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문적 과학에 바탕을 둔 지식을 선호하기에 비과학적인 것들은 늘 겁이 난다.
종교, 전래의 풍습, 근거없는 야사, 무녀와 무당, 토정비결, 그날의 운수들, 점(새점, 물방개점, 별점, 타로점, 화토점, 윷점 등), 사주관상, 손금, 지관 등을 끔직히도 싫어한다.
나는 수십 년 전인 1950년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마을에서 자랐다.
그 당시에는 설날, 대보름, 한식날, 칠월백중, 추석 등에 관한 민속풍습이 무척이나 남아 있었다.
정월에는 어른이 있는 집마다 찿아가서 세배 드렸고, 정월 보름날에는 달맞이로 짚누리를 태우고, 길거리에서 푸닥거리를 하고, 길거리 제사 음식물을 길거리 모퉁이에 놔 두었고, 샘과 우물, 변소깐 등도 찾아다니면서 풍물치며 주술하며, 잡귀들을 몰아낸다고 여겼다.
고개마루, 음산 곳에는 느티나무 등 거목 아래에는 당산나무가 있고 음산한 서낭당이 있었다. 으슥한 마을어구 산자락 밑에는 상여집이 있었고, 집집마다 조왕신이 있고, 부엌에는 살강귀신이 있었다. 허름한 뒷간이며 오래된 고목 등지에는 숱한 귀신들이 득실벅실거렸다. 무덤도 바로 집이나 텃밭 가까이 있었다.
1950 ~70년대 초에도 동네 안에는 무당 무녀가 있어서 이따금 살풀이를 했다. 울굿불굿한 깃발과 신장대를 세우고는 북치고 장구치고...
십여 년 전인 2000년 초에도 그랬다.
누나의 남편 매형을 장사 지내는 때에도 그랬다. 중(스님), 매형의 고모부라는 노인과 함께 나는 산소자리를 찾으러 다니는데 이분들이 삼살방(三殺方) 운운하면서 나한테 겁을 주었다. 매형은 환갑 얼마 뒤에 일찍 죽었는데 이것보다도 또 나쁜 재앙이 있을까? 나는 무시해서 장사치루도록 주선했다.
※ 살(殺)또는 살(煞)이 붙으면 일반적으로 액,재,화,厄,災,禍등 흉조凶兆를 나타내는 용어.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성남시 남한산성 뒷편 산골마을에 가다가 무서운 12지신상, 불상, 기괴묘한 석상들을 보았다.
섬뜩한 동물귀신들을 형상하여 조각한 석상이 산길에 늘어서서 겁을 주었다.
몇 해 전이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안면암에 들어가는 입구에도 12지 석상이 겁나게 줄지어 서 있다.
2015년 2월 말.
하나뿐인 어머니가 아흔일곱 살을 넘긴 지 며칠 뒤에 돌아가셨다.
남자 상주는 나 혼자. 고향 선산에 장례 치뤄야 할 날 새벽에 대전에서 전화가 왔다.
먼 일가친척이 장례를 모실 때 무슨 글자를 쓴 부적을 써서 이를 함께 묻어야만이 삼살방을 예방할 수 있다며 거듭 다짐시켰다. 장례를 모시다가 사람이 급살할 수 있다는 삼살방. 무슨 부적을 꼭 써서 붙여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했다. 나는 대답만 하고는 일체 무시했다. 알아들을 수도 없는 한자 말들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최근의 일이다.
2016년 서해안 내 동네 앞뜰과 앞산이 일반산업단지 부지가 되는 바람에 나는 집단산소를 이장해야 했다. 십여 대에 걸친 무덤을 파묘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새로 이장하는 산소 묘역을 넓힐 때다.
큰당숙은 지관과 산소일을 잘 본다는 노인네 두 분을 모시고 왔다. 지관이 무덤 쓸 곳의 방향에 쇠(나침판)을 놓으면서 큰당숙께 무어라고 말하고 지시했다.
큰당숙은 지관의 말을 당질인 나한테 전해지 못했다. 산주이자 종손인 나한테는 아뭇소리도 못했다. 그래도 나중에 보니 지관한테 나간 돈이 수십 만 원이었다.
