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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률이상 제9권
양 사문 승민 ㆍ 보창 등 편집
5. 보살들 ②
2) 바깥으로 교화하는 보살[外化菩薩部]
(1) 문수(文殊)가 변화로 금광수(金光首) 여인을 보기 흉하게 망가뜨리다
상금광수(上金光首)와 장자의 아들 외문(畏聞)이 함께 유관원(遊觀園)에서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면서 잘 차려 놓고 풍악을 잡히며 놀고 있었다. 이 때 그 여인은 장자의 아들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였다. 문수사리옛 경전에서는 유수(濡首)라 하였다.가 이 여인을 그 자리에서 바로 죽게 하였는데, 얼굴색이 보기 싫게 변하면서 눈과 귀, 코와 입에서 고름과 피가 흘러나오며, 몸뚱이는 붓고 문드러져서 다시 쳐다볼 수도 없게 하였다. 쉬파리가 날아와 빙 둘러 함께 뜯어먹게 하였다. 이 때 장자의 아들은 여인의 몸이 이렇게 망가져 변하는 것을 보고는, 두렵고 불안하여 혼자만 이 환난에서 벗어나 돌아가려 하였다.
“어떻게 하여야 이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이 때에 문수사리 동진(童眞)이 거룩한 신력으로 동산의 수목에서 저절로 찬탄이 나오게 하였다. 장자의 아들은 나무에서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기뻐 뛰면서 금방 착한 마음을 내어 옷자락에다 여인의 죽은 시체를 담아서는 우거진 나무 사이에 버리고 떠났다.
이에 세존께서는 장자 아들의 어리석음을 열어 교화하시려고 몸으로부터 광명을 놓아 그 광명으로 널리 마갈굴(摩竭國)의 지경을 비추셨다. 장자 아들은 여래의 위엄 있고 신령스러운 모습을 보고 기쁜 마음이 생겨났다. 그 때 천제석이 그 앞에 와 서서 장자 아들을 보면서 찬탄하였다.
“젊은이는 착한 인연으로 복과 이익을 얻으셨으므로 부처님을 뵐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소년은 이 권고와 칭찬의 말을 듣고 곧 천제석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갔다.
제석은 천의화(天意花)를 소년에게 주며 말하였다.
“이 꽃을 가져다 여래에게 흩뿌리십시오.”
소년은 꽃을 뿌린 뒤에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앞에 서서 아뢰었다.
“지금으로부터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스님들께 귀의하겠나이다. 상금광수라는 방일한 여인이 있었사온데, 제가 실은 그 여인과 더불어 유관원에서 재미있게 놀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얼굴 모습이 변하고 추악해지면서 즉시 목숨이 끊어져 모든 종실과 권속을 버리는 것을 보아 크게 두려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장차 국왕의 추문(推問)은 없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잠깐 멈추어라.”
그 때 상금강수는 장자 아들이 가르침을 받아 교화되어 계율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을 보고, 이내 풍악을 잡히며 부처님께 나아갔다. 여인이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자, 문수사리는 장자의 아들에게 말하였다.
“이 아가씨를 아느냐?”
장자의 아들이 대답하였다.
“알고 있나이다.”
또 물었다.
“어떻게 아느냐?”
이에 장자 아들은 문수사리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빛깔[色]이란 마치 거품 더미 같고
느낌[痛癢]도 물거품 이는 잠깐일 뿐
생각[幻想]이란 마치 아지랑이 같나니
이러함을 저는 환히 알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는 지나간 옛 세상에 이 여인을 권하고 교화하여 도의 뜻을 내게 하였고, 나도 본래 전세에 그를 권하고 교화하여 도의 뜻을 내게 하였느니라. 상금광수는 92백천 겁을 지나서 부처가 되리니, 명호는 보광명불(寶光明佛)이 될 것이다. 장자 아들은 보살이 될 텐데 이름은 덕광요(德光燿)라 하며, 그는 뒤에 부처가 될 것이다. 그가 아직 멸도하지 않았을 적에 덕광요보살에게 수결을 하고서야 비로소 열반하리니, 명호를 지염(持★)이라 하리라.”『대정법문경(大淨法門經)』에 나온다.
(2) 문수가 몸을 모든 세계에 나투고 발우를 가져와 널리 가르침을 펴다
2백의 천자들이 보살의 마음을 내었으면서도 아직 견고하지 못한지라 모두가 타락하려 하여 저마다 생각하였다.
‘부처님 법은 얻기가 어려우니 우리들은 이제는 보살을 배우지 않고 아라한과 벽지불이 되어서 열반하는 것이 낫겠다.’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들이 보살이 될 수 있는데도 뒤로 물러나려는 뜻을 가진 것을 아시고, 문득 변화로 한 가라월(迦羅越)을 만들었다. 가라월은 맛있는 밥을 가져다 발우에 채우고서 부처님 앞에 이르러 예배하고 발우를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 이 발우를 받으시므로 문수사리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은혜를 갚으셔야 하옵니다.”
