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신 241/0914] 목말라 하는 ‘사랑방 문화’
반세기만에 복원한 ‘우리집 사랑방’통신글에 대한 지인知人들의 반응이 상당한 것을 보면서, 몇 가지 느낌을 적는다. 첫째 ‘사랑방’을 복원한 것은 참 잘한 일이구나라는 것이고(칭찬 댓글이 몇 개), 둘째 타인과의 소통의 마당이나 소통의 채널이 점차 없어지는 현대의 삶에 회의懷疑를 느끼며 ‘사랑방 문화’를 동경憧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리워하고,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추억을 회고하는 댓글이 몇 개), 셋째 ‘사랑방 문화’못지 않게 도시인의 삶에 걸맞는 대안代案를 모색하는 댓글 몇 개가 보였기 때문이다.
축령산 도사가 곧장 <참 좋소/사랑방이 소통의 공간/인정받고 살려거든/초대문화가 복원돼야 합니다/좋것소. 흐흐>라는 댓글을 보내왔다. 나도 곧바로 <일착으로 초대합니다> 댓글을 보냈다. 스리잡three job 등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동네 젊은 후배는 이런 댓글을 보냈다. <사랑방 1인 가입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 한 여자친구는 <일부자이긴 하지만 시골부자네. 부럽부럽>이라고 썼다. 서울 사는 후배는 사랑방을 <집 사舍 복도랑 방 방房자가 아니냐>며 <어릴 적 할아버지 따라 사랑방 출입을 한 게 생각납니다/형님 덕분에 일요일 아침/기분 좋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줘 고맙습니다>라는 장문의 댓글을 보내왔다.
또다른 한때 이웃사촌 ‘여친’은 <오수면 찬샘마을 사랑방 구경 언제나 가볼까요?>. 완주 비봉의 낙향거사 친구도 <친구의 사랑방 설계모습이/실물처럼 아롱거립이다/멋진 소셜라이징 공간이 되겠군요>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제주도출신 여자후배는 <최불암&김혜자의 전원일기 드라마처럼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선배의 귀농일기와 사랑방얘기 잘 읽다>며 <간만에 날씨가 너무 푸르르네요/알콩달콩 좋은 시간 보내시라>는 애정어린 성원을 보내왔다. 늘 댓글을 맞춤한 시로 보내오는 사촌동생은 <집 복원에다가/삶의 복기復棋를 얹어/새로운 희망은/이제 툇마루에서부터>라는 멋진 운문韻文식 답장을 보내왔다.
30년도 넘게 망자의 염殮작업을 자원봉사하는 ‘따르릉길’이라는 친구는 <(50년 전의 사랑방 단골인)그 어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친구의 글을 읽으면서/바둑을 잘두어 기억하는 머리가 그토록 좋을까?/참 세세히 기억도 잘한다/나 역시 소싯적 15년 전까지는 술을 많아 마셨는데/그때 같이 술 마시던 어르신들/그것도 안주를 사탕 하나 소금 한 톨 찍어먹던 어르신들은/모두 콩 팔러 먼저 떠나가셨다/그래서 술은 안주 없이 마시면 독약이라고 지금껏 알고 있다>는 장문의 댓글로 소싯적을 회억했다. 내년 군수를 꿈꾸는 동갑내기 조합장은 읽자마자 전화를 걸어 “축하한다. 언제 함 가겠다. 내년에 도와달라”며 사전선거운동을 해왔다. 그저 모두 모두 고마울손.
이런저런 댓글을 읽으며, 정현종의 시구절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 <사람들 사이에/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그런가하면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도 생각났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 속을 걸어라.
갈대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 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렇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암먼. 외롭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시인은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고, 무슨 재주로 이런 기가 막힌 명제命題를 지어내는 못내 궁금하다. 오늘은 만사 제쳐두고 정현종 시인의 시들이나 음미해봐야겠다. 가을이 온다! 가을이 오면 서울에서 ‘가을이 오네’라는 타이틀로 멋드러진 공연을 하겠다던 북한 김정은 지도자의 말은 어디로 증발했는가? 코로라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암운暗雲만이 한반도 상공을 둘러싸고 있다. 신종질환, 코로나블루coronablue가 웬말인가? 참말로 뛰다죽을만큼 환장할 일이다. 인간들의 자업자득인 이 재앙災殃의 끝은 어디일까?
첫댓글 머슴방 옆방이 사랑방인가?
외지에서 손님오시면 자는방
사랑방 난 화투를 60중반이 돼도 안치는데ᆞ
예전에 그러더라고
화투판에서 젤 맘편한 놈은 아래묵에서 방구 냄새맡는 놈이라고 ㅎ
개평 뜯어 술 얻어먹고
돈안잃어 맘편한놈
한동안 화투도 놀음으로 100원짜리도 단속했다는데
사랑방하면 많이도 생각난다
장계 친구집 놀러갔다가 술에 취해 사랑방에서 메주를 벼개삼아 자고나니
장발머리가 떡이져 메주 띄운냄새에 버스기사 양반 내리라하여 내린 추억도 생각나네
사랑방추억만 엮어도 멋진 글이 될듯 친구덕분에 옛추억 많이 그려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