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집 삽짝 오른 쪽은 "붙들 이" 집인데 연탄을 도매한다
연탄 가득실은 리어카를 "할미가 끌고 할배가 밀고" 해서 집마다 배달해 준다.
특이하게도 "충청도 양반"이라 리어카를 끌 수 없다고 하며
힘도 없이 보이는 할미더러 끌도록 하고 본인은 뒤에서 미는데
"한 번씩 볼라치면 힘쓰는 꼬락서니를 못 봤다"
당연한 일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게 한다.
이른 아침에 충청도 할배 선창으로 읽는 붙들 이의 천자문 읽는 소리가 정겹다.
"붙들 이 "본명은 모르겠고, 위로 태어난 아들들이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자
이번에 태어난 아들은 생명줄을 놓지말고 꼭 붙들고 있어라고 "붙들 이"라 했다.
ㅇㅇ 법대에 진학했다 고 들었는데 지금은 서로가 바빠 소식이 끊겼다.
집 앞을 흐르는 "부전천의 물결"은 이제 편하게 흐른다
어제는 돼지 한 마리가 소용돌이 치는 격랑에 떠밀려 갔다
오늘 극장기도는 안면이 전혀 없는 구마적같이 생긴 놈이다
출입하려면 한참 농아리를 풀어야 한다.
태평 시네마 극장 앞에 놓여 있는 범전로가 나에게는 항상 을씨년스럽다
현 釜田驛舍 시대 전에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지초교 정문 앞에 있는 철로까지가
부전역 야적장 敷地였다.
범전로 쪽에는 Y 자에 가시철망을 엮어 세운 콘크리트 담벽락으로 둘러싸인 것은 하야리아 부대다
경마장 가는 길에서
오른쪽에 나 있는 제법 큰 인도를 들어서면 왼쪽으로 300번지 진입로가 있고
계속 직진하면 양정동 가는 길인데 그 중간에 중앙대로를 관통하는 굴다리 위로
동해남부선 철로가 있다
이 철로를 따라 조금 가면 가시철조망으로 되어 있는 울타리에 범전동300번지으로
내려갈 수 있는 " 꼭 개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개구멍이"
군데군데 뚫려있다.
그 길로 내려가면 꾸불꼬불하다가 또 삼지 사방으로 작은 샛길이 나 있다.
비 오는 날이면 발이 푹푹 빠지고 누군가 우산을 먼저 반쯤 접어야 지나가고 .
힘 있는 놈이 오면 담 옆으로 바짝 붙어 피해 주어야 할 만큼 좁은 골목길이다.
그 길을 내려가면 범전동 300번지 가 있다
그 동네를 항상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 소슬바람이 좁은 골목 구석구석을
휘파람 소리 내며 다닌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가 서 있는 공동우물의 덮개가 항상 덮여있고
물 푸는 바케스도 안 보이니 폐우물인 것 같다
쪽문 옆에는 빈 소주 병과 신문지 뭉치 등이 쌓여있고
말라 버린 꽃다발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런 풍경이 오히려 정답게 느껴진다.
ㅑ동네는 판잣집이 촘촘하게 들어선 판자촌이다.
온갖 세파를 몸으로 부딪히는 여인들이 사는 동네라 그런지 햇살보다
치자 꽃향기가 골목에 가득 찼다.
입구에 유리창으로 안이 보이는
완숙한 과실 냄새가 나는 환락가
홍등가는 한참을 내려가야 있다
현재는 삼한 골든 뷰 센트럴 파크 아파트가 " 도깨비 뿔"처럼 서 있다.
그곳은 보건소 행정이 미치는 곳이고
우리 반 엄마가 운영하는 집은 야매집이다.
8개의 방이 있는데
아가씨가 손님을 받는 방은 양쪽으로 4개씩 나열되어 있다.
방 앞에 군불 때는 아궁이가 있다.
방의 미닫이문 중앙 창문에서 퍼져 나오는 희미한 붉은 전등 빛이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곳 여자들 중에는 " 누나 뻘도 있고 동생 뻘" 도 있다
이야기를 해보면 순진하고 소박했다.
이 여인들이 부양해야 하는 가족들은 보통 2~3명이 되었다
이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진흙 속에 피어있는 연꽃이로구나!
