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으로 생명을 노래하다
-김신중
오늘도 사람이 죽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길을 가다가 갑자기 분노가 솟아나서
아무 표정도 없이 길을 가는 사람을
별 생각도 없이 죽였다 한다.
한 며칠 떠들썩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방에 박새가 들어왔다. 갑자기 참새고기가 먹고 싶어 박새를 잡으려
고 방안을 돌다가 뛰다가 헤매다가 머뭇거리다가 탐욕에 지치다가 창
문으로 빠져나간 박새를 좇았다. 어미 새가 멈춘 나뭇가지 아래 새끼
한 마리가 새집에서 떨어져 죽어가고 있었다. 새집에 올려놓고 어미 새
에게 고개를 떨구었다.
정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늘을 원망하며 땅을 치며
머리를 쥐어뜯는 사람도 없었다
몇몇 분노하는 사람들은 목적을 향해 좇다가
잠시 멈출 뿐이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무표정한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한국문학인 2024년 봄 vol.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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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하게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고 있는데도 하루는 무표정한 강물처럼 흐릅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은 다반사로 발생하지만 쉬 잊혀버립니다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옮겨가는 원초적 욕망이 일었다가 사위는 하룻길입니다
4월 10일이면 세상이 확 달라질 것을 굼꾸는 무리들로 오늘도 시끄러울 테지만
입방아가 제아무리 요란해도 떡쌀이 찧어질리 만무하고,
주변의 지지층과 동지들에게 멋쩍은 미소나 지으면서 다음을 기약할 테지요
목적이 없는 분노는 없습니다
영원한 분노도 없습니다
그저 적당히 단념하고 포기할 변명거리를 찾아 잠시 멈춘 채로 주위를 둘러봅니다
어제도 그랬던 사람들이 오늘이라고 크게 달라질 것 같은가요?^*^
첫댓글 무표정하게 흘러가는 세월 앞에 시인이 할 수 있는 대답이란 땅을 치며 하늘을 원망할게 아닌 길을 잘못 든 어린 새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것 고개를 떨구어 보는 것. 삶이 평평하듯 죽음 또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