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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1장
남궁석천은 외관상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비무대회에서 심동신으로 변장한 역현강에게 당한 후 집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비무대회에서 뼈저리게 느낀 부족함을 메우고자 곧바로 강도 높은 수련에 들어가면서부터 미약한 패혈 증상이 나타났다.
그걸 뚫으려 강하게 내력을 끌어올리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
내막을 모르는 남궁가주는 개방으로 급보를 보냈다. 개방에서는 무림대회 때의 내막을 간단히 설명하고 북제성에 도움을 청하라는 답을 보냈다.
그리하여 남궁가주는 진우청을 초대한 것이다.
“ 맥문을 짚어도 되겠소?”
남궁석천과 마주 앉은 진우청은 손을 내밀었다.
남궁석천은 잠시 망설였다. 타인에게 맥문을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남궁석천은 천천히 팔을 내밀었다.
진우청은 신중하게 남궁석천의 맥문을 잡았다. 경설형과 운기목 등은 자신과 같은 뿌리이니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었지만 남궁석천에게선 그런 것을 기대할 순 없다.
단지 역현강이 펼친 복마패혈수법만이 하나의 단서가 될 뿐이었다.
“ 흐읍!”
진우청은 남궁석천의 맥문으로 호흡을 불어넣어 보았다.
예상대로 역현강이나 경설형에게서 느꼈던, 자신의 호흡과 상통하는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몇 번을 거듭해도 마찬가지였다.
진우청은 난감한 심정이 되었다.
무작정 이곳으로 왔지만 해결책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온갖 기대를 하여 쳐다보는 사람들 앞에서 방법이 없다고 털고 일어날 수도 없었다. 좀 더 여유를 가지며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 어떤가, 소협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남궁가의 가주인 남궁상우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의 눈에는 한가닥 날카로운 기운이 어려 있었다.
아들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는 아니지만, 어쨌든 북제성의 인물이 아들 남궁석천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북제성에서 책임지라는 눈빛이었다.
그는 흑궁이니 천궁이니 하는 것은 모른다.
개방의 답신을 통해 비무대회 때 무슨 사정으로 북제성의 인물이 반기를 들고 심동신으로 위장하여 이런 문제를 야기한 것으로만 알고 있다.
개방에서도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시시콜콜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딱 그 정도밖에 몰랐다. 그 정도도 무림맹이란 울타리가 만들어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 조금은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우청은 아무런 내색도 않고 답했다.
남궁상우는 진우청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성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이젠 같은 무림맹 소속의 문파였다.
그리고 북제성의 성주가 무림맹주였다. 그게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문파 간의 충돌이 크게 일어났을 것이다.
“ 우리 집에 빈 방은 많으니 해혈할 때까지 한 달이든, 일 년이든 부담 갖지 말고 푹 쉬게.”
얼핏 마음에 부담을 줄여주려는 말 같았지만 그 말에는 ‘아들을 정상으로 돌려놓지 못하면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여길 떠날 수 없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 사숙께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가요?”
숙소를 안내받은 후 조송령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을지소소 같으면 걱정부터 먼저 할 것이지만 조소령은 걱정보다는 진우청이 못하는 일도 있나 하는 생각에 신기한 모양이었다.
진우청은 입맛을 다셨다.
남패천에 있을 때 여덟 장로들로부터 점혈이니, 해혈이니 하는 것들을 배웠지만 그건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식이었다.
그때 열심히 배웠다고 해도 그런 것은 오랜 경험과 숙달이 있어야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전문가가 되었더라도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중원제일가의 한곳인 남궁세가가 점혈이나 해혈의 고수가 없어서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닐 것이다. 역현강의.... 아니, 북제성의 복마패혈수법이 너무 지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혈을 함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이런 후유증이 남는 것이다.
그 수법에 당한 사람은 남궁석천 말고도 종남의 제자 배원이 있었다. 그 역시 이런 후유증이 남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 그건 둘째 문제고....’
우선은 남궁석천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 정말 사숙으로서도 어쩔 수 없을 정도입니까?”
