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北極, Arctic)은 지구에서 지리적으로 최북쪽 지역이다. 북극권은 얼음으로 덮여 있는 넓은 해양(북극해)과 이를 둘러싼 동토로 이뤄진다. 주로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북위 66°33′의 북쪽 지역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북극의 환경 및 자원 연구를 위해 2002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드 군도(Svalbard Islands) 스피츠베르겐 섬(Spitsbergen Island)의 니알슨(Ny-Alesund)에 다산과학기지를 개설했다(네이버 지식백과)
우리나라에서도 북극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 유명 관광회사는 내년 북극권에 인접한 노르웨이와 북극권 크루즈 상품을 최근 출시했다. 크루즈는 4천명 이상 승선이 가능한 13만9,000톤급(총 17층)이라고 한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3년 제 11호(2023년 11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국내에서도 관심 높아지는 북극권을 다뤘다. 이송씨(박사 과정, 러시아·CIS 정치 전공)가 쓴 『치열해지는 북극권 ‘아이스 콜드 워' - 한국 외교의 포지셔닝은?』이다. 이 글을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바이러시아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 협력에서 경쟁의 장(場)으로 변한 북극
오랜 기간 북극권은 혹독한 기후 환경과 기술력 부재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20세기 냉전시절에는 미-소 간 군사 대결의 최전선이 되기도 했다. 탈냉전기 지구촌에는 전쟁과 분쟁, 갈등이 멈추지 않고 있지만 북극권 이슈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북극 예외주의' 라고 불릴 만큼 북극이사회 중심의 평화와 협력의 장(場)이 펼쳐졌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북극권을 평화와 협력의 공간에서 갈등과 경쟁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북빙양(北氷洋, 북극을 중심으로 북아메리카, 유라시아 두 대륙에 둘러싸인 해역/편집자)의 빠른 해빙으로 북극권 접근뿐 아니라, '북극 항로'의 상용화와 자원 개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강대국들의 탐욕이 발동한 것이다. 특히 북극권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 등 엄청난 전략적 자원은 강대국들의 욕망을 빨아들여 이른바 ‘콜드 러시'(Cold Rush)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격화되는 북극의 신냉전
주지하듯, 현재 북극권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과 영향력 확보를 위한 강대국 간 패권 다툼이 한창이다. 실제로 북극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등 세계적 권력 보유자 사이에 소리 없는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극의 신냉전 즉, ‘아이스 콜드 워'(Ice Cold War) 시대의 도래로 표현한다.
다른 한편에선 ‘21세기 신 거대 게임'(Great Game)의 서막으로 설명한다. 한국 역시 북극의 이용과 개발에 깊은 이해관계를 투영하고 있다. 북극의 해빙이 신냉전 구도 형성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극의 ‘아이스 콜드 워'를 더욱 격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2022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북극 연안의 8개국 (러시아 미국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캐나다)으로 구성된 북극이사회는 러시아 군사작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사회 순환 의장국인 러시아가 주재하는 회의 참석을 보이콧했다.
북극권/사진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도 이에 대한 반발로 북극 연안 국가들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소통및 협력에 이바지했던 ‘바렌츠 유럽·북극이사회'(BEAC)의 탈퇴를 선언했다. 더욱이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함(혹은 가입 예정)에 따라 북극권 내에서도 러시아·중국 vs NATO·미국 간 대립 구도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문제는 ‘아이스 콜드 워'가 북극권 개발 참여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우리 정부에도 적지 않은 고민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북극외교 딜레마
2022년은 북극의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군도에 한국의 다산과학기지가 설립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어 2023년은 한국의 북극외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 북극이사회 옵서버 가입 10주년을 맞이한 해다. 한국은 북극권을 끼고 있지 않은(북극권에 걸쳐 있지 않은) 비인접국이다. 그럼에도 21세기 자원의 마지막 보고이자 새로운 통상로로 부상하고 있는 북극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에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사진출처:국제신문 2008년 8월 31일자
북극의 지경학적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우리의 독자적 국익 실현을 위한 현실은 녹녹치 않다. 서방 세계의 리더이자 동맹인 미국과 그 반대편에 있는 전략적 동반자 러시아 사이에서 외교적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극권에서 가장 넓은 범위를 차지하고, 새로운 물류 통로로서 북극항로를 관할하고 있는 강대국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극권에서의 진영 대결이 본격화되면, 한국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은 자명하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감안하고, 우리의 국익을 고려할 때 한국이 어느 한 진영에 치우친 외교정책을 펼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변하는 북극권 정세에서 지정학적 중간국이자 북극권 비인접국인 한국은 국익 극대화를 위해 어떤 외교적 스턴스를 취해야 할까? 필자의 관점에서 몇 가지 기본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해 보면 이렇다.
◇바람직한 한국의 북극전략은?
북극권에서 벌어지는 군사 안보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한국이 개입할 수 있는 부문은 제한되어 있지만, 설사 가능한 영역이 있더고 하더라고 적극적인 관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특정한 북극 이슈에서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과 미국을 포함한 북극이사회 서방측 회원국에 편향된 외교적 접근은 국익 손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민감한 북극 현안에 대해 한국은 되도록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거나 중립적 또는 중재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뚜렷하게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느슨한 연대를 통한 '허허실실 전략'으로 실리를 챙기는 것이 상책이다.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High Politics보다 는 Low Politics 영역에서 우리의 외교력과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북극의 인프라 즉, 북극항로·항만 개발. 자율주행 선박. 해양 플랜트, 친환경 선박 기자재 등 한국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이바지하는 것이다. 북극 환경과 해양 생태계 보호, 영구동토층 보존, 원주민 지원및 보호 등 북극권 국가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역할 확대도 한국의 입지를 넓혀 줄 수 있다.
북극권에 속한 노르웨이 일부 지역의 여름 풍경/사진출처:위키피디아
북극권에 대한 영향력 제고를 위해 북극 이사회 실무그룹에 활발하게 참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북극 서클, 북극 포럼, 북극 프런티어 등과 같은 북극 거버넌스와의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하고, 새로운 거버넌스 창출자 역할도 해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북극권 진입과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중국과 인도, 일본 등 강대국과도 사안에 따라 협력과 연대하는 외교적 유연성도 필요하다.
북극에서의 선도적 활동 강화는 미래 한국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외교 인프라이자 국제사회에서 중견국 위상 확립에 기여하는 다양한 ‘기회의 창 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