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바다, 호수가 빚은 절경 '속초']대자연
강원일보
2020-7-10 (금) 25면 - 정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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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
한해 1,700만명 찾는 국민관광지
설악·동해바다…천혜의 자연경관
맛집·카페·골프장 힐링여행 각광
대한민국 국민중에 속초에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노년세대나 기성세대들은 신혼여행이나 학창시절 수학여행 때 다녀갔을 테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호연지기를 떨쳤을 것입니다. 속초라고 하면 동쪽 끝 바다와 접한 도시로 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으로 엄청 가까워졌습니다.
20년도 더 지난 199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제관광엑스포를 개최했던 도시.
영랑호, 청초호 등 석호가 두 개나 있는 도시, 설악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가 어우러진 도시.
속초라는 도시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신비로움이 감춰져 있는 도시입니다.
강원도에서 면적이 가장 작으면서도 한 해 1,7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을 정도로 매력을 숨기고 있습니다. 속초에서는 수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포켓몬고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기도 했죠. 우리가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 외갓집에 가서 평상에 누워 별이 쏟아지던 밤하늘을 보며 상상했던 신기한 이야깃거리들이 이 작은 도시의 구석구석, 좁은 골목길에 숨어 있답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5분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바다가 있고, 3D 프린터를 이용해도 만들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 울산바위가 있고, 무엇보다 우리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해소시켜 줄 맛있는 먹거리들이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뷰가 좋은 카페도 한두 곳이 아니랍니다. 6·25전쟁 중에 지어진 유일한 성당도 있고, 조선소를 활용한 카페도 있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미니골프장도 있죠. 참, 과거 활발한 수산업과 함께 속초의 경제중심지였던 수협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는 청년몰 '갯배st'도 있네요.
올여름,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지만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새로운 에너지를 담아가기 위해 이 매력적인 도시에 한 번 다녀가지 않으실래요?
글=정익기기자 igjung@kwnews.co.kr
[속초의 숨은 매력]수려한 풍광에…신라시대 화랑도 반해버렸죠
강원일보 2020-7-10 (금) 26면 - 정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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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맨 위 부터), 화랑도 체험장, 범바위, 보광사, 영랑호 습지생태공원, 보광미니골프장, 스토리자전거
설악산 병풍 삼아 드넓게 펼쳐진 '영랑호' 200% 즐기기
호랑이 웅크리고 있는 형상 '범바위'
바위 오르면 속초 한눈에 조망 가능
일년 내내 탐방객 줄 잇는 '보광사'
말타기·활쏘기 화랑도 체험 눈길
문화해설 들으며 전동자전거 즐겨
습지생태공원은 새로운 명소 기대
외지인들이 '속초'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풍경은 대부분 설악산이다. 하지만 속초 사람들 중에는 멀리 보이는 설악산을 병풍 삼아 드넓게 펼쳐진 '영랑호(永郞湖)'를 첫 번째로 꼽는 경우가 더 많다. 영랑호는 속초시 북쪽 영랑동·장사동·금호동·동명동 일대에 있는 석호(潟湖)로, 둘레 7.8㎞, 면적 1.21㎢, 수심은 8.5m에 이른다. 속초에는 영랑호와 남쪽의 청초호(靑草湖) 등 2개의 석호가 있는데, '영랑호'라는 이름은 '삼국유사'의 기록을 근거로 신라의 화랑 영랑이 이 호수를 발견했다고 해 붙여졌다.
신라시대에 화랑인 영랑·술랑(述郞)·안상(安詳)·남랑(南) 등이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무술대회장인 금성(金城:지금의 경주)으로 가는 도중 이 호수에 이르렀는데, 영랑은 맑고 잔잔한 호수와 웅장한 설악의 울산바위, 그리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범바위가 물속에 잠겨 있는 모습에 도취돼 무술대회에 나가는 것조차 잊고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다고 하며, 그 이후로 영랑호는 화랑들의 수련장으로 이용됐다고 한다.