이번에는 경설형이 물었다.
진우청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차라리 우리 북제성 문도에게 그런 후유증이 남았다면 쉬웠을 텐데, 남궁가의 내력은 전혀 다른 줄기라 모든 게 생소했소.”
진우청의 대답에 경설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가 계열이나 불문 무공 등은 큰 가지나마 짐작할 수 있지만, 남궁세가는 자신들만의 독문심법과 함께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맥문을 짚어보고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 계속 이렇게 모여 있는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 그만들 쉬시오. 자고 나면 무슨 수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진우청은 사질들을 물리고 침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이곳으로 온 것 자체가 만용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뿌리치고 나서 나중에 역현강을 만나 그들 통해 해결해야 했는데,
가문의 위기를 도우러 온 남궁석령의 간절한 부탁이라 거절할 수가 없었던 것이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했다.
“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설마 여기에 감금해 놓고 죽이기야 할까.”
진우청은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며 침상에 벌렁 드러누웠다. 그렇게 편한 자세에서 진우청은 문득 가슴속에 있는 창룡금시를 꺼내 들었다.
모처럼 생긴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그 속에 담긴 비밀을 풀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름모 꼴 옥패의 한쪽에는 열쇠, 한쪽에는 비상하는 용 문양!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개의 문양이 어떻게 북제성의 운명을 바꾸는 역할을 한단 말인가?
진우청은 마름모 꼴 옥패를 만지작거리며 두 개의 문양에 번갈아 눈길을 주었다.
사부는 왜 이 옥패의 비밀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진우청은 내내 그게 궁금했다.
북제성 사람들의 내력을 포용하는 자신의 몸속 기운이나, 옥패를 어머니께 넘겨주고 자신을 그 제자로 삼은 것을 보면 뭔가 치밀한 안배를 짜놓은 것 같은데,
사부는 전혀 그런 것에 대해서 평소 일언반구도 없었다.
“ 괴팍한 노인네...”
한마디 불평을 토한 진우청은 만지작거리던 창룡금시에 슬쩍 호흡을 불어넣었다. 용호곤은 그렇게 하면 웅웅거리는 진동음을 토하는데 옥패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늪처럼 자신의 호흡을 빨아들였다.
진우청은 적이 놀라는 심정이 되었다
보통의 옥패였다면 열이 나거나 심하면 금이 가 깨어져 나갔을 것이지만 창룡금시는 허공처럼 자신의 진기를 빨아들여 버렸다.
“ 하긴....”
잠시 놀란 눈을 한 진우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극성의 공력을 끌어올리고 허깨비처럼 되어 쓰러진 자신의 몸에 순식간에 원래의 기운을 되살려놓은 물건이 아니던가?
그런 기물이 공력을 조금 주입한다고 파닥거리며 반응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창룡금시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더 증폭되었다.
진우청은 작정을 하고 옥패에 길고 낮은 호흡을 불어넣어 보았다. 여전히 마름모 꼴 옥패는 그의 호흡을 한 올 남김없이 삼켜버렸다.
재차, 삼차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반응은 없고 숨만 가빠졌다.
마침내 진우청은 반복하던 그 일을 포기하고 옥패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승천하는 용과 황금빛 열쇠!
아무리 봐도 두 개의 문양은 연관이 없다.
용은 그런대로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 익힌 춤이 천룡신무이니 옥패에 승천하는 용이 양각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반대쪽에 양각된 황금빛 열쇠는 무슨 의미인가?
열쇠는 문을 여는 것이다.
그 의미에 맞게 남겨졌다면 그걸로 열 수 있는 문이나, 하다 못해 그문을 찾을 수 있는 지도나 지명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전혀 연관성 없는 두 개의 문양에 왜 한 개의 옥패 양쪽에 양각되어 있는 것일까?
용과 열쇠!
열쇠와 용!
아무리 되뇌어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 이러다가 머리에 쥐 나겠군.’
이런 면에 있어는 천부적으로 소질이 없는 진우청은 양 손바닥으로 머리를 번갈아 두드렸다.
