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도사(道士)를 찾아서
群峭碧摩天,(군초벽마천)
하늘에 닿을 듯 연이은 푸른 산봉우리,
*羣峭(군초) : 여러 산봉우리. 峭(초) 높고 험악하다. 가파르다.
*摩天(마천) : 하늘을 찌른다. 하늘을 만질 만큼 높음.
逍遙不紀年.(소요불기년)
이런 곳을 소요하느라 세월조차 잊으셨으리.
*逍遙(소요) : 한가로이 이리저리 거닒.
*記年(기년) : 세월이 감을 기록하거나 기억함.
撥雲尋古道,(발운심고도)
구름 헤치며 찾아나선 옛길,
*撥雲(발운) : 구름을 헤치고. 撥(발) 다스리다. 없애다. 퉁기다.
*古道(고도) : 옛 길. 두보杜甫는 「田舍」란 시에서 ‘田舍淸江曲, 柴門古道旁(시골집을 강물이 휘어 돌아가고 / 사립문은 오래된 길 옆에 있네)’이라고 읊었다.
倚樹聽流泉.(의수청류천)
나무에 기대어 흐르는 물소리를 듣기도 했지.
花暖靑牛臥,(화난청우와)
따스한 꽃더미에 청우(靑牛)가 누웠고,
*靑牛(청우) : 털 빛깔이 푸른 소(검정소)를 말한다. 소강蕭綱은 「烏棲曲」이란 시에서 ‘靑牛丹轂七香車, 可憐今夜宿倡家(검은 소가 끌고 온 귀한 수레가 / 아깝도다 오늘밤엔 기생집에서 묵는구나)’라고 읊었다.
松高白鶴眠.(송고백학면)
높다란 소나무에 백학이 잠들었네.
*白鶴(백학) : 두루미. 涉禽類(섭금류)의 큰 새로 온 몸이 희며 부리는 길고 녹색임. 仙鶴(선학). 仙禽(선금). 野鶴(야학).
語來江色暮,(어래강색모)
이야기 나누는 사이 멀리 강물엔 황혼빛,
獨自下寒煙.(독자하한연)
홀로 차가운 안개 속을 내려왔나니.
*寒煙(한연) : 차가운 밤안개, 찬 밤기운. 찬 연기나 안개
―‘존경하는 옹 도사의 은거지를 찾다(심옹존사은거·尋雍尊師隱居)’ 이백(李白·701∼762)
*雍尊師(옹존사) : 산중에 은둔하고 있는 옹도사를 찾아갔다가 지은 시다. 옹도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尊師(존사)는 ‘존경하는 스승이란 뜻으로 스승이나 道士(도사)의 존칭’임.
*隱居(은거) : 세상을 피하여 숨어 삶. 隱棲(은서).
도교(道敎)에 심취했던 청년 이백이 흠모하던 도사를 찾은 방문기. 도사는 뭇 산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난 험난한 산속에서 세월을 잊은 채 유유자적(悠悠自適) 소요(逍遙)의 삶을 살아간다. 그 선경(仙境)을 찾아 시인은 구름을 헤집고 구불구불 옛길을 지난다. 힘든 산행 중에도 바위에 기대 물소리를 듣는 여유를 갖는 건 도사를 만나려는 부푼 기대감 때문일 터. 도사의 은거지에 당도한 소회는 어땠을까. 도사는 마치 ‘청우(悠悠自適)’, ‘백학(白鶴)’과 더불어 소요를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청우는 도가의 시조 태상노군(太上老君)이 탔다는 상상의 동물. 백학 또한 선계(仙界)를 노닌다는 영물. 시인은 이들이 머물 법한 ‘따스한 꽃더미’와 ‘높다란 소나무’를 상상하면서 그곳에서 선계의 평안과 정밀(靜謐)을 느꼈을 것이다.
유가적 이념으로 무장했으면서도 이백은 유별나게 도가를 신봉했고 도사들과의 교유도 잦았다. ‘나를 막을 자 누구인가. 나는 방사(方士)의 지위를 가졌노라’라고 할 만큼 만년까지도 도가를 자처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首(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4년 08월 30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