사리불이 의심이 나서 곧 부처님께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곧 발우를 땅에 버리셨다. 그 발우는 아래로 빠지더니 여러 세계를 지나면서 곧장 72항하 모래만큼 많은 국토를 통과하였는데, 이름은 구가사(漚呵沙)이고, 그 부처님 명호는 광명왕(光明王)부처님이시며, 지금 현재도 세상에 계신다. 그 발우가 그 부처님 세계의 공중에 머물러 있었지만 또한 가지는 이가 없었다. 발우가 통과하였던 모든 부처님 세계에서 그 부처님의 시자들이 모두 부처님께 물으면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시었다.
“저 위에 부처님이 계신데 명호는 석가문부처님이시다. 발우가 그로부터 왔는데 뒤로 물러나려는 보살들의 뜻을 구하여 보호하려 하시는 것뿐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발우를 찾아오너라.”
사리불이 부처님의 위엄과 신령함을 받들어 스스로의 지혜의 힘으로써 만 가지의 삼매(三昧)를 사용하여 만(萬) 부처님 세계를 통과하였으나, 도무지 발우가 보이지 않았다. 삼매로부터 일어나 도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찾아도 보이지 않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목련을 보냈으나 역시 보지 못하였다 하였고, 수보리 등 5백의 존자들도 다 보지 못하였으며, 미륵보살도 보지 못하였다. 문수사리로 하여금 발우를 찾게 하셨다. 문수사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바로 삼매(三昧)에 들어가 오른손으로 땅 아래를 가리키며 나아갔는데, 통과하는 모든 부처님 세계마다 들리거나 알리지 않음이 없었으며 땅 아래를 가리키며 나아갔는데, 통과하는 모든 부처님 세계마다 이 사실을 듣고 알게 되었고, 통과하는 국토마다 모두가 진동하였다. 무릇 모든 세계의 국토에서 사는 모든 사람은 문수가 72항하 모래만큼 많은 곳을 통과하면서 그 팔 위의 터럭의 낱낱 털 사이에 억백천의 광명과 억백천의 연꽃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그 한 연꽃 위에는 각각 보살이 앉아 있으면서 모두들 석가문부처님의 공덕과 성문, 보살이며 부처님 국토를 찬탄하는 것을 보았다.
이 때 석가문부처님께서는 발 아래에서 광명을 놓아 아래를 비추며 72항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통과하였으며, 그 광명을 보고 모두 마비저(摩仳低)삼매를 얻었다.
문수사리는 오른손에 발우를 가지고 무앙수(無央數)의 보살들과 함께 와서 발우를 손에 잡고 예배하여 올렸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과거 겁 동안의 일을 설명하리라.
옛날에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명호는 용막능승(勇莫能勝)부처님이셨고, 그 때 비구승이 있었는데 이름은 혜왕(慧王)이었느니라. 발우를 가지고 유치국(惟緻國) 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여 맛있는 밥을 얻게 되었다. 그 때 어느 존자의 아들 이구왕(離垢王)이라는 아이가 유모에게 안겨서 성문 위에 있다가 멀리서 비구를 보고는 안겨 있던 포대기에서 내려와 그에게로 달려왔다. 아이가 비구가 구걸한 음식을 달라고 하였으므로 비구는 이내 그 꿀떡을 주었느니라. 그 아이는 받아 먹고서 맛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자 유모는 돌아보지도 아니하고 비구를 따라 나섰다. 곧장 용막능승불에게 이르러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앉으므로, 비구는 가지고 있던 발우의 밥을 이 어린아이에게 나누어 주면서 함께 부처님께 올리도록 하였다. 아이는 이내 부처님께 드렸느니라.
부처님께서 그것을 잡수시고 배가 부르자 이것을 8만 4천의 비구와 보살 1만 1천 명에게 두루 돌리셨으니 모두가 배가 불렀으나,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밥은 오히려 줄거나 없어짐이 없었느니라.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아이를 기쁘게 하자, 아이는 바로 그 비구로부터 5계(戒)의 법을 받고 보리의 마음을 내었느니라. 아이 부모가 아들을 찾아와 부처님께 예배하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 이미 보살의 법에 들게 되었습니다. 원컨대 사문이 되게 하소서.’
‘우리들도 발심하여 너를 따르겠다.’
아이의 부모가 즉시 허락하였느라.”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혜왕 비구는 바로 지금의 문수사리요, 그 때의 아이는 지금의 나의 몸이니라. 나와 같은 몸들은 헤아릴 수 없거니와 아승기 세계 국토의 모든 부처님 모두가 문수사리 때문에 발심하기 시작하였나니, 우리들은 모두 문수사리의 은혜를 입었느니라.”
그 2백 천자들은 즉시 생각하였다.
‘석가문부처님께서도 문수사리 때문에 발심하게 되어 스스로 부처님이 되셨는데, 우리들이 무엇 때문에 게을리 하겠느냐?’
이 생각 때문에 그들의 마음이 견고하여졌다.『아사세왕경(阿闍世王經)』 상권에 나온다.
(3) 보현(菩賢)보살이 다섯 가지 법사(法師)를 보호할 것을 서원하다
보현보살은 자유 자재한 신통력과 위덕(威德)으로 이름이 난 분인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큰 보살들과 함께 동방으로부터 왔다. 통과하는 나라마다 모두 진동하였고 보배 연꽃이 비처럼 내렸으며 갖은 풍악이 울렸다. 또 수 없이 많은 8부(部) 귀신 등의 대중에게 둘러싸여 석가모니불께 예배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보위덕상왕불(寶威德上王佛)의 나라에 사는데 멀리 이 사바세계에서 『법화경』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에 함께 들어 받자오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보현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네 가지 법[四法]을 성취한다면, 여래가 멸도한 후에라도 이 『법화경』을 얻게 될 것이니라.”