어쩌면 남궁석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이 창룡금시가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제법 끈질기게 매달리던 진우청은 이젠 완전히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잠을 청하면 좋을 것 같았다.
중원제일무가의 한 곳인 남궁세가이니, 이곳에서는 동방회니 서왕문이니 하는 놈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 옆방에는 잠을 잘 때도 칼날같이 예민한 주의력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질들이 있으니 더 더욱 걱정이 없었다.
그렇게 온몸의 긴장을 이완시키던 진우청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옥패에 길고 낮은 호흡을 불어넣을 때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느꼈는데 눈을 감고 있으니 뭔가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 어디?”
진우청은 다시 창룡금시를 꺼내 불빛에 비춰 보았다.
대낮의 햇볕 아래가 아니고 등잔 불빛 아래에서인지라 확실하진 않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진우청은 다시 한 번 옥패 속으로 긴 호흡을 불어넣었다.
“ 착각이었나?”
진우청은 내심 실망하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아마도 등잔불 아래에서 느낀 착시였던 모양이다. 실망의 한숨과 함께 옥패를 가슴에 넣으려던 순간 진우청은 옥패에서 전해지는 한줄기 온기를 느꼈다.
그것은 여전히 착각처럼 짧은 순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한없이 청량함을 느끼게 하는 기운이었다. 진우청은 급히 호흡을 끌어올렸다.
사라진 줄 알았던 그 청량한 기운이 아랫배 한곳에서 느껴졌다. 그때 문득 머릿속으로 환하게 그려지는 것이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스쳐 가며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와장창!
진우청은 문을 박차고 나갔다. 놀란 사질들이 분분히 숙소에서 뛰쳐나왔다.
진우청은 바람처럼 안채의 담장을 뛰어넘었다. 곳곳에서 몸을 숨긴 채 안채를 지키던 무사들이 그물처럼 좁혀들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길게 설명해 줄 여유가 없었다.
진우청은 양손을 번개처럼 흔들어 앞을 막어서는 사람들을 제압하고는 남궁석천의 처소로 뛰어들었다.
더 많은 숫자의 무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지만 그들은 경설형과 을지소소가 휘두르는 검과 채찍에 의해서 막혔다.
“ 누구?”
남궁석천의 처소에서 걱정스레 얘기를 나누던 남궁석령이 고함을 치며 검을 빼들었다.
그러나 진우청이 한발 앞섰다. 문을 박차고 뛰어듦과 동시에 진우청은 남궁석천의 맥문과 단전에 양손을 갖다 댔다.
“ 운기를 하시오!”
짧은 한마디와 함께 진우청은 아랫배에 사라질 듯 남아 있는 청량한 기운 한가닥을 남궁석천의 맥문과 단전으로 불어넣었다.
남궁석천의 몸이 움찔하고 그 기운에 반응했다.
진우청은 마지막 한 방울의 기운까지 남궁석천의 혈맥 속으로 불어넣었다. 그리고는 빠르게 그의 등줄기 곳곳을 주물렀다.
“ 으음!”
낮은 신음과 함께 남궁석천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잠시 후, 그 땀은 깨끗이 사라지고 남궁석천의 얼굴에 편안한 미소가 감돌았다.
또한 그 미소 끝에서 백색 기류가 어리더니 남궁석천의 정수리 위에 동그란 고리 모양으로 머물다 백회혈로 스며들었다.
“ 휴우-”
진우청은 긴 한숨과 함께 남궁석천의 몸에서 손을 떼어내며 그의 안색을 유심히 살폈다. 남궁석천의 패혈 증상이 이것으로 깨끗이 사라질지 그렇지 않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창룡금시에서 착각처럼 한줄기 청량함이 몸속에 스며들고, 그 순간 번개처럼 스쳐 가는 생각과 함께 이곳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
그 순간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 와서 말로 설명하려면 단 한 마디도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강한 힘에 이끌리듯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충동이 일었다.
“ 어떻느냐?”
