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다
이 말은 당대(唐代)의
약산(藥山) 선사와 제자인 문학자
이고(李고) 사이의 문답에서 나온 말이다.
약산의 가풍은 딱 한마디(一句)로써
불법의 진수를 갈파하는데 있다.
그의 직접적이고 단적인 교화법은
이고와의 문답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고는 <복성서(復性書)>를 썼는데,
송대 유학의 복성복초설
(復性復初說;본성을 회복하고 시초로 돌아감)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 내용은 본심.본성으로 돌아가는
반본환원(返本還源)의 사상이다.
이고가 약산 선사에게 물었다.
"도란 무엇입니까?"
약산이 두 손으로 하늘과 병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알겠는가?"
이고는 약산이 가리키는
선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약산은 즉시 말했다.
"달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다."
이고는 이 말을 듣고 깨우치는 바가 있었다.
그 뒤 이 '알겠는가?''모릅니다.'와 같은 문답 형태는
혜충 국사와 당 황제 사이에서도 주고받고 있는데,
선문에서는 흔히 있는 문답 형식이다.
'달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다'는 것은
진실한 모습,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 그대로의 모습을 가리킨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눈은
가로로 찢어졌고, 코는 세로로 섰다''기둥은
세로로, 문지방은 가로로 놓여있다'와 같은 것으로
거짓없는 진실 그대로인
본래자연의 모습인 것이다.
따라서 이 이상 확실한 것은 없는 법이다.
만약 달은 땅에, 물은 하늘에 있고,
눈은 세로로, 코는 가로로 찢어져 있고,
버들은 붉고, 꽃은 푸르다면,
이는 거짓된 모습으로 본래 갖추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달은 하늘에 있는 것이지
병에 있지 않다'라는 선구가 있듯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곡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나 가정의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제각기 있을 곳에 있으면서 본분에 투철하다면
누구나 평온무사할 것이다.
숨김없이 당당하고 확실히 드러난 진실 그대로의 모습,
이것이 대도의 현현이며 부처님의 모습인 것이다.
만물은 우리 앞에 진실을 보여 주고
진실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거짓 없는 성실한 마음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槐安國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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