보현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길을 가면서나 서 있을 때나 부지런히 이 경을 외우고 이 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전에서 한 글귀 한 게송이라도 잊어버리는 일이 있다면, 큰 보살들이 다 함께 그 사람에게로 나아갈 것입니다. 스스로 몸을 나투어 공양하고 수호하면서 그 마음을 편안히 위로하고, 또한 『법화경』을 공양하여 그 사람이 도로 환히 알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리하여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기뻐하면서 더욱더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이 저를 봄으로 하여 이내 삼매(三昧)와 다라니(陀羅尼)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이후의 나쁜 세상 동안 4중(衆) 가운데에서 와서 구하며 찾거나, 받아 지니려고 하거나, 읽고 외우거나, 베껴 쓰거나 간에 어떻게 하건 이 『법화경』을 닦아 익히려는 사람은 21일 동안을 일심으로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21일이 다 차면 제가 또한 사람 앞에 나타나서 그를 위하여 설법하겠나이다.”『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제7권에 나온다.
(4) 정정진(淨精進)이 재공덕(財功德)을 교화하며 오랫동안 여러 고통을 참 다
과거의 겁 때에 부처님 명호는 광광명(廣光明)『보살행경(菩薩行經)』에서는이구광(離垢光)부처님이라 하였다.부처님이셨으며, 국왕의 아들 이름은 재공덕(財功德)『보살행경』에서는 업수(業首)라 하였다.이라 하였느니라.
나이 열여섯이 되자 단정하게 생긴 외모를 믿고 교만을 내어 처음에는 부처님을 향하여 공경 예배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곧 산가지를 돌리면서 말씀하셨다.
“누가 이 사람을 교화시킬 수 있겠느냐?”
그러나 8만 4천의 보살 중에 산가지를 받는 이가 없었는데, 어느 한 정정진(淨精進)이라는 이름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제가 할 수 있겠나이다.”
바로 그 때 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느니라. 그가 왕궁의 대문에 가 서 있었더니 왕자가 그를 보고 나쁜 욕설을 퍼부우며 흙을 얼굴에 뿌리고 칼과 몽둥이, 기와와 돌을 가지고 그의 몸을 때렸다. 보살은 그 때 성내지도 아니하고 떠나지도 아니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도 아니하면서 1천 년 동안 이러한 고통을 받고 있었느니라. 2만 년을 지나고서야 비로소 그 두 번째 문 앞에 이를 수 있었고, 8만 4천 년에서 7일이 모자라는 날에야 그 일곱 번째의 문 앞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때 왕자는 이 보살을 보고 말하였다.
“도사는 지금 무엇을 찾으려고 여기에 온 것입니까?”
왕자는 보살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그렇게 많은 세월 동안 갖은 고통을 받으며 지냈는데도, 어떻게 이 사람은 지치는 마음조차도 생기지 않는 것일까?”
그 때 보살은 왕자의 마음이 이미 저절로 조복되었음을 알고 이내 게송을 말하여 부처님께 나아가게 하였느니라. 왕자는 곧 왕위를 버리고 불법 안에서 출가하여 법을 듣고 법대로 살다가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그 때의 정정진은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 되었고, 재공덕은 바로 미륵이니라.『대집경(大集經)』 제26권에 나오며, 또 『조복왕자도심경(調伏王子道心經)』과 『보살행경(菩薩行經)』에서도 나오는데 대개가 같다.
(5) 수제(樹提) 마납(摩納)의 손에서 큰 코끼리[龍象]가 나오다
수제 마납은 보장불(寶藏佛) 앞에서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길게 끓어 앉아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위없는 보리의 마음[無上菩提心]을 내어 선근(善根)을 성취하였습니다. 3승법(乘法)에서 볼 때 제가 만약 원한 바대로 이미 이익을 얻었다면, 지금 저의 두 손에서 커다란 하얀 코끼리가 저절로 나오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의 신력으로 그의 두 손에서 이내 커다란 코끼리가 나왔는데, 그 색깔은 순수한 백색이었는데 몸의 일곱 군데를 땅에 대고 있었다.
이 일을 다 보이고 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코끼리야, 너희들은 이제 허공으로 올라가 이곳을 떠나도 좋다.”
오래지 않아서 이 세계에는 8공덕(八德)의 향수가 두루 내리어 이 세계의 일체 중생을 깨치게 하였다. 어느 중생이나 그것을 한 방울이라도 맞게 되거나 그 향기를 맡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5개(蓋)를 끊게 되었다. 그것은 이른바 음욕(婬欲)과 진에(瞋恚), 수면(睡眠)과 흔들림[掉戱], 그리고 의심[疑]이다. 이 때 큰 코끼리들이 허공 안에서 이리저리 노니는데, 빠르기가 마치 역사(力士)가 활을 잘 쏘는 것 같았다. 이 두 큰 코끼리는 해야 할 일들을 다 성취한 뒤에는 다시 돌아와 마납 앞에 섰다. 이 때 수제가 그것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다.『수제마납발보리서원경(樹提摩納發菩堤誓願經)』에 나온다.
