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는 촉촉하다 못해 축축해요....
어서 빨리 뽀송한 공기를 느끼고 싶습니다
오늘의 출근길은 복잡하지 않은 시간대인데도 지하철이 터져나가네요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지난번 게시물에 튜브로 판본체를 썼었는데 혹시나 과정이 궁금한 분이 있을까 하여 이번에는 영상을 찍어봤습니다
A3 사이즈의 OHP 필름에 쓰는 데 총 1시간 10분쯤 걸렸구요 영상을 6배속 * 4배속으로 편집했습니다
실제로는 엄청 천천히 씁니다^^
간격도 생각해야 하고 위치도 생각해야 하고
그저께 쓰고 혹시나 몰라 입구를 밀봉해 두었는데 다행히 입구가 막히지는 않았네요
남아 있는 물감이 그리 많지 않아서 다 쓸 수 있을까 했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어요^^
아래에 이렇게 5mm 간격의 그리드를 두 장 붙여서 깔고 썼습니다
글자의 폭이 15mm여서 그리 많은 양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거 쓰는데도 엄청 오래 걸립니다
A3 OHP 필름을 50매 사서 한장 썼으니 이제 49장 남았네요
제 가장 단점이 꾸준하지 못한 것이지만 이번엔 50장 다 써 보려고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세로로만 쓰는 것은 재미 없으니
10장은 세로로 쓰고
10장은 가로로 쓰고
10장은 원형으로 쓰고
10장은 음....
쓰다보면 또 생각이 나겠죠?
두번째 쓰는 것이어서 그런지 저 스스로 느끼기에 글씨 사이에 여유가 있어졌습니다
가로로 그을 때 너무 빨리 그어서 세로획과 비교해서 너무 가늘어지는 상황을 최대한 안 만들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는 지켜진 것 같아요
글씨 배경용 매트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촬영하는 소재가 글씨다보니 나뭇결이 있는 것만 사용하게 됩니다
나무와 글자는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가 캘리그라피를 알게 된 계기가
15년 전 목공을 취미로 가지고 있었는데 가구를 만들고 페인트만 칠하는 것이 지겨워져서 글씨를 써볼까?? 하면서 검색하다가 캘리그라피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 캘리그라피에 대한 욕망(?)으로 불면의 밤은 계속 되었죠 ㅎㅎㅎ
캘리그라피를 자꾸 쓰다보니 매일매일 손다치고 멍들고 윙윙 돌아가는 절단기와 쏘우가 겁나더라구요 ㅎㅎㅎㅎ
그래서 그만두었는데 저를 수제자로 키우겠다고 말씀하시던 목공 스승님께 정말 정말 죄송했었지요
농담처럼 들었었는데 진지하게 말씀하신 거라면서 ^^;;;
그 때 톱질, 끌질, 대패질에 목선반과 서각까지 배웠었고 수업마치고 목공방에 가서 밤새도록 톱밥가루 마시면서 뭔가를 만들었던 그때가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목공방의 오래된 나무냄새
톱질의 결과로 나오는 뽀얀 나무가루들을 모아 본드를 섞어서 못자국을 메우고
목선반으로 펜대도 만들고 샤프도 만들고 했는데
마치 전생의 느낌인 것처럼 먼 이야기처럼 여겨지네요
ㅎㅎ
추억은 여기까지~
제겐 아직까지 49장이 남아 있으니까
이 녀석들을 채우기 위한 작업들을 구상해야죠 ㅎㅎ
세로로 쓰는 것은 형태에 변화를 주면서 하면 될 것 같은데
가로로 쓰는 게 문제입니다
종성이 없는 글자와 있는 글자의 세로 길이가 확연하게 다른데 그것을 가로로 쓰면 높이가 달라져서 일정한 선 안에 넣어야 하는 판본체 스타일과 맞지 않을 것 같아서요
뭐.... 미래의 제가 알아서 하겠죠?
큰 숙제겠어요 ㅎㅎㅎㅎ
숙제란 즐거운 것 아닙니까~
어른이 되어서는 숙제가 생기는 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ㅋㅋ
긴 연휴 안전하고 건강하게 맛난 것도 많이 드시고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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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3에 써 봅니다 (문방삼우) | 작성자 스칼렛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