남궁석천의 부친이 남궁석천을 향해 신중하게 물었다. 부친의 곁에는 그의 조부까지도 달려와 지켜보고 있었다.
폐관수련 이후, 남궁석천은 자기 부친과의 비무에서 동수를 이루고, 부친보다 한 수 위인 조부와도 동수를 이루며 온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 자식이었고, 그런 손자의 상세를 살피는 두 사람의 눈을 불꽃같은 염원을 담고 있었다.
“ 해혈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남궁석천은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 공력이 일성은 더 증가한 것 같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남궁석천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희열의 기운이 감돌았다.
일성의 성취를 더 이루는 것!
무공 입문 초기에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남궁석천처럼 한 겹의 껍질을 깨고 고수의 반열이 든 사람들에게 그건 한계를 뛰어넘는 수련에 의해서나 가능하다.
그런 성취를 순식간에 뛰어올라 버린 것은 무인에게 있어 어떤 것보다 큰 행운이었다.
“ 다행이구나....”
남궁가주가 낮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의 얼굴에도 아들과 비슷한 미소가 어렸다.
“ 고맙네, 소협!”
남궁석천의 조부도 낮게 한숨을 내쉰 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진우청은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밖을 쳐다보았다.
남궁가의 무사들과 사질들이 아직까지 대치 상태로 서 있었다.
“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고, 지나고 나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무작정 뛰쳐...”
남궁가주가 손을 들어 진우청의 말을 막았다.
“ 충분히 이해가 가네. 그런 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법이지. 그만 돌아가서 쉬도록 하게.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하게.”
남궁가주는 그 말과 함께 손을 흔들어 대치하고 있는 무사들을 물렸다.
“ 간 떨어질 뻔했어요. 사숙!”
숙소로 돌아오며 조송령이 가슴을 쓸었다.
갑자기 뛰쳐나간 진우청이 남궁가의 안채로 습격해 들어가고, 그곳에서 남궁가 무사들이 쏟아져 나오르 때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그들을 막고 봐야 했지만 남궁세가 한복판에서 그들과 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호랑이 굴속에서 그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 남궁석천 문제는 이제 다 해결된 겁니까, 사숙?”
경설형도 조송령과 비슷한 표정으로 물었다.
“ 다행히 그런 것 같소.”
진우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어떻게 한 건가요?”
을지소소가 눈을 반짝이며 질문했다.
“ 그냥 잠이 안 와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시도해 본 것이오.”
“ 그랬군요. 미리 언질이라도 주었으면....”
을지소소는 얼핏 고소를 지었다.
생각이 나면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육탄돌격하는 진우청의 모습에 절로 쓴웃음이 지어진 것이다.
“ 어쨌든 다행입니다. 사숙! 그럼 우린 내일이라도 이곳을 떠날 수 있겠군요.”
장위봉은 남궁가주 말대로 남궁석천을 해혈해 주지 못하면 이곳에 계속 잡혀 있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컸던 것이다.
“ 이젠 편안히 잠이나 잡시다.”
한바탕 활극을 벌이고 숙소로 돌아온 진우청은 흥분된 기분과 함께 창룡금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쩌다가 창룡금시에서 그런 기운이 뻗어나와 자신의 몸속으로 흘러들었고,
그것이 남궁석천의 패혈 증상 마저 씻어내어 버렸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뭔가 한가닥 실마리를 잡을 것이다.
그때 답답한 기분과 함께 옥패에 호흡을 불어넣어 보기도 하고, 옥패의 기운을 자신의 몸속으로 끌어들인다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정확이 어느 순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옥패에서 온기를 느끼는 순간 청량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그 기운이 북제성 문도들의 천형을 풀 수 있는 열쇠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남궁석천의 혈맥에 스며든 기운과 북제성 사람들의 혈맥에 있는 천형의 기운은 비교할 수가 없다.
그 천형의 기운들을 모두 몰아내려면 얼마나 막강한 서기가 필요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경험으로 인해 비밀의 문 앞으로 한발짝 더 다가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던 진우청은 창룡금시에서 뭔가 색다른 부분을 발견하고는 안력을 돋우었다.