(6) 보시(普施)가 구슬을 구하여 해신(海神)을 항복 받고 가난한 이를 구제 하다
“옛날 보살이 네 번째의 성씨[四姓]로부터 태어나 땅에 떨어지면서 말하였다.
‘중생의 만 가지 재화를 나는 장차 구제하겠다. 광명 없고 법 없는 곳에서 나는 그 눈멀고 귀먼 것을 제거하여 그들로 하여금 여러 성인들의 밝은 법을 듣고 보게 하리라.’
9족(族)의 친척들은 놀라며 말하였다.
‘이제까지 갓난아이가 말을 한다는 것을 들어 보지 못했다. 이는 천인이나 용신, 아니면 귀신의 영혼이 아니겠나?’
그에 대해 점을 쳐 보았더니 이렇게 답하였다.
‘나는 으뜸가는 성인이 변화하여 나온 사람으로 넓고 밝은 지혜를 품었다. 뭇 요사스런 물건이 아니니 삼가 의심하지 마시라.’
말을 마치고는 곧 잠잠하므로 그의 부모가 말하였다.
‘아이는 이 세상을 널리 윤택하게 할 커다란 뜻을 지녔으니 비범한 인물이 되리라.’
그리하여 보시(普施)라고 이름지었다. 나이 열 살이 되자 부처님의 모든 전적과 유행하는 풍속이며 여러 가지 기술에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부모를 하직하고 중생을 구제하며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겠다고 하므로 어버이는 말하였다.
‘나는 으뜸가는 부자라는 최고의 이름을 가졌다. 너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가 있느니라.’
그러자 아들이 대답하였다.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바라건대 저는 사문이 되겠으니, 법복과 발우[應器]와 석장(錫杖)을 주시면 이것으로써 중생을 구제하겠습니다.’
부모가 허락하자 보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교화하다가 어떤 한 큰 나라를 경과하게 되었다. 그 나라에는 귀한 성씨가 있었는데, 또한 여러 가지 글에도 밝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보시의 거동과 용모를 살펴보니, 보시의 심성이 담박하고 깨끗하기가 하늘 금[天金]과 같으며, 으뜸가는 성인의 표상이 있어 장차 세상의 영웅이 되겠으므로 보시에게 말하였다.
‘나에게는 못난 딸이 하나 있다. 그대에게 아내로 주고 싶다.’
보시는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곧 바다를 건너고 언덕을 올라 산 속으로 들어가서 사람 없는 곳에 이르니, 멀리 은으로 된 성[銀城]이 보였다. 그 궁전에는 독사가 있어서 성을 일곱 바퀴를 감고 있었으니 뱀의 몸의 크기가 백 아름쯤 되었다. 독사가 머리를 들고 보고 있으므로 보시는 생각하였다.
‘이 놈은 나를 해칠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자비심을 일으켜야겠다.’
그러자 뱀의 독기는 이내 사라져 버리고 머리를 드리워서 잠을 자는지라, 그 머리를 타고 성으로 들어갔더니 성안의 천신(天神)이 그를 보고 기뻐하여 말하였다.
‘오랫동안 성인의 덕망을 생각하였는데, 드디어 여기에 오셨군요. 진실한 저의 소원이오니 3순(旬) 동안만 머물러 주시옵소서.’
보시는 일을 가까운 신하들에게 맡기고 손수 공양을 받았다. 공양하기를 마치자 천신은 명월주(明月珠) 하나를 그에게 주었다.
‘이 구슬은 4만 리를 밝히며 소원을 말하기만 하면 여러 가지 보배가 가득 차게 됩니다. 만약 나중에 부처님이 되시거든, 원컨대 저를 제자로 삼아 주시옵소서.’
보시는 허락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어 다시 앞으로 나아가니 황금성(黃金城)이 보였다. 그곳도 독사가 성을 열네 바퀴를 감고 있었는데, 몸의 크기는 앞의 것의 갑절이며 머리를 두어 길[丈] 쯤 들고 있었다. 보시가 다시 자정(慈定)에 들었더니, 뱀은 이내 머리를 드리우고 잠이 들었다. 그것을 타고 성으로 들어갔더니, 그 안에 있던 천인(天人)이 보시를 맞으며 기뻐하였다.
‘오랫동안 신령스런 빛을 생각하였는데, 이곳에 오셨으니 아주 잘 되었습니다. 원컨대 180일 동안만 머물러 주옵소서. 제가 공양하겠습니다.’
이 날짜가 경과되어 하직을 하자 천인은 다시 신주(神珠) 하나를 그에게 주었다.
‘이 구슬의 광명은 20만 리를 빛내며 뜻으로 소원만 하면 뭇 보배가 그 안에 가득 찰 것입니다. 만약 당신께서 도를 얻으시거든, 원컨대 저를 제자로 삼아 주시어 위없는 신통을 얻게 하소서.’
이어 다시 앞으로 나아가니 유리성(琉璃城)이 보였고, 또 독사가 있었으며 몸으로는 성을 스물한 바퀴를 감고 있으면서 머리를 들고 눈을 부릅뜨고서 그 성문을 지키고 있었다. 다시 자정을 일으켜 중생 제도를 서원하였더니, 독사의 독이 사그라지면서 머리를 드리우는지라, 그것을 타고 성으로 들어갔다. 천인이 기뻐하며 앞에서와 같이 하면서 세 철[三時] 동안 머물기를 청하였다.
