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들어주고 채워주고… 먼저 선한 사마리아인 돼야”
박용미 2026. 7. 14. 03:09
[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
새로고침(F4)- 환대(Feast) <3> ‘나그네의 집’ 카페브릿지
서울 종로구 카페브릿지 주일예배에 참석한 이들이 12일 설교가 끝난 후 나눔과 교제를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서울 종로구 카페브릿지에서 진행되는 주일예배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매주 다르다. 첫째 주와 셋째 주는 영어, 둘째 주는 중국어, 넷째 주는 한국어다.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이 10여개국에서 온 유학생과 유학을 왔다 정착한 이주민이기 때문이다. 카페브릿지는 일본 중국 베트남부터 카자흐스탄과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까지 한국에 온 나그네들의 두 번째 집이다.
12일 찾은 카페브릿지에서는 중국어 예배가 진행됐다. 2~3년 전만 해도 봉사자들이 카페 한쪽에서 각국 언어로 동시통역을 했는데 지금은 AI 기술 발달로 별도 통역을 하지 않는다. 예배 막바지에는 환영과 파송의 시간이 마련됐다. 유학생이 대부분이다 보니 매 주일 들고 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날은 각각 한 달, 한 학기 동안 한국에 머물렀던 필리핀과 싱가포르 학생이 작별 인사를 했다. “귀국해서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싱가포르 학생의 말에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식사 시간엔 테이블마다 다양한 언어로 안부를 건네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2017년부터 한국에서 산 홍콩 출신 노에스더(28)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이런 공동체를 만날 줄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카페브릿지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여러 국가 친구들을 만났어요. 한국에 처음 와서 너무 외로웠는데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는 안정감이 생겼어요. 제가 이사할 때 함께 도와주고 차가 필요하면 빌려주고 속상한 이야기를 하면 늘 들어줘요. 이곳에서 유학생 선교사가 되려는 비전도 가졌고요. 카페브릿지의 선교사님은 제 ‘한국 부모님’과 다름이 없어요.”
무슬림도 찾아오는 공간
2019년 문을 연 카페브릿지는 중국에서 20년 넘게 사역한 김갈렙(70) 원금향(66) 선교사 부부가 시작했다. 2013년 갑작스럽게 중국에서 추방당한 뒤 귀국한 이들은 한때 ‘내 선교사역은 끝났다’라며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대학가에 넘쳐나는 걸 보고 제2의 소명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 선교사는 “서울 성균관대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 부탁해 동아리방을 빌렸고 중국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자연스럽게 만났다”면서 “점차 인원이 많아지면서 인근 교회에서 중국어 예배부를 시작했는데 소문을 듣고 타국 유학생들까지 모였다. 전도 목표가 중국 유학생에서 전 세계 유학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모임을 하다 보니 한계가 찾아왔다. 무슬림들이 교회 간판이 붙은 곳에 들어오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성균관대 근처에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카페를 마련했다. 지금의 카페브릿지는 이렇게 환대의 공동체가 됐다. 히잡 쓴 무슬림도 자연스럽게 카페에 드나들고 이슬람 기도 시간에는 각자의 방법으로 기도할 수도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의 상황은 다양하다. 교환학생이나 한국어학당 학생, 유학을 마친 뒤 직장을 구한 이주민, 또 입대를 앞둔 한국 선교사 자녀도 있다. 선교사가 되기 위해 선교를 배우고 있는 말레이시아 부부까지 다양한 이들이 서로를 환영한다.
카페브릿지가 운영하는 4곳의 사랑방에서 숙식하며 가족처럼 지내는 이들도 있다. 원 선교사는 “이곳에서 만나 결혼한 6가정 중 3가정이 출산해 자연스럽게 교회학교도 생겼다”며 반색했다.
카페브릿지는 조용할 새가 없다. 한국어 학당은 물론 큐티모임과 금요기도회도 진행된다. 모여서 축구를 보거나 등산 등 취미 활동 모임도 다양하다. 특히 금요기도회는 구성원들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기도를 부탁하는 창구다. 임금 체불로 인한 상처에서부터 낯선 땅에서 겪는 문화적 차이, 이성 친구와의 다툼까지 다양한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한다.
이런 이들 가운데 선 부부는 유학생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한국에서 따뜻한 정을 느끼도록 배려하고 있다. 원 선교사는 “별일이 많다. 자살을 시도했던 한 학생의 병원을 찾아갔던 적도 있고 비자 문제로 힘들어하는 학생을 도와주기도 했다”며 “귀국해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현지에서 열심히 신앙생활하는 모습을 볼 때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학생이 유학생 섬겨
유학생들은 카페브릿지에서 받은 사랑을 또 다른 유학생들에게 흘려보내고 있다. 카페브릿지 구성원들은 오는 24일까지 성균관대와 고려대 등 캠퍼스를 돌며 18박 19일의 단기선교를 하는 중이다. 김 선교사는 “여름에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참 많은데 이때가 한국교회가 외국으로 단기선교를 많이 가는 시즌”이라며 “그 빈자리를 메우고 싶어 유학생들과 함께 캠퍼스를 순회하며 전도하고 있다. 카페브릿지에서 성장한 유학생들이 또 다른 열매를 키워내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 선교사가 생각하는 환대는 복음을 전하려는 의도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옆에 있어 주고 들어주며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환대라고 믿고 있었다.
“예수님을 전하기 전에 우리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그들을 마음에 품고 진정으로 베풀 때 자연스럽게 복음이 그들에게 스며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카페브릿지가 유학생들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YsjRC6fzTw?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