열쇠 모양의 제일 아래쪽 끝부분!
그곳의 금박이 미세하게나마 벗겨져, 아니 사라져 있었다.
그건 마치 바늘 한 개 두께만큼 가느다란 선에 불과했지만 끝부분의 금박이 씻겨져 나간 것처럼 사라졌다.
이제껏 옥패의 일부처럼 입혀져 있던 금박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손톱으로 긁어보아도 전혀 긁히지 않던 금박이 바늘 두께만큼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면 아까 몸속으로 스며든 그 청량한 기운은 이 금박에서 나온 것일까?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럴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르게 내력을 불어넣는 순간 그냥 지워졌을 수도 있다.
만약에 이 금박에서 그런 기운이 뻗어 나온 것이라면 앞으로 함부로 내력을 불어넣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
북제성, 아니 천궁과 흑궁의 사람들이 모이기도 전에 다 써버리면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사백이신 전 성주의 모습으로 죽어갈 것이다.
경설형, 을지소소, 조송령........ 일이 잘못되어 그들 사질들이 머지 않아 그런 모습으로 죽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가 처졌다.
그와 함께 이제껏 가지고 다니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옥패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최소한 격전 중에 부서져 버리거나 혼란한 틈에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앞으로는 각별히 조심해야겠군!”
진우청은 옥패를 쓰다듬은 후 가슴 깊이 갈무리했다.
“ 정말 예쁘다.”
조송령은 손에 든 노리개를 연신 만지작거리며 탄성을 토했다. 단 하루여지만 조송령의 예상대로 남궁세가에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이들의 패혈 증상을 깨끗이 사라지게 해주었고, 더 나아가 내력까지 증진시켜 주었으니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상우는 완벽한 여행 준비를 해주었고,
남궁석천의 어머니는 을지소소와 조송령에게 평소 아끼던 노리개 몇 개를 선물했다.
몽고 들판과 온 중원의 산지를 돌아다닌 을지소소는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 모두 조송령의 차지가 되었다.
조송령은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짐과 함께 남궁세가를 떠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몽롱한 눈빛으로 노리개들을 매만지고 있었다.
“ 저 계집애는 아예 넋이 나갔어.”
을지소소가 혀를 찼다.
그때 한 떼의 인마가 야산 모퉁이를 돌며 달려오고 있었다.
남패천의 무적대였다.
진우청은 그들을 진가장의 호원 무사로 모두 남겨놓았는데 이리로 달려오고 있었다.
“ 우리 집을 지켜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소?”
진우청은 일조 조장 서한적을 향해 소리쳤다.
“ 말도 마시오, 공자! 진가장에 있다간 공자 조부님의 고함 소리에 우리 모두 주화입마에 빠지고 말 것 같았소.
놈들의 음모가 밝혀졌기에 더 이상 놈들은 진가장에 수작을 부리지 못할 테니, 우리는 어서 공자를 따라가라고 곰방대를 쉴 새 없이 휘두르셨소.”
서한적은 아직도 곰방대 자국이 남아 있는 팔뚝을 내밀며 말했다.
“ 무슨 노인네가.....”
삼조 조장 배염오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진우청은 고소를 삼켰다.
조부님의 고함 소리와 서슬 퍼렇게 곰방대를 휘두르는 기세가 어떠했을지 보지 않아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쩌면 조부님 말씀대로 진가장에는 더 이상 위험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이 이렇게 모두 떠나온 것은 우려가 되었다.
“ 무림맹주의 지시로 점점 더 많은 무림맹 소속 문파의 사람들이 진가장 주변으로 모이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배염오는 말을 끝내고 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부하 몇 명이 말 다섯 필을 끌고 왔다. 진우청 일행을 위한 것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진우청은 말 위로 올랐다.
어차피 대로변으로 길을 잡을 것이니 말이 편할 것이다.
“ 탈 줄 아세요?”
을지소소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 흔들리는 물체 위에서 중심 잡는 데는 이력이 났소.”
진우청은 고삐를 흔들었다.