‘원컨대 뜻대로 공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기한이 다되어 하직을 하자 또 신주를 주며 말하였다.
‘광명은 160만 리를 빛내며, 이 신주가 있는 곳에는 뭇 보배들이 절로 따라오게 됩니다. 이 광명이 차 있는 곳 안에서는 뜻을 두어 하고자 하는 바 모든 일을 구하여 얻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당신께서 바른 깨달음을 얻으시거든, 원컨대 제자가 되어 가장 밝은 지혜를 갖게 하소서.’
‘반드시 그대가 원하는 바를 얻게 되리라.’
보시가 구슬을 얻어서 그의 옛 처소로 돌아오는데, 바다의 여러 신(神)들이 모두 모여 의논을 하였다.
‘우리들의 이 큰 바다에서도 이 구슬 셋만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영화를 누릴 수 있다. 도사가 이것들을 모두 얻어 갔다. 우리들이 차라리 다른 모든 보배를 다 잃는 한이 있더라도 이 구슬만은 잃지 않도록 하여야겠다.’
해신이 변화로 범인이 되어 보시 앞에 나타나서 말하였다.
‘나는 인자(仁者)께서 세상의 보배를 얻으셨다 들었습니다. 한 번 구경할 수 있겠습니까?’
보시가 곧 그에게 보여 주자 신이 손을 내리쳐 빼앗으므로 보시가 말하였다.
‘내가 험한 산을 지나고 바다를 넘어가서 겨우 이 보배를 얻어와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려고 하는데, 도리어 이 신에게 빼앗기고 마는구나.’
다시 말하였다.
‘너는 어서 나의 구슬을 돌려 달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너의 바다를 말려 버리겠다.’
그러자 신이 말하였다.
‘큰 바다는 깊고도 넓거늘 누가 이것을 다 말릴 수 있단 말인가? 하늘이 움직이면 바람은 일리라.’
보시가 말하였다.
‘내가 정광불(錠光佛) 앞에서 ≺도력(道力)으로 여러 바다를 뒤엎고 손가락으로 수미산을 뽑으며 천지를 진동시키고 모든 세계를 옮길 수 있게 하소서≻라고 원하였더니, 부처님께서 나의 뜻대로 해 주셨는지라 지금 나는 그 힘을 얻었노라. 이제 너 귀신 따위가 그 터럭같이 약한 힘으로 어찌 나의 바르고 참된 세력을 막을 수 있겠느냐?’
그러고는 이내 두 발을 나란히 하여 바닷물을 툭 쳐서 철위산(鐵圍山) 바깥으로 던져 버렸다. 변정천(遍淨天)이 말하였다.
‘나는 옛날 정광불 앞에서 그 소원을 들었는데, 틀림없이 세존이 되시어 우리들 중생을 제도해 주실 분이다.’
이내 내려와 보시를 도와서 그 발로 찼던 물의 10분의 8을 없애 버렸다. 해신이 두려워하면서 말하였다.
‘이 물이 다 말라 버리겠구나. 우리가 살 곳이 무너져 버리겠다.’
해신이 즉시 그 구슬을 반환하므로 보시는 길을 따라가면서 보시를 하였다. 그리하여 보시가 통과해 지나간 나라에는 다시는 가난한 사람이 없게 되었고, 모든 나라의 모든 왕들은 행실을 고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5계(戒)와 10선(善)으로 나라의 정법을 삼아 다스리고 옥문을 열어 크게 사면을 베풀었으므로, 윤택한 덕이 중생에게 미치어 마침내는 부처가 되기에 이르렀다.
보시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 되었고, 아버지는 바로 백정왕이며,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나의 어머님 사묘(舍妙)이다. 그 때 도사의 여인은 바로 지금의 구이(裘夷)이며, 그 때 은성 안에 있던 천인은 바로 지금의 아난이요, 금성의 천인은 바로 목련이며, 유리성의 천인은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니라.『도무극집(度無極集)』 제1권에 나오며, 또 『현우경(賢愚經)』에도 나온다.
(7) 중승왕(重勝王)이 여인과 한 처소에서 있다가 아난의 비방을 받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억하건대 제가 옛날 사위성(舍衛城)에 들어갔을 때 중승왕 보살이 여인과 함께 침대에 같이 있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저는 더러운 것을 범하였으니 마음으로 근심하는 것이 범인(凡人)과 다름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였나이다. 범행(梵行)을 배운 사람이 여래의 가르침에서 보고 듣고 생각함에 나아감이 없겠습니까?”
이 말을 할 때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 때 중승왕 보살이 이내 스스로 몸을 공중으로 솟구쳐 땅에서 네 길 아홉 자 떨어진 곳에 서서 아난에게 대답하였다.
“계율 범한 더러운 자가 어찌 몸을 솟아서 공중에 서 있을까?”
여래 앞에 있던 아난은 몸을 던지며 이내 자신의 허물을 뉘우쳤다.
“내 어찌하여 편견을 갖고 큰 용[大龍]의 단점을 찾았던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여인은 옛날 과거 세상에서 중승왕과는 백 번의 생애[百生] 동안의 짝이었느니라. 옛날 정을 뽑아내지 못하여서 중승의 얼굴을 탐내며 입으로 서원을 세웠느니라.
