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목포행 배를 타고 용인과 영흥도로 향하는 날. 이번 육지행은 저의 불찰결과입니다. 지난 9월 태균이 제주대학 장애전담 치과에서 전신마취하고 대대적인 치아수리와 임플란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 9월 20일 진행했던 서울대 주치의의 소견서를 받아오라고 했건만 이 부분을 누락하는 바람에 일이 번거로와졌습니다.
그제 토요일 올라가볼까 생각했지만 저의 추천으로 제주도 1년살이 돌입한 아이의 아빠가 가족보러 토요일 도착이고 온 김에 저를 꼭 보고싶다고 해서 일요일을 출발일로 잡았습니다.
공교롭게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한일해운 완도행 오전 7시 배는 결항이라하니 하는 수 없이 목포행 오후 1시 20분 씨월드배를 이용합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승선인원도 많아서 별도의 독립공간 제공은 어려운데다가 비좁은 방에 무려 열 명넘게 입실하니 우리가 함께 있기에는 심적 부담이 여간 아닙니다. 잽싸게 경치좋은 식당의 자리를 확보하고는 녀석들 밥도 먹일 겸 거기서 버티기로 합니다.
승선을 위해 발권할 때마다 아이들 동승한 채 차량 선적을 늘 신고하고 허용받은 바 있으나 어제의 창구직원은 원칙을 내세우며 자기알바 아니니 몸이 불편하지 않는 이상 동승자는 따로 타야한다고 화까지 냅니다. 한 두번 타본 것도 아니니 해주는 게 맞다, 이미 여러 차례 문제없이 진행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 없어지면 책임질꺼냐 저도 지지않고 항변하니 창구직원 왈, 뭐 그리 당당하냐며 좀더 강변조로 나아가려다가 멈추고 마지못해 동승허락 처리를 해줍니다.
사실 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태균이 준이 대합실에 놔두고 다녀와도 문제가 되지않을 정도는 되지만 가끔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는 어린 아이들이 있어서 그런 상황이 미치도록 부담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많지만 준이가 혼잣말 작렬모드로 가거나 태균이가 준이 혼자 남겨두고 궁금증에 대합실 한바퀴 돌아보고 올 가능성은 있어서 아직 우리는 동승체제로 가야합니다.
저를 보내놓고, 그 창구직원은 속으로 장애가 뭐 벼슬이나 되나? 하고 분개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가 표현한 뭐 그리 당당하냐? 라는 것도 너무 우습기는 합니다. 죄지은 듯 비굴하게 굽신거리며 사정조로 말해야 그는 만족했을까요? 당당함과 비굴함,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이런 사람 만나면 대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애의 문제가 아니라 각 개인의 성향 문제가 업무메뉴얼을 능가할 때가 많습니다.
5시간을 식당 편한 자리에서 잘 버티고 목포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두 가지 해프닝, 함평지나 어떤 졸음쉼터에 들어서서 차를 막 주차하는 중년남녀가 걸어오는 게 보입니다. 화장실 이용객이니 생각하고 조심하면서 차를 주차하는데 갑자기 여자가 태균이쪽 문을 벌컥 열더니 남자가 폭력을 행사한다고 구조요청해야 하니 그 지역번호를 태균이한테 알려달라고 합니다.
남자는 저한테 창문내리라고 하면서 여자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니 신경쓰지말라고 합니다. 두 중년부부의 부부싸움이 우리에게까지 불똥이 튑니다. 아 놀래라... 컴컴한 밤에 참 별 일입니다.
그러고는 서산 졸음쉼터 쯤에서 쏟아지는 잠을 달래려 잠시 잠이 들었는데 시간은 벌써 11시 30분. 그렇게 30-40분 꿀잠을 자고 다시 가려는데 걸리지 않는 시동. 차가 오래되니 밧데리 수명도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근래에 긴급출동 요청을 두 차례나 했을만큼 차가 신호를 보내주었건만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세번째 긴급출동을 고속도로 상에서 하게 되었네요.
긴급구조 요원이 출동하고 밧데리를 아예 교체하고 한밤 중에 또 한 시간을 더 추가했습니다. 날씨는 왜 이리 추운지... 아직 가을옷이라 밖에 나가니 턱이 덜덜 떨립니다. 추워봐야 제주도는 중부지역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제주도민 다 된 듯 합니다. 너무 고마와서 출동기사에게 귤 한아름 안겨주고...
영흥도집에 도착시간 새벽 1시 30분. 다들 도착하자마자 꿀잠모드. 준이가 참 오랫만에 영흥도집엘 온 듯 합니다. 우리가 온 줄도 모르고 꿀잠에 빠져있는 태균아빠도 다들 피곤의 극치입니다.
수요일 다시 돌아가기까지 정신없는 3일속에 태균이 진료의뢰서를 잘 챙겨서 가야합니다. 치과예약 일정 때문인지 불편한 치아 쪽을 보여주며 치과가자고 자꾸 재촉하는 태균이. 제 휴대폰 속 일정기록을 늘 체크하며 자기를 위한 스케쥴이면 그걸 이해했다는 듯 표시를 합니다. 세상사에 많이 밝아졌습니다.
3일간 일처리 잘 마치고 또다시 제주도행 배탈 때는 비굴함의 자세로 읍소하듯 차량동승 절차를 밟아야 되겠습니다.
첫댓글 아고 고생이 막심하시네요.
무사히 일 보시고 입도하시길요.🙏🏻🥀‼️
이 글은 맘에 더 남았는지 제 꿈에 태균씨와 대표님이 다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