그것을 신호로 해서 무적대원들도 박차를 가했다.
두두두-
수십 기의 말들이 한꺼번에 달리자 젖은 땅에도 먼지가 일었다.
“ 위태위해하면서도 정말 잘 버티네요.”
조송령이 앞서가는 진우청을 보며 말했다. 을지소소도 이채를 띤 눈으로 말안장에 앉은 진우청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예상대로 진우청은 말 타는 법을 배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묘하게 말 등에서 잘 버티고 있었다.
무적대원들이나 자신들의 기마술이 말과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면, 진우청은 철저하게 말과 따로 움직였다.
말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면 진우청은 한발 앞서 반대쪽으로 몸을 틀어 중심을 잡았고, 말 등이 위로 솟구칠 때는 몸을 낮추고, 내려갈 때는 등을 펴서 중심의 이동을 최소로 했다.
한동안 그런 불일치로 말을 달리던 진우청의 움직임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 어? 이젠 진짜로 타네.”
진우청의 기마술이 자신들이나 무적대원들과 비슷해지는 것을 느낀 조송령이 소리를 질렀다.
말에 오른 지 채 일각도 되기 전에 진우청의 몸이 말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의 어색한 동작을 보지 않았다면 오래전부터 말을 탈 줄 아는 사람이라 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 몸으로 하는 건 자신있다더니.....”
을지소소가 탄성처럼 말했다.
“ 무슨 말이에요, 사저?”
조송령이 고개를 돌렸다.
“ 아니, 그런 게 있어.”
을지소소는 고개를 흔들며 이젠 빠르게 앞서 나가는 진우청을 따라잡기 위해 고삐를 흔들었다.
“ 그런데 왜 이리 가죠?”
한참 말없이 말을 달리던 조송령이 갈림길에서 을지소소를 향해 물었다.
“ 무슨 말이야?”
을지소소가 이정표를 한 번 본 후 반문했다.
“ 집에 들렀다 다시 황산으로 가는 게 아닌가요? 거기서 창룡금시를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조송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다시 진우청은 황산과는 상관없는 방향을 길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 몰라, 나도, 이제는 창룡금시란 것이 있기나 하는 건지도 의심스러워, 그냥 따라만 가야겠어.”
두두둑-
잔뜩 두터워진 먹구름이 빗방울로 변해 떨어졌다.
떨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빗방울은 장대처럼 굵게 변하면 폭포수처럼 쏟아부었다.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런 정도로 하루만 쏟아져 내린다면 강물이 불어나 결국 넘쳐흐르고 말 것이다.
그런 우려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비는 그 기세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하루 종일 뿌려댔다.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한 강물은 결국 누런 흙탕물이 되어 노도처럼 흘러가다가 그것도 모자라 넘쳐 나기 시작했다.
“ 워, 워.”
일조의 조장 서한적이 고삐를 당겼다.
앞을 가로막는 강물은 보이는 것은 모두 쓸어갈 듯 미친 듯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결과, 한때 선착장으로 보이는 곳까지 휩쓸어 버려 배를 띄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 우회해야겠습니다.”
서한적은 장대 같은 빗줄기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산을 보며 말했다.
이런 빗줄기 속에 어디라고 한들 다를 바 없겠지만 강폭이 좁고 바닥이 깊은 이곳은 도저히 건너가기가 불가능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넓고 유속이 느린 곳이면 배를 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진우청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후 말 머리를 돌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일까. 비는 그칠 생각은 않고 점점 더 거세어졌다. 이런 기세라면 하류라고 해도 건너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강을 건너는 것도 문제지만 말을 모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관도를 벗어나면서부터는 길이 나빠졌고, 폭우 속에서 그 길은 순식간에 진탕이 되어 말들은 푹푹 빠진 발을 빼내느라 허우적거리기까지 했다.
“ 저 산자락에서 야영을 합시다.”