‘중승왕이 만약 나와 함께 내가 놀자는 대로 따라 준다면 그의 가르침을 따르리라.’
때에 중승왕은 그 생각을 알고 새벽에 정복(正服)을 차려입고 그의 방으로 들어가 즉시 게송을 말하였느니라.
내가 어리석게 욕심에 무너진다면
모든 부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리라.
은혜와 사랑을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은
부처가 되어서 사람 안에 으뜸 가리라.
때에 여인은 기뻐 뛰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땅에 엎드려 귀명(歸命)하며 자책하고, 죄를 조복하고 허물을 뉘우치면서 중승왕을 찬탄하며 게송을 읊었느니라.
내가 이미 모든 욕심 여의었으니
세존께서도 찬탄하시는 바로다.
은혜와 애착을 절제하여 그쳤으니
부처님의 위없는 도를 원합니다.
앞서 마음에 생각했던 바를
이제는 자수하여 허물을 뉘우치니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며
마침내 도의 뜻을 내었습니다.
그 때 중승왕이 그 여인에게 수결하였라.
‘이 여인은 몸을 바꾼 후 99겁 만에 부처가 될 것이니, 명호는 이무수백천소수여래(離無數百天所受如來)라 하리라.’”『혜상보살경(慧上菩薩經)』 상권에 나온다.
(8) 대살타바(大薩陀婆)가 바다를 건너다 배가 부서지므로, 자기 몸을 죽여 서 대중들을 구제하다
석가모니불이 보살이었을 적에 이름이 대살타바였다. 큰 바다를 건너다 모진 바람으로 배가 부서지자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나의 머리카락과 손발을 붙드시오. 그대들을 건너게 해 주겠소.”
사람들이 다 붙잡자 칼로써 자신을 죽였다. 큰 바닷물의 법에서는 죽은 시체를 머무르게 하지 않는지라, 이내 빠른 바람이 불어 언덕 가에 닿게 되었다.『대지론(大智論)』 제4권에 나온다.
(9) 보살이 산중에 단정히 앉아 있었더니 새가 정수리 위에다 알을 품었는 데, 새끼가 아직 날지 못하였으므로 버리고 떠나지 못하다
보살이 산에 살 때에 인자한 마음으로 단정히 앉아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았더니, 새가 정수리 위에다 알을 품었다. 보살은 새가 정수리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 알이 떨어질까 하여 몸을 흔들거나 움직이지 않고, 몸을 버리고 수행하며 그 처소는 움직이지 않았다. 새가 날개가 난 다음에도 아직은 날 수가 없었으므로 끝내 버리고 떠나가지 않았다.
이러한 것을 스스로 알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약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면
천인 중에서도 천인이리라.
능히 그를 건드리거나 희롱 않는다면
이 덕이야말로 더할 것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저 세존이야말로
가장 첫째 가는 신(神)인 것이며
이 때문에 도량의 처소에 계시며
공덕을 모두 다 갖추셨느니라.『승가라찰경(僧伽羅刹經)』 상권에 나온다.
(10) 바다에 들어가 구슬을 캐어다 가난한 이를 구제하다
“나는 수없는 겁 이전부터 부지런히 정진하며 도를 구하였으니, 처음부터 게으르거나 쉬는 법이 없었는지라 부처가 되기에 이르렀느니라. 9겁(劫)을 뛰어넘어 미륵보다 앞서 출현하였느니라.
나는 기억하건대 과거 때에 나라 백성들이 빈궁하였으므로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바다에 들어가 여의주(如意珠)를 구하고자 하였었다. 여러 사람들을 많이 모아 바람을 맞으며 돛을 올리고, 바다 용왕에게 나아가 그 머리 위의 여의주를 달라고 하였다. 용왕은 그것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 이내 여의주를 주었느니라.
그 때에 여러 상인들이 저마다 보배를 캐어 모두 다 두루 갖추어서 배를 타고 돌아오고 있었다. 바다 안의 모든 용신과 여러 귀신들이 다 함께 의논하였다.
‘이 여의주는 바다 안에서도 으뜸가는 보배이다. 세속 사람이 얻어서 될 물건이 아니거늘, 어떻게 바다에서 덜어내서 염부리(閻浮利)를 이롭게 하는가? 진실로 애석한 일이니, 마땅히 방책을 써서 그 여의주를 빼앗아 잃는 일이 없게 해야 하겠다.’
이 때 모든 용신과 귀신들은 밤낮 둘러싸서 그 구슬을 빼앗으려 하였지만 도사(導師)의 덕이 높은 데다 또 여의주의 힘이 있어서 빼앗을 수가 없었다. 바다를 다 건너자 보살은 뛰어서 바닷가에 가 서서 머리를 숙이고 손을 내리고는 해신(海神)에게 주원(呪願)을 하고서는 여의주를 목에다 걸었느니라. 이 때 바다의 용과 귀신들은 이 일로 기회를 얻어 구슬을 바다에 떨어지게 하였다. 도사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바다에 들어가 배를 타고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고생을 한 것이 한량없고서야 비로소 이 보배를 얻었으며, 장차 이것으로 여러 가난한 사람을 구제해야 할 것인데, 이제 해신이 도리어 바다에 떨어지게 해 버렸구나.’
