 통해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당들이 권력 게임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는 상식과 정치도의를 파괴하는 정당들의 당리당략적인 총선 캠페인에 매몰되고 있다. 수신제가는커녕,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에서 실형의 유죄가 선고되었거나 실형이 예상되는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어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되겠다는 것은 보통 시민들은 상상할 수도 없거니와 국민의 눈높이에도 전혀 맞지 않다.
우리나라 엘리트 집단인 의사들이 보여주는 의사로서의 도덕과 윤리 냉소주의가 보통 시민의 상식을 허물어뜨린다. 의대생 2000명 증원을 두고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대 교수들마저 사표를 던지면서 진료와 수업현장을 떠남으로써 의사의 본분과 사도를 망각한 채 환자들에게 고통을 더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상식이 우리 사회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들의 진료 포기를 보면서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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