진우청은 이젠 장대비에 막혀 뿌옇게 보이는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악전고투와 다름없는 행군으로 산자락에 도착했을 때 겨우 비는 그쳤지만 그 대신 칠흑 같은 어둠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기름종이에 싸인 송진 묻힌 막대기를 꺼내 들어 횃불을 켜자 후욱- 어둠이 밀려났다.
그 횃불 아래서 무적대원들은 서둘러 천막을 치고 야영 준비를 했다.
더 이상 비가 쏟아 붓지 않는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계속 비가 퍼부었다면 횃불도 밝힐 수 없어 야영 준비가 몇 배로 힘들었을 것이다.
야영 준비가 끝나자 모두들 건량을 꺼내 한 줌씩 입에 털어 넣고 허기를 달랬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기운이 빠져 몇 번을 쓰러질 만한 행군이었지만 무적대는 마치 일상처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자기 할 일들을 해나갔다.
젖은 옷을 말릴 수도 없는 상태로 밤을 지새운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름이라도 한기가 들기 마련이다.
불을 피울 수 없어 한기는 더욱 칙칙하게 전신을 뒤덮었다.
“ 모두 운기조식으로 몸을 말린다.”
서한적이 지시를 내리자 천막 안 곳곳에서 긴 숨소리가 들리다가 서서히 열기가 느껴졌다.
모두들 내력을 돋우며 비에 흠뻑 젖은 옷을 말리고 있었다.
고수들이 아니면 흉내 낼 수 없는 일을 이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행하고 있었다.
“ 장관이군.”
천막 밖으로 나온 진우청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 나도 저렇게 몸을 말렸으면 좋겠군요.”
경설형이 부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이젠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발작의 기운이 혈맥을 떠도는 그는 될 수 있는 한 내력을 끌어올리지 말아야 했다.
“ 팔을 내밀어보시오.”
진우청의 말에 경설형은 왼쪽 팔을 내밀었다. 경설형의 혈맥을 잡은 진우청은 천천히 호흡을 끌어올렸다. 그 호흡에 따라 경설형의 내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 우웃!’
경설형이 내심 다급성을 질렀다.
마치 해일 같으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기운이 자신의 맥문을 타고 흘러들었다.
그 기운은 이제껏 자신의 발작을 다스려 주던 기운과 사뭇 달랐다. 이제까지의 기운도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웅혼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조심스런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거칠 것 없는 노도 같았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봄바람 같았다. 그 봄바람이 자신의 혈맥을 어루만지며 전신 대혈을 휘돌았다.
온몸의 피로가 가시며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축축하던 옷 또한 순식간에 말라 새 옷을 처음 꺼내 입은 것처럼 뽀송하게 느껴졌다.
경설형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이런 기분은 만금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사숙, 저도요!”
희열에 찬 경설형의 얼굴을 보며 조송령이 아예 팔뚝을 둥둥 걷어올리며 진우청을 향해 내밀었다.
“ 휴우.... 언제 철들지.....”
을지소소가 혀를 찼지만 만류하지는 않았다. 조송령 역시 그때의 전투로 인해 경설형과 마찬가지의 몸 상태였다.
을지소소는 내심 그것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경설형과 똑같은 미소가 조송령의 얼굴에서도 떠올랐다.
그리고 운기목의 얼굴에도.....
“ 나도 전투에 참가할 걸 그랬나?”
을지소소와 함께 진가장을 지켰던 장위봉이 부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와 을지소소는 이미 내력을 옷을 말린 상태였다.
그때쯤 천막 안에서도 일주천의 운기조식이 끝이 났다. 무적대원들 모두 젖은 옷을 내력으로 말림과 동시에 피로가 풀린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날 밤이 지나고 어렴풋이 새벽이 밝아왔다.
모두들 자는 둥 마는 둥 천막 안에서 밤을 지새우고 여명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 사숙! 배고프지 않나요? 사냥이라도 할까요?”
혼자만 제대로 잤는지 해사한 얼굴을 한 조송령이 진우청을 향해 물었다.
건량 한 줌으로 저녁을 때우고 아침이 되니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 이런 날씨에 무슨 짐승이 나돌아다닌다고?”
