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에 급매물이 다시 나타났다. 대출규제완화 내용 등을 담은 8ㆍ29부동산 대책 직후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에 급매물을 걷어 들였던 집주인들이 막상 매수세가 약하자 다시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개포주공 1단지 49㎡형(이하 공급면적)의 경우 최근 9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지난달 말 9억1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매수세가 끊기자 집주인이 가격을 내린 것이다. 1
단지 43㎡형도 대책 직후 7억7000만원에서 최근 7억6000만원으로 내려 대책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 개포동 채은희 공인중개사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살던 집이 팔리지 않는다며 매수의사를 접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에서도 호가를 내린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단지 112㎡형의 경우 대책발표 직후 3000만원 가량 호가가 뛰어 11억원까지 올라갔지만 이번 주 들어 다시 10억7000만원선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잠실동 최명섭 공인중개사는 “대책 이후 매수세들이 오히려 자취를 감추자 집값 상승을 기대했던 집주인들이 당황해 다시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도 거래가 뚝 끊긴 채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잠원동 강철수 공인중개사는 “대책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자 매수희망자들이 일제히 사라졌다”며 “급하게 팔아야 할 사정이 있는 집주인들이 다시 급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집으로 돈 벌긴 어렵다”…대출 받아 집사려는 수요자 줄어
이 같은 강남권 주택시장의 움직임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다른 것이다. 강남권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가 그대로 적용돼 8ㆍ29대책의 직접적인 수혜는 기대되지 않았다.
하지만 8ㆍ29대책으로 다른 곳의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면 주택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강남권 주택시장에 우선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 시장 동향은 이와 달리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8ㆍ29대책 이후에도 서울 비강남권과 수도권의 주택거래가 계속 위축되자 강남권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8ㆍ29대책의 약발이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티은행 김일수 프라이빗뱅크 팀장은 “DTI완화에도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과거처럼 집값이 크게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하는 주택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