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희망 공모가 밴드에 내재된 높은 밸류에이션 레벨을 감안한다면, 시장은 동사의 MS 1위 달성 가능성에 후한 평가를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기적으로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과 이베이코리아 매각 이슈가 쿠팡의 밸류에이션 레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위의 두 가지 이슈들은 쿠팡의 밸류에 이션과 함께 국내 유통업체들에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 희망 공모가 밴드, 주당 $27~30 수준
3/1에 쿠팡(Coupang)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관?하여 수정 신고서(S-1/A)를 제출하였는데, 희망 공모가 밴드로 주당 $27~30 가 제시되었다. 동사는 이번 IPO를 통해 시가총액 기준으로 최대 58.2조원 수준까지 평가될수 있고, 최대 4조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판단된다.
쿠팡의 20년 연간과 4분기 GMV는 최대 27조원, 8.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매출 기준 각각 14.1조원, 4.3조원 수준). 한국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을 3배이상 압도한 매출 성장률(+93% YoY)을 감안한다면, 21년 예상 GMV는 최대 40조원 수준까지 가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매출 기준 약 20.9조원 수준)된다. 따라서, 동사의 21년 예상 GMV와 매출액을 감안한다면,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동사의 P/GMV, PSR 밸류에이션은 약 1.5배, 2.8배 수준으로 추산된다.
쿠팡 희망 공모가 상단 30달러의 의미는?
사실, 발행시장에서 산정된 공모가는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IPO의 성공적인 흥행을 위해 희망 공모가를 공격적으로 책정하기 어렵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유통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공격적으로 가정하기 어렵다. 이처럼 공모 가가 보수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과거에 상장했던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의 주가도 IPO 이후 초기 1년 동안 공모가를 하회한 경우가 많지 않은 편이었고, 공모가 대비 수익률도 높은 편이었다. 따라서, 쿠팡의 확정 공모가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동사 미래 주가의 하한선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동사의 희망 공모가 기준 밸류에이션 레벨은 Peer Group 대비 PSR(혹은 EV/Sales) 기준으로는 저평가 되어 있지만, P/GMV 기준으로는 고평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사업 모델 별로 상품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와 수수료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가 있기 때문에, 이커머스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을 단순히 PSR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P/GMV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GMV는 소비자가 결제한 거래금액 기준이기 때문에, 기업간 매출 인식 기준 차이에서 발생하는 비교가능성의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쿠팡의 P/GMV 밸류에이션이 비교적 높게 책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GMV도 어디까지나 매출 관련 밸류에이션 지표의 한 종류일 뿐이다. 매출 관련 밸류 에이션은 수익성이 매우 낮거나 적자인 기업의 가치 평가를 위한 도구로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이익 창출력을 설명하기 어렵고, 평균 값으로 회귀하는 성향도 약하기 때문에, 미래 기업가치 예측 측면에서도 일부 한계가 있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한편, 어느 정도 수익성 레벨이 향상된 아마존(Amazon)과 알리바바(Alibaba)는 다른 이커머스 업체 대비 비교적 합리적인 이익 밸류에이션 레벨과 평균 회귀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선도 사업자로서 미국과 중국에서 의미 있는 이익 창출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사의 EV/EBITDA 지표는 지난 몇 년 동안 어느 정도의 평균 회귀 성향을 보이며 변화했으며, 현재 각각 20.7x, 18.0x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FW12M EV/EBITDA 기준).
만약,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EV/EBITDA 밸류에이션을 쿠팡에 적용하면 어떨까? 이익 개선 국면에서 유사한 Cycle에 있다면, 쿠팡은 아마존과 알리바바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확장성과 중국 소매유통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한다면, 중장 기적으로 쿠팡의 EV/EBITDA 레벨은 아마존과 알리바바 대비 할인 되어 거래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쿠팡의 중장기 EV/EBITDA는 양사 평균에 20% 정도 할인한 15~16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이 현재 밸류에이션 레벨에서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쿠팡의 공모가 상단 기준 EV(Enterprise Value)는 시가총액과 유사한 57.9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20년말 순현금 3~4천억원 수준에 불과). 만약, EV/EBITDA 15~16배 수준을 가정하면, 동사의 연? EBITDA가 중장기적으로 3.6~3.9조원(쿠팡의 ‘21E GMV 대비 9~10% 수준)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희망 공모가의 상단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 정도 수준의 EBITDA 마진은 MS 1등 기업이 아니라면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판단된다(적어도 특정 상품 카테고리에서 MS 1등 필요). 실제 국내 백화점/대형마트에서 1위를 하고 있는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과거 EBITDA 마진 수준도 9~10% 수준이었다.
따라서, MS 1등 달성 가능성은 이커머스 업체들의 P/GMV 밸류에이션 레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MS 1등 달성 가능성이 이커머스 업체들의 중장기 EBITDA 마진 기대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인 이커머스 업체들의 P/GMV 레벨을 살펴보면, JD.com과 Pinduoduo 대비 쿠팡, Dianping, Doordash, Deliver Hero의 밸류에이션이 높은 편이다. 사업 모델의 차이도 일부 있겠지만, MS 1등 달성 가능성에서 파생된 차이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키움 박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