을지소소가 목소리를 높이다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수풀 속에서 미세한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그만 동물이 움직이는 미세한 소음이었다.
“ 토끼?”
낮게 말한 을지소소는 군침이 도는 얼굴로 진우청을 쳐다보았다.
“ 피하시오!”
진우청이 득달같이 고함을 질럿다. 그 고함의 끝을 따라 커다란 장창 하나가 날아들었다.
엄청난 힘으로 날아오는 장창은 을지소소나 경설형마저도 함부로 막을 엄두를 못 낼 정도였다. 채찍처럼 팔을 흔든 진우청이 장창의 옆면을 거세게 후려쳤다.
까앙! 하는 격타음과 함께 장창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진우청의 고함과 장창을 쳐낸 충돌음에 천막에 있던 무적대원들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때 또 한개의 장창이 날아왔다. 진우청은 이번에는 슬쩍 몸을 피했다.
무시무시한 속도록 날아온 장창이 바위에 꽂혔다. 모두의 눈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건 장창이 아니었다. 그냥 아무렇게나 꺾은 지팡이만 한 나무 막대기였다.
바위를 뚫을 정도로 극강한 힘을 싣고 날아오는 바람에 장창으로 느껴진 것이다.
“ 포위!”
서한적이 짤막하게 명령을 내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정도로 몰랐다면 인근을 경계하던 부하들은 벌써 당했다는 말이다.
서한적은 부하들과 함께 장창이 날아온 곳으로 신속하게 포위하여 갔다.
“ 크윽!”
답답한 비명이 수풀 속에서 들리며 무적대원 한 명이 포탄처럼 튕겨나왔다.
진우청은 그곳을 향해 비조처럼 몸을 날렸다. 눈 깜짝할 순간이었는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진우청은 청력을 돋우웠다. 미세한 두 개의 음향이 빠르게 멀어져 갔다.
엄청난 힘에, 엄청난 빠르기였다. 그것만으로도 극강의 고수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진우청은 잠시 망설였다.
분기가 이는 마음으로는 끝까지 추적하고 싶었지만 그건 바보 같은 짓이다.
무적대 역시 그걸 알고 이를 뿌드득 갈며 그 자리에 섰다.
“ 들판으로 위치를 이동한다!”
서한적이 고함을 질렀다. 무적대원들이 야산 자락을 벗어나 들판으로 내려섰다.
누가 이런 기습을 벌였는지, 그리고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몰랐지만 아무렇게나 꺾은나무 막대기를 바위에 꽂고 바람처럼 사라진 무위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 누굴까요?”
다가온 을지소소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비 때문에 길이 늦어진 차에 또 정체모를 자들로 인해 더 지체되면 도착도 그만큼 더 늦어진다.
“ 모르겠소. 하지만 엄청나게 강한 놈들 같소.”
진우청은 놈들이 사라진 숲 속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 다시 나타날까요?”
이번에는 경설형이 물었다.
“ 아마 그럴 것 같소. 아까 그놈들은 뭔가를 확인하고는 동료들에게 가는 것 같았소.”
진우청은 신중하게 답했다. 지금 생각하니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누군지 몰라도 놈들은 자신을 확인하자 사라진 것 같았다.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다시 숲 속에서 한줄기 기척이 느껴졌다. 아까와 같은 미세한 기척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 기세가 너무 강해 마치 거대한 숲이 괴물처럼 들판으로 달려나오는 느낌이었다.
“ 검진을 형성하라!”
서한적이 고함을 질렀다.
아직 적들의 모습도 보지 못했지만 그 위험을 충분히 느낀 서한적은 검진으로 그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파앗-
검진이 채 발동되기도 전에 숲의 끝자락에서 시커먼 물체 하나가 튀어 올랐다.
인간이 아니라 차라리 포탄 같았다. 무적대원이 허공으로 횃불을 던졌다.
아직까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여명 속에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날아오는 물체가 사람인지 짐승인지는 분간하고 싶어서였다.
“ 저놈은?”
경설형이 자신도 모르게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ㄳ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