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발표할 전세대책 1순위 타깃은 ‘깡통전세’ “‘주의지역’ 지정에 신중…지역별 특성·거래 위축 문제”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시군구별 전세가율 공개로 가닥” 서울시 시범 자료 미리 보니, 강서·양천·금천구 등 위험
추석 전 발표될 ‘전세사기 종합대책’에 당초 예고된 ‘깡통전세 주의지역’ 지정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주의 지역으로 낙인 시 해당 지역의 거래가 위축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대신 전국 시군구별 전세가율 상세 통계를 공개해 임차인의 주의를 환기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이를 두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깡통전세 주의지역’ 지정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토부는 8·16 대책(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도 5년간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대대적으로 공개했으나, 정작 민감한 문제로 대두됐던 재건축 등 사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맹탕’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9월 첫째 주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늦어도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다음 달 9일 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발표한 ‘주거 분야 민생 안정 방안’의 내용을 발전해 구체화한 내용이 담기게 된다.
이번에 발표될 전세사기 종합대책의 타깃은 깡통 전세 문제다.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높거나 비슷한 매물을 일컫는데, 이렇게 되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전세사기 대책을 예고하는 자리에서 “‘깡통 전세 징후’가 보일 경우 해당 지자체에 ‘주의 지역’임을 통보하고, 특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한 바 있다. 전세가율이 90%를 초과하거나 경락률이 전세가율보다 낮은 곳 등이 주의 지역 기준의 예시로 제시됐다. 이에 마치 조정대상지역처럼 위험 지역을 별도로 설정해, 전세 수요자 보호를 위한 강도 높은 특별 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국토부 내부에서는 별도의 주의 지역을 지정하는 것이 아닌, 전국 시군구별 전세가율(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갈음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 특성을 따져야 하는 데다가, 별도 위험 지역 지정 시 해당 지역의 거래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전국의 아파트, 연립·다세대 자료 추출의 막바지 작업 단계에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의 공단 밀집 지역 등 투자가치는 낮고 임대차 수요가 높은 시장은 전세가율이 항상 90~100% 이상으로 높게 설정돼 있는 등 지역 특성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이 때문에 ‘전세가율 90%’ 같은 특정 숫자 등으로 일률적인 기준을 잡아서 관리하기 보다는, 전세가율을 투명하게 공개해 그 지역에 거래가 일어날 때 주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울시가 최근 시범 공개한 ‘전·월세 시장 지표’와 비슷한 형식으로 통계를 공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서울주거포털(서울시 전월세 정보몽땅)을 통해 올해 2분기 자치구별 연립·다세대 신규 전세계약의 전세가율을 공개했다. 전체 25개구 중 전세가율이 90%를 넘은 곳은 강서구(96.7%), 양천구(92.6%), 금천구(92.8%) 등 3곳이었다. 이 밖에 관악구(89.7%), 강동구(89.6%), 구로구(89.5%)가 90%에 육박해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가 최근 시범 공개한 ‘전·월세 시장 지표’ 중 자치구별 전세가율 그래프. /서울시 제공
지방 도시 역시 자치구 단위까지 쪼개 상세 전세가율 통계가 집계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기준 시 단위로 추출해 본 전세가율을 우선 참고해 보면, 이곳 역시 깡통 전세의 위험성이 감지되는 모습이다.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지역은 전남 광양(85.7%), 경북 포항(83.7%), 충남 당진·전남 목포(83.5%), 충남 서산(82.8%), 강원 춘천(82%), 경북 구미(81.4%), 전북 군산(80.8%), 충남 천안(80.7%), 충북 청주·전남 순천(80.4%), 전북 익산(80.2%), 경남 김해(80%) 등이었다.
그간 집계하지 못했던 연립·다세대 자료의 자치구별 전세가율을 추가하는 등 과거보다 더욱 상세한 통계를 공개한다는 방침이지만, 단순히 자료를 공표하는 안일한 방식으로 전세 사기 예방에 효과가 있겠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더욱이 정작 민감한 사안에선 한발 물러서는 행태가 8·16 공급 대책 때처럼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책에서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평가항목 조정의 확정을 연말로 미루거나,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에 대한 구체성이 없어 비판을 자아낸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