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서커스(Circus)‘, 1913년, 캔버스에 유채, 54x39.5cm, 개인 소장.
8월을 좋아했던 걸까? 독일 화가 아우구스트 마케는 1월생인데도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우구스트는 독일어로 8월이란 뜻이다. 마케는 20대 이른 나이에 바실리 칸딘스키와 함께 독일 표현주의의 주요 화가가 되었다.
‘서커스’(1913년·사진)는 그가 1910년대부터 관심을 갖고 종종 그린 주제였다. 그림은 서커스에서 일어난 사고를 묘사하고 있다. 세 명의 곡예사가 말에서 떨어진 여성 기수를 조심스럽게 옮기고 있다. 사고를 친 흰말은 무대에서 나와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 앞쪽에 등을 돌리고 앉은 남자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표정은 볼 수 없지만 흐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갈색으로 표현된 피가 여자의 입과 이마까지 흥건히 적신 걸 보니 어쩌면 이미 사망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화가는 동료를 잃은 곡예사들의 표정을 의도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비탄의 표정을 차마 그릴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화려함과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서커스장이 순식간에 처참한 비극의 현장으로 변했을 터. 이는 아마도 화가가 직접 목격한 장면일 가능성이 크다. 그림은 더 성공적인 쇼를 위해 곡예사들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서커스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마케가 서커스에 관심을 가진 건, 연약한 기수의 처지가 사회 변방에 위치한 예술가들의 입지와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마케는 칸딘스키와 함께 독일 표현주의의 한 유파인 ‘청기사파’의 주요 멤버로 활동했다. 청기사는 ‘푸른 기사(騎士)’라는 뜻이다.
마케는 새롭고 혁신적인 예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빠르게 인정받았다. 그러나 1918년 8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후 소집 명령을 받고 입대하면서 경력이 단절됐다. 서부 전선에 배치된 지 두 달도 안 돼 전사했기 때문이다. 향년 27세였다. 8월이란 이름을 가진 청년 화가에겐 너무도 잔인한 8월이었다.
'아우구스트 마케 자화상(August Macke Self-portrait)', 1906년, 캔버스에 오일, Private Collection.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는 독일 표현주의의 기반을 이룬 청기사파에 속해 있었다. 그는 입체파와 인상파 화가들만이 아니라 스승인 로비스 코린트에게서도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초기 작품에 그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그러나 동료 표현주의 화가들의 격정적인 화풍과 주제를 피한 그의 작품에는 서정적인 기질이 드러나 있다. 그의 예술은 프랑스 회화의 전통(풍경화에서 움직임의 우아함과 분위기에 대한 감각)과 독일 미술의 무한한 정취를 결합한 것이다.
1914년에 마케는 파울 클레와 함께 튀니스를 여행하면서 다양하고 순수한 색채로 된, 격자무늬의 색면들 위에 주제를 나타내는 그림들을 연작으로 그렸다. 이 그림들은 입체파의 한 갈래인 오르피슴이 마케에게 미친 영향을 보여주며,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널리 존경받는 그림의 하나이다. 마케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전사했다.
그의 대표작은 《공원 레스토랑(Park Restaurant)》《동물원(Zoological Garden)》《산책(Promenade)》《초록색 재킷을 입은 숙녀(Lady in a Green Jacket)》 《모자가게 앞의 여인들(Women in front of the Hat Shop)》《줄타기 곡예사(Tightrope Walke)r》《나무 아래 소녀들(Girls Under the Trees)》등이 있다. 공동저술로 『청기사 연감』이 있다.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모자가게 앞 양산 쓴 여인’, 1914년.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초록색 재킷을 입은 숙녀(Lady in a Green Jacket)’,
1913년, 44.5x43.5cm, 루트비히미술관, 퀼른.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네 명의 소녀’, 1912-3년, 쿤스트팔라스트미술관, 뒤셀도르프.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나무 아래 소녀들(Girls Under the Trees)’,
1914년, 119.5x159cm, 노이에피나코테, 뮌헨 독일.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줄타기 곡예사(Tightrope Walker),
1914년, 캔버스에 유채, 82x60cm, 독일 본 미술관.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피에로(Pierro)t, 1913년, , 90x75cm, 빌레펠트 미술관.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동물원(Zoological Garden)’,
1912년, 캔버스에 유채, 58.5×98cm, 독일 뮌헨 렌바흐하우스 미술관.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공원 레스토랑(Park Restaurant)',
1912sus, 캔버스에 유채, 81×105cm, 스위스 베른 시립미술관.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4년 08월 29일(목) 「이은화의 미술시간(이은화 미술평론가)」/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