곁에 모시고 있는 사람들에게 명령하였다.
‘그릇을 가져오라. 나는 바닷물을 둘둘 말아서 밑바닥까지 이르게 하리라. 여의주를 찾지 못하면 끝내 게으름을 피우거나 쉬지 않으리라.’
곧 목숨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물을 둘둘 말았더니, 물이 저절로 일어나 모두 그릇 안으로 들어왔느니라.
모든 바다의 용신과 귀신들은 이것을 보고 두려워하였다.
‘이 사람의 위세와 정진의 힘은 진실로 세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로다. 물이 오래지 않아서 다 말라 버리겠구나.’
곧 여의주를 가지고 와서 용서를 빌며 반환하였다.
‘저희들이 그대를 시험해 보았습니다. 정진의 힘이 그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 하였습니다. 천상 천하에 그대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도사는 보배를 얻어서 나라 안으로 가지고 돌아와 7보(寶)를 비처럼 내리게 하여 천하에 공양하였으므로 안온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느니라. 이 때의 도사가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출생경(出生經)』 제1권에 나온다.
(11) 바다에 앉아서 상인[估客]을 구제하다
“옛날 보살이 5백 명의 상인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캐었느니라. 바다에 들어간 지 두어 달 만에 보배를 얻어서 배에 무겁게 싣고 본토로 돌아오다가 도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나게 되었느니라. 천둥과 번개가 땅을 흔들고 물귀신[水神]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사방 둘레를 성처럼 둘러쌌느니라. 눈에서 불을 뿜고 파도는 솟구쳐 산에다 퍼부었으니, 여러 사람들은 울면서 부르짖었느니라.
‘우리들은 이제 다 죽었구나.’
두려워서 안색이 변하고 하늘을 우러르며 애걸하였느니라.
보살은 슬퍼하면서 마음에 계책을 내었느니라.
‘내가 부처가 되려 함은 중생들을 위해서일 뿐이다. 바다 귀신[海神]은 죽은 시체를 싫어하니, 내가 저 위태로운 생명들을 위하여 대중들을 건져 주어야겠다. 이것이야말로 보살[開士]로서의 최상의 할 일이다. 내가 내 몸의 피를 바다에 쏟지 않고서는, 사악한 바다 귀신이 이 사람들을 결코 무사히 뭍으로 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손을 이어 서로 붙잡고 아울러 나의 몸에 매달리시오.’
여러 사람들은 보살의 명대로 하였고, 보살은 이내 칼을 끌어다 자기 몸에 상처를 입혔느니라. 바다 귀신이 이것을 싫어하는 까닭에 배를 언덕 쪽으로 밀어 떠내려 보냈으므로 여러 사람들이 모두 구제될 수 있었느니라. 뱃사람들은 보살의 시체를 안고 통곡하였느니라.
‘이 분이야말로 틀림없이 보살이요, 범상한 이가 아니로다.’
주저앉고 날뛰고 하면서 하늘을 불렀느니라.
‘차라리 저희들의 생명을 이 자리에서 죽여 주십시오. 뛰어난 덕망을 지닌 이 선비를 이렇게 죽일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이 참되고 성실하였기에 위에 있는 제천들이 감동하였느니라. 천제석(天帝釋)도 보살의 넓은 자비를 보고 내려와서 말하였다.
‘이 지극한 덕을 지닌 보살이야말로 장차 성웅(聖雄)이 되실 분이시니, 이제 그를 살리리라.’
제석이 하늘의 신령한 약을 그 입 안에 붓고 아울러 온통 시체에 바르자, 보살은 바로 소생되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위로하였느니라. 제석은 이름난 보배를 먼저보다 천 배나 되게 하여 배 안에 가득 차게 해 주었다. 곧바로 원래의 땅으로 돌아왔으니 9족(族) 친척들이 서로 만나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느니라. 가난을 구제하여 은혜가 중생에게 미치고 불경을 드러내 펼쳐서 어리석은 이들을 개화시켰으므로, 그 국왕도 보살의 덕에 감복되어 나아가 받들어 맑게 교화되었느니라. 임금은 어질고 신하는 충성하며 온 천하가 계율을 지니고 집안에는 효자가 났으며, 나라는 풍성하고 독은 없어져서 백성들이 기뻐하였느니라. 보살은 마침내 천상에 가 나서 길이 뭇 괴로움을 여의었느니라.
보살은 여러 겁을 정진하여 쉬지 않았는지라 드디어 부처가 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니라.
자기 몸을 죽여서 대중을 구제했던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 되었고, 천제석은 바로 지금의 미륵이며, 5백 명의 상인은 바로 지금 이 자리의 5백의 아라한이니라.”『살신제고인경(殺身濟賈人經)』에 나오며, 또 『도무극집(度無極集)』에도 나온다.