그 당시 내 눈초리가 그다지 부드럽지 않았나 보다.
지관 없이 내 방식대로 조상 십여 대의 산소와 다른 곳에서도 파묘해서 모셨다.
해마다 음력설이 온다.
또한 이때 쯤이면 한 해의 신수를 미리 알아보는 토정이 지었다는 요설인 토정비결 등이 난무한다.
한산이씨 토정 이지함(1517 ~1578년)의 묘소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산자락에 있다.
내가 사는 서울에서 성남 모란시장으로 갈 때 모란역을 빠져나갈 즈음의 통로에는 사주관상쟁이들이 진을 친다.
모란시장 장터 안에서도 사주관상, 토정비결을 봐주는 영감과 할매들도 눈에 자주 띄인다.
심지어는 서울 송파구 잠실역으로 나가는 지하통로에서 '타로 점'을 봐 준다는 젊은 여성도 눈에 띄었다.
21세기 첨단과학시대에 이 무슨 생뚱맞은 짓거리인가?우주의 별 이름 몇 개를 놓고는 개인의 운명을 어떻게 진단한단 말인가?
어디 이것 뿐이랴?
이런 문화가 싫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고, 미신에 가까운 것들이 무섭고 싫다.
아무런 논리도 없는 사이비들이 그냥 혐오스럽다.
위 귀신들이 겁이 난다. 예전 고립타분한 동양의 전래관습, 무당, 잡신들이 겁이 난다.
12띠(쥐 소 호랑이...)도 그렇다.
내가 모르면 하나도 겁이 없는데도 어설프시 알면 무섭다. 모르는 게 약인 것이 사이비과학이다.
엉터리 사기과학이다. 비과학이란 용어 그 자체도 겁이 난다.
동양의 12띠 기준이 음력설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양력의 24절기로 한다는 논리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궤변에 가깝다.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입춘은 해(일력)를 기준으로 절기를 나눈 것이지 달(월력)을 기준으로 나눈 것는 아니기에 내가 보기에는 일력과 월력이 삐그덕 어긋나며 충돌한다.
중국에서는 24절기를 언제부터 분류했을까? 의문이 생긴다.
음력 설날은 양력 1월에서 2월 사이에 있다.
해를 기준으로 하는 24절기와는 시간차이가 많이 난다.
어떤 음력의 해는 24절기의 입춘일보다도 거의 한 달 정도나 빠른 해도 있다.
그럼 띠는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가?
음력설이 입춘일 2월 4 ~5일보다 한 달이나 빠거나 늦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
음력설이 입춘일보다 빠르거나 늦을 경우에는 12띠를 적용하는 기준이 다소 틀린다는 뜻이다.
생일이 양력 1월 ~ 2월일 경우에는 12띠 가운데 어느 띠인지가 일정하지 않고 변하는 의미이다.
이런 것들의 기준, 근본은 무엇일까?
과학적인 증거, 물증 논리도 없이 인간이 임의로 상상으로 꾸며낸 입증불가능한 개념들이다.
12띠가 태양력이나 달력(월력)보다도 우선한다는 말이지만 비논리적, 비과학적이다. 억지이며 궤변이다.
중국 언제부터 이런 12띠와 24절기 가운데 입춘을 대비해서 띠로 따지는 한 해를 정했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귀신들이 겁이 난다. 예전 고립타분한 동양의 전래관습, 문화들이 겁이 난다.
산소, 제사, 교회당, 성당, 절, 장승과 벅수, 불상, 나한상, 비결/비법, 신수운행, 점집, 종교, 무당/무수리, 목사, 중, 목탁, 요령소리, 서낭당, 오방색과 띠, 귀신, 영혼, 성령, 설화, 전설, 사주팔자, 작명, 궁합, 택일, 푸닥거리, 주술, 서낭당, 귀신들 용어가 정말로 많고, 싫다.
이런 글 쓰는 것조차도. 조잡스럽고 더러는 황당하다.
나는 일흔 살인 지금도 겁이 나며 싫다. 나이 들어갈 수록 더욱 싫다.
글감이다.
자료 수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