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근본 없는 판본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첫번째 작업
판본체란 말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초성, 중성, 종성의 위치는 어디가 맞는가 등등
쓰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찾기 위해
책 두권을 준비합니다
잉크 얼룩이 묻은 책은 2년도 전에 산 책이고
오른쪽의 강렬한 핫핑크 타이틀 '획'은 어제 제 품에 들어왔습니다
한글 역사에 대해 암것도 모르는 자라
이것저것 보면 혼란만 가중시킬 것 같아서
이규복 선생님의 책으로 두권 준비했습니다
<조선시대 한글 글꼴의 형성과 변천>은 며칠전에 시작해 일독하면서 판본체와 궁체에 대한 페이지 구별만 해 두었구요
(한번 읽어서는 택도 없는 수많은 책 이름들의 나열 ^^;;)
<획>은 펼쳐보고 환성을 질렀습니다
표지와 같은 컬러의 핫핑크가 곳곳에 중요한 선과 포인트를 장식하고 있더라구요
(아직 안 읽었지만 컬러만으로 행복한 단순한 사람입니다 ^^;;;)
비롯 붓으로 쓸 실력은 안 되어 이론만 쌓을 거지만
붓에 머금은 먹물의 농도로 만든 이런 3차원의 입체도형은 마치 구분구적법으로 부피를 구하는 것을 연상시켜 행복함이 가중되네요 ㅎㅎㅎㅎ
<획>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시작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
아크릴 물감을 말랑한 잉크소분병에 넣었습니다
손에 쥐고 압력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OPP 필름에 프롤로그의 첫 부분을 옮겨 적어 봅니다
하나의 획을 완성하기까지 붓은 다양하게 움직인다. 붓의 움직임에 따라 획은 생과 사를 오간다. 하지만 아쉽게도 붓의 움직임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는 한 붓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을 뿐더러 획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여왔다. 그만큼 한글의 서사환경 또한 빠르게 변화하였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글자의 크기와 붓의 크기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커졌으며 붓의 재질도 황모에서 양모로 바뀌었다. 결국 서가들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서사방법을 고안해내야만 했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 획 > 이규복
손의 압력에 따라 물감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 물감이 아크릴이다보니 예상외로 빨리 마르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팁의 끝 부분이 막힐까 싶어
사진 찍을 겨를 없이 썼더니 중간 과정은 없습니다
다음에는 꼭 동영상 틀어놓고 찍어야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OPP 필름이라 빤딱빤딱하니 빛이 너무 많이 반사되어서
훤한 대낮에 암막커튼 치고 LED등 끄고
겨우 찍었어요
마치 책상에 바로 쓴 것 같아요
사이즈가 두배인 OPP가 절실합니다 ㅋ
이렇게 말아서 형태를 완성시켜도 재미있을 것 같고
뒤집어 놓아도 재미있고
복잡한 작업실의 한 벽을 배경으로 찍어도 재미있습니다
펜과 달리
손에 힘을 줄때마다
획을 그을 때 속도를 올릴 때마다
굵기가 달라지는 것은 추후 연습이 많이 필요한 것이라
나중을 기약합니다
abcd 쓰는 것만 재미있었는데 판본체도 재미있어졌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재미있는 것들을 할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물론 중간에 실수도 많을 거고
생각지도 못한 난관도 있을 테지만
뭐 어때요
이게 모두 자기만족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자기만족은 맞는데 울 세종대왕님께 누가 되면 안되니
기본은 알고 쓸 수 있게 노력해 보려구요
*원래 가지고 있던 장도닙의 2.5배인 장도닙이 오고 있습니다 흑 ㅜㅜ
너무 행복해요
원래 만년필이 배송되고 있는 것 만으론 전혀 행복하지 않았는데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제게 기대감을 주는 거죠?
제발 잉크의 흐름이 좋았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모두들 풍성하고 안전한 날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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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크릴물감으로 판본체를? (문방삼우) | 작성자 스칼렛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