(12) 땅으로부터 솟아나오며 긴 혀 모습[長舌相]을 나타내다
이 때에 천 세계의 티끌같이 많은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와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존안을 우러러보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 세존의 분신(分身)이 계셨던 국토의 멸도하신 땅에서 널리 이 경을 설명하겠사옵니다. 저희들은 또 이 참되고 깨끗한 큰 법을 얻어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베껴 쓰면서 공양하려 하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문수사리 등의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옛날부터 사바세계에 살던 보살과 모든 성문이며 인비인(人非人) 등의 일체 대중들 앞에서 넓고 긴 혀를 내어 보이셨는데, 혀가 위로는 범천 세상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모든 털구멍에서 한량없는 광명의 빛을 놓으시어 시방세계를 모두 다 두루 비추시었고, 여러 보배 나무[寶樹] 아래의 사자자리[師子座]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들도 또한 그렇게 하셨다.『법화경(法華經)』 제6권에 나온다.
(13) 소를 치는 아이가 반야(般若)의 뜻을 잘 설명하여 대승을 널리 알렸다
옛날 어느 비구가 정진하여 계율을 지켰는데, 아예 계율을 범하는 일이 없었다. 정사(精舍)에 살고 있으면서 이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잘 읽고 외우는지라, 이 비구의 음성을 듣고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곳에 나이 겨우 일곱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 하나가 살고 있었는데, 성밖에서 소를 치다가 멀리서 비구가 경을 읽는 음성을 듣게 되었다. 아이는 소리나는 곳을 찾아서 절에까지 이르렀다. 아이가 가만히 소리를 들어 보니 이내 알겠는지라 크게 기뻐하는 모습으로 비구에게 뜻을 물었는데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그러자 어린아이가 도리어 옛날 그 어느 때도 들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심히 미묘한 뜻으로 경을 설명해 주었다. 비구는 그 설명을 듣고 이 어린아이를 칭찬하였다.
“이 아이가 참으로 지혜롭구나. 범상한 사람이 아니로다.”
아이는 이내 그곳을 떠나 소 있는 곳으로 돌아갔지만 치고 있던 소와 송아지가 모두 흩어져 달아나 산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아이는 소 발자국을 찾아다니다가 범을 만나 해를 당하여 장자(長者)의 집에 다시 태어나 첫째 부인의 아들이 되었다.
이 부인은 임신을 하고 나더니 입으로 반야바라밀을 잘 설명하게 되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예 게으름을 피우거나 쉬는 일이 없었다. 그 장자의 집에서는 평소에 법을 받들지 않았는지라 이 부인을 이상하게 여기며, ‘망령되게 거짓말을 한다’고 하거나, 귀신 들린 병이라고들 하였다. 점을 쳐서 물어보기도 하고 또 꾸짖고 달래기도 하였으나 능히 연유를 알아내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집안 안팎 모두가 다들 근심하고 당황하였다.
이 때 비구가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있었는데 장자의 집 문 앞에 갔더니 멀리서 경 읽는 소리가 들리므로 마음이 매우 기뻐져서 곧 장자에게 물었다.
“안에서 누가 깊은 경을 말씀하시기에 음성이 이리도 미묘하십니까?”
장자는 대답하였다.
“아내가 귀신 들린 병이 있어 밤낮으로 헛소리를 하는데, 입을 아예 쉬지를 않습니다.”
비구는 말하였다.
“이것은 귀신 들린 병이 아닙니다. 깊은 경전의 심오한 이치를 설명하는 것일 뿐입니다. 아마도 부인께서 잉태한 아이가 바로 부처님 제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자는 곧 마음이 풀려 비구를 머무르게 하고 음식을 주었다. 날이 꽉 차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는 몸에서 나오는 더러운 진액[惡露]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합장을 하며 길게 무릎을 꿇고 반야바라밀을 설명하였다. 부인은 해산하고 나자 바로 본래의 모습을 도로 회복하였으니, 마치 잠에서 깨어난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것과 같았다. 장자는 스님들을 모아 놓고 아이를 보였다. 아이가 경을 설명하는데 전혀 걸리는 데가 없었다.
이 때 모든 스님들이 마음을 집중하여 이 어린아이를 쳐다보고 있었으므로 장자는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 것입니까?”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참으로 부처님의 제자이십니다. 놀라거나 의심하지 마시고 부디 잘 기르십시오. 이 아이는 후에 자라면 모든 사람들의 스승의 될 것입니다. 우리들도 모두가 그로부터 깨우침을 받을 것입니다.”
일곱 살이 되자 미묘한 것을 모두 알아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났으며, 그 지혜는 끝을 모를 지경이었기에 여러 비구들이 모두 그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경전 내용 가운데 잘못된 설명과 모자란 데가 있으면 깎아 내거나 정리하여 그 모자란 바를 제대로 채웠다. 아이가 매번 출입을 할 때마다 가는 곳이나 머무르는 곳 어디에서나 문득 사람들을 가르치고 교화하여 대승의 마음을 내도록 하였다.
장자의 집안 안팎의 대소 5백 명의 사람들이 모두 이 아이에게 배워서 대승의 뜻을 내고 모두가 불사를 행하였다. 아이가 가르친 성곽과 저잣거리, 마을 안 모든 사람들이 다 개화되어 위없는 도[無上道]의 뜻을 낸 사람이 8만 4천 명이나 되었으며, 수계를 받은 제자도 5백 명이었다. 모든 비구들은 이를 듣고 뜻이 풀리어 대승을 구하는 데 뜻을 두었고, 모두가 깨끗한 법의 눈[法眼]을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당시의 그 어린아이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며, 그 때의 비구가 바로 가섭불(迦葉佛)이시니라.”『소아문법즉해경(小兒聞法卽解經)』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