외로움을 댤래주는 기둥서방이 있다는 아가씨는 신선하면서도 달짝지근한 향기를 갖고 있다.
민낯의 군데군데가 알코올과 값싼 화장품에 찌들어 푸르뎅뎅한
몇몇 여인은 입술과 턱 주위가 조글조글 해져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 여인들에게는
나이가 든 다는 것은 시간은 흐르고 세월은... 1년 2년 이렇게 가는 게 아니라
10년 단위로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 나이가 든다는 것 주름이 지고 백발이 되고...
검분 홍 유두가 유달리 훤히 비치는 하얀 러닝을 입은 여자는
큰 입을 벌리고 웃으니 눈웃음은 저절로
반달이 된다.
화장품 냄새와 섞인 아릿한 살냄새를 뿜어내는
육감적인 데가 있는 여자는 무의미한 미소를 짓는다
단물 다 빠진 껌을 쩍쩍 소리 내며 씹는 빨간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자는
무수히 많은 향기를 내뿜는데도 어딘가 처연해 보였다.
계속 남의 말을 해대는 초록색 바지를 입은 여자는
타인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연민만 강한 것 같다.
이들의 말을 간간이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듣는 여자는 나이에 비해 피부도 곱고
정말 童顔인데 누렇게 변색되고 깨진 앞니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여자들은 " 바람에 흩날린 씨앗이 하필이면 단단한 바위 틈에서 뿌리를 내렸기에,
자기의 몸보다 몇 배는 긴 뿌리를 땅속으로 뻗어내야 살 수 있는 소나무 "처럼 힘들게 살아 온
제 나름대로의 "징벌적인 영광의 상처" 를 이들에게서 확연히 볼 수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처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을 보인다.
" 휘몰아치는 북풍에도 의젓하고 늠름한 소나무여!
언 땅에 새 씨앗을 품고 있는 뿌리가 춥지 않는냐!
켜켜이 샇여있는 가랑잎이 바람막이가 되어주니,
발이 시리지 않고 견딜만하더냐"
삼백번지의 법명동은 범전동이고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성지초교에 입학한다
이동네에서 ' 개천에서 용난다' 는 듯이 ㅇㅇ대학교 ㅇㅇ대학 등
우수대학에 입학한 인재가 많았다.
클로드 모네의 " 印象, 해돋이 "를
비평가 루이 르로이는
"스케치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비평했듯이 주변 사람들은 이들의 명석함을 알지 못했다
사설 학원의 star 講師들 도움 없이 "고난도 수준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고교생이 없다"
라고 하는 현 제도에선 이런 것은 기적에 가깝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참을 배우고 때맞추어 행하니 어찌 기뻐지 아니한가"
" 백 번 생각해도 ' 깨달았다는 기쁨' 이 오지 않는다면
만 번을 생각해 보면 '깨달았다'라는 기쁨이 느껴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法悅이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풀무간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대장장이도 청정한 마음으로 인내 아니 한다면
어찌 서리 같은
칼날을 만들겠느냐
일의 과정을 통해서 "기쁨을 느끼고 자기 감동이 될 때 "진짜 일하는 것이 된다.
나도 사유의 숲을 거닐어 보고 싶다.
"걸어보지 못한 길-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 두 갈래길
나그네 한 몸으로
두 길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더불 속 굽어든 길을
저 멀리 오래도록 바라보았네 "
"그러다 다른 길을 택했네
두 길 모두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밟지 않은 길이 더 끌렸던 것일까
두 길 모두 사람의 흔적은
비슷해 보였지만 "
"그래도 그날 아침에는 두 길 모두
아무도 밟지 않은 낙엽에 묻혀 있었네 "
" 나는 언젠가를 위해 하나의 길을 남겨 두기로 했어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법
되돌아올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 "
"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지으며 말하겠지
언젠가 숲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났을 때 "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갔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게 달라졌다고"
나는 " 가지 않은 길은 없는 길이고, 지금 가고 있는 길에 최선을 다해 가면 된다"
그러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1970년대 우리 사회의 산업화가 본격화되던 시기 도시 중년 노동자를 통해
산업화 시대의 소외되고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을 차분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아내의 불륜으로 태어난 신생아가 자신의 자식이라고 "발가락이 닮았다"
라고 슬픈 몸부림을 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