영랑호 둘레에는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다양한 체험시설이 있어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속초시민들에게도 사랑받고 있으며, 특히 시민들에겐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 운동 코스와 드라이브 코스로도 애용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고성산불 흔적이 아직까지 일부에 남아 있지만 여름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풍경과 일렁이는 호수를 보고 있으면 일상에 지친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
# 범바위='속초8경' 중 하나로 커다란 돌이 기이하고도 신비로운 형상을 하고 있다. 호랑이가 웅크리고 호수를 바라보는 모습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보이는데 꼭대기에 상어도 보이고, 구렁이나 물개 모습도 보인다. 거북이 머리가 보인다는 이도 있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 있으며 바로 옆에 잔디밭이 있어 소풍을 즐기기에도 좋다. 범바위는 영랑정이라는 정자 바로 옆에 있어 찾기가 쉬우며 범바위에 오르면 속초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 보광미니골프장=1963년에 개업한 곳으로 골프를 몰라도 온 가족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골프를 응용한 '미니 골프게임장'이다. 처음 보는 창의적인 코스와 게임 룰, 오래된 소나무와 어우러진 오래된 집의 뒤뜰 같은 풍경이 손님들을 반긴다. 어떻게 이런 게임을 1963년에 만들 수 있었는지 게임을 할수록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 영랑호 습지생태공원=영랑호의 수질 변화에 따른 담수성 어류의 안정적인 서식 환경 마련 및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 저감을 통한 영랑호 수질환경 개선으로 인간과 동식물이 상생할 수 있는 친환경 생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6월 준공됐다.
4만4,000㎡ 부지에 수목류 및 초화류 등 28종 5만여본 이상이 식재돼 있으며 인공습지를 조성해 어류생태 피난처 및 조류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 영랑호는 고염분 수역과 중염분 수역에 더해 염분도가 낮은 담수역 수역이 복원된 온전한 생태석호로 생태관광지 및 습지 생태학습장, 조류 관찰지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속초시는 지난해 4월 산불로 유역 대부분이 소실돼 생물서식지 훼손 및 생태학적 기능과 가치가 저하돼 있는 실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온전히 원형으로 복원하는 것은 제반 여건상 어려워 일부나마 보완하기 위해 영랑호와 접한 상류 농경지 2개소에 도비 32억원 등 49억원을 들여 조성 면적 2,610㎡ 규모의 습지를 내년부터 2022년까지 연차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스토리 자전거=범바위 근처에 있는 스토리자전거는 영랑호를 온전히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선택이 될 것이다. 속초와 영랑호의 전설과 역사, 생태에 대한 문화관광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영랑호반을 관람하는 자전거를 활용한 관광상품이다.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한 경우 전동자전거에 몸을 맡기고 전문 해설사가 들려주는 영랑호에 얽힌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 카누 체험장=속초시청 카누팀이 훈련하거나 카누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가끔씩 카누체험 행사가 열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한 영랑호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 화랑도체험관광지=전문가의 지도로 말타기와 활쏘기 등의 화랑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매년 가을에는 세계승마대회가 열리며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는 대회가 취소됐다.
# 보광사=1937년 화암사의 주지였던 정화담 스님이 '건봉사 속초포교당'으로 건립한 사찰로 부처님의 제자 53불 중 수제자인 보광불존을 금강산 유점사에서 모셨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영랑호 주변에서도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는데, 1년 내내 탐방객이 끊이지 않는다. 뒤편 산봉우리에는 동쪽을 향해 서 있는 큰 바위에 관음이란 큰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에 관음보살이 출현했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속초=정익기기자igjung@kwnews.co.kr
[속초의 특별한 먹거리]실향민 애환 고스란히…함흥냉면·순대의 추억
다양한 음식문화 자랑 '별미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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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냉면(맨 위 부터), 오징어순대, 카페 '설악산로', 아바이순대
함경도 출신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함흥냉면'
속초선 1951년 국도 7호선변서 장사하던 게 시초
'오징어순대' 1980년대부터 지역의 대표 먹거리
함경도식 돼지순대 '아바이순대'도 향토음식화
국내 최고 관광지 속초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미리 속초에서 먹을 음식 순서를 정해놓지 않으면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산과 바다, 호수 등의 자연환경 특성과 실향민 문화라는 역사적 특징에 의해 다양한 음식문화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동해안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해산물 먹거리가 모이는 곳이고, 이북 실향민들이 정착시킨 속초만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함께 결합돼 있다. 이 중 대표 음식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냉면'과 '순대'를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축복받은 땅'답게 풍광이 좋은 곳에 카페들이 잇따라 자리 잡고 있다.
# 냉면
보통 평양냉면은 물냉면이라고 하고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이라고 한다. 그러나 속초사람들은 함흥냉면에도 적당히 육수를 부어 먹는다. 남한 땅에서 함경도 월남 실향민들로부터 시작한 함흥냉면은 평양냉면을 압도하며 대표적인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맵고 자극적이고 질긴 냉면 맛이 국민들의 입맛에도 잘 맞았기 때문이다.
속초에 함흥냉면이 들어선 것은 6·25전쟁 중인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함흥 출신 이섭봉씨가 속초시내 국도 7호선변에 야산을 깎아서 움막집을 짓고 나무 식탁과 의자를 놓고 '함흥냉면옥'이란 이름으로 냉면 장사를 시작했다. 1950년대 말까지는 장사를 하다 말다 했지만, 196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함흥냉면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향토음식이 사연이 깃든 고향의 음식이지만, 속초의 함흥냉면은 그 의미가 더 깊다. 오직 혈혈단신으로 내려와 낯선 타향에 정착해 고향에 돌아갈 날이 언제쯤 올까 기다리던 실향민들의 아픔과 그리움이 밴 음식이 바로 속초 함흥냉면이다.
◇냉면 맛집 △이조면옥=속초시 동해대로 3930번길 4 전화:(033)632-3181 △함흥냉면옥=속초시 청초호반로 299 전화:(033)633-2256 △단천식당=속초시 아바이마을길 17 전화:(033)632-7828 △단천면옥=속초시 소평로 131 전화:(033)637-6677 △원산면옥=속초시 중앙로 91-6 전화:(033)633-8838
# 순대
■오징어순대=순대라고 하면 당연히 돼지 내장에 선지와 찹쌀을 넣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오징어순대는 생소하면서도 신기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오징어순대는 관광도시 속초를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지금이야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고 있지만,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속초의 대표 먹거리는 특별한 게 없었다. 대포항이나 속초항의 몇몇 횟집, 설악산에서 파는 도토리묵이나 머루주, 시내의 함흥냉면 정도가 향토음식이란 이름으로 팔렸다. 1980년대 들어 속초항 주변에서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파는 식당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으며 관련 내용이 신문 지면에 속속 등장했다. 오징어순대는 속초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음식이며 속초는 실향민과 수산업, 관광산업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도시다. 오징어순대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버무려져 있다. 실향민의 순대문화에서 비롯됐고, 속초 대표 수산물인 오징어가 원료이며, 국민관광지 속초의 대표적인 관광음식이 됐기 때문이다.
■아바이순대=함경도 지방에서는 마을잔치나 경사가 있을 때면 돼지를 잡고 그 대창에 속을 채운 순대를 만들어 먹었는데, 이 돼지순대를 함경도식이라고 해서 아바이순대라고 부른다.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어르신을 의미하는 말로, 아바이순대라면 함경도순대를 뜻한다. 아바이순대는 돼지 대창에 무청 시래기, 돼지고기 잘게 썬 것, 선지, 마늘, 된장 등을 버무려 채워 만들어 쪄 낸 것인데, 선지보다는 야채와 곡물을 많이 넣어 만든다는 점에서 피순대와 차이가 난다. 요즘은 선지를 더 줄이고 찹쌀을 첨가해 찰진 맛을 더했다. 돼지의 대창으로 만들어 크기가 보통 순대의 2, 3배로 커 왕순대라고도 한다. 2000년대 이후에 속초의 향토음식으로 상품화됐다. 돼지 한 마리당 50㎝에서 1m밖에 나오지 않는 대창을 구하기 힘들어 요즘은 보통 돼지 소창으로 아바이순대를 만들어 판매한다.
◇순대 맛집 △단천식당=속초시 아바이마을길 17 전화:(033)632-7828 △2대송림순대집=속초시 아바이마을길 12 전화:(033)633-0430 △88순대국=속초시 중앙로 129번길 35-20 전화:(033)636-5798
# 카페
■설악산로=설악산으로 가는 길인 속초시 도문동 1521-36에 자리 잡은 카페는 마당에 즐비한 소나무들이 자아내는 풍경이 일품이다. 베이커리도 함께 있다.
■스테이오롯이=에어비앤비 숙소를 개조, 4월 말 오픈한 곳으로 설악산 뷰가 일품이며 큰 나무 옆에 있는 돌담 위에 올라앉아 설악산을 배경으로 인생샷 찍기에도 그만이다. 중정에 있는 연못도 눈길을 